코로나19 장기화에 외국도 층간소음 몸살 
관리범위 포괄적... 금지 시간 설정, 과태료 부과 등 

한국에는 이웃과 관련한 속담이 유독 많다. 옛 어른들은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팔백 금으로 집을 사고, 천금으로 이웃을 산다’라고 표현했다. 특히 혈연관계를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촌수를 파괴한 ‘이웃사촌’이라는 단어에는 ‘이웃’을 혈연관계만큼이나 중요시했던 삶의 방식과 정서가 담겨있다. 

하지만 급격한 근대화와 산업화, 도시화의 영향으로 아파트가 보편화되고 개인주의가 확산하면서 과거와 같은 소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오히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주민들 간의 폭행·살인·방화와 같은 강력 사건 이어지며 층간소음은 피할 수 없는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분쟁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층간소음과 관련한 갈등을 현명하게 헤쳐나가기 위해 <뉴스포스트>는 층간소음의 원인과 대처법, 배상 기준, 해외 사례, 전문가 인터뷰 등 5편의 기획기사를 보도한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외국이라고 다르지 않아요. 어떤 이웃이냐에 따라 층간소음 대응이 다르죠.”

코로나19 장기화로 층간소음 분쟁이 심각해진 건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전역의 폐쇄 기간 동안 시끄러운 이웃에 대한 불만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10개 지역에서 파티나 시끄러운 TV, 음악 등에 대한 불만 접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9% 증가한 438건이다. 이는 영국의 봉쇄(락다운)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영국에 7년째 거주 중인 이정민(30) 씨는 “보통 경비실을 통해 주의를 주지만, 쪽지를 보내거나 직접 대면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람 사는 곳인데 층간소음에 대응하는 방법이 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뉴스포스트>는 국내 층간소음 갈등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외 주요 국가의 공동주택 층간소음 규제와 해결방법을 살펴본다. 

국내에서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윗집과 아랫집 사이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이웃 간 소음(neighbour noise 또는 neighbourhood noise 등)’으로 관리하고 있어 우리나라보다 관리 범위가 더 포괄적이다.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구체적인 시간대를 정해 타인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퇴거 조치나 많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형태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법적 규제


우선 미국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층간소음 피해자의 신고를 받으면 소음을 내는 가해자에게 2회까지 경고한다. 누적 횟수가 3회 이상일 경우에는 가해자를 강제 퇴거 조치할 수 있으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뉴욕에 거주 중인 박재희(34) 씨는 “뉴욕 아파트 거주 당시 관리사무소를 통해 민원 편지를 받았다. 3번의 경고 편지를 받으면 계약이 해지되는 곳이었는데, 2번의 민원 편지를 받고 스트레스로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에게 피해 받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조심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느꼈고, 개개인의 감정이 섞이지 않도록 오피스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독일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여러 법에서 공동주택 실내 소음 규제를 하고 있다. 연방질서위반법 제117조 제1항에서 공공이나 이웃을 괴롭히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소음의 발생은 위법으로 규정, 이를 위반하면 최대 5,000유로(한화 약 661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공해방지법 제11조 및 14조에서는 소음을 일으키는 가사일 등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8시부터 12시 사이 및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에만 하도록 돼 있다. 악기 연주 등의 소음 발생 행위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 

호주는 대부분 임대차 계약서에 시간 별로 어떤 소음이 허용되는지 규제 항목을 정확하게 명시한다. 관리사무소가 피해자의 신고를 받아 가해자에게 경고한 후 나아지지 않는다면 경찰을 부른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자에게 한화 약 25~5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영국 런던 아파트. (사진=이정민 씨 제공)
영국 런던 아파트. (사진=이정민 씨 제공)

영국은 22시부터 07시까지 소음을 강력히 규제하며, 이를 어길 시 1차는 한화 약 15만 원, 2차는 10배인 약 15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일본의 경우 경범죄법 제1조 14호에서 ‘공무원의 제지를 듣지 않고 목소리·악기·라디오 등으로 이웃에 폐를 끼친 자에 대해 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에 3년 거주한 심재길(39) 씨는 “일본은 지진에 강한 목조건물이 많다 보니 한국보다 층간소음이 심하다고 느껴지지만, 문화 자체가 문제를 드러내려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처럼 사회적 문제로 번지지는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법적 제재 국내 도입은? 글쎄...


층간소음은 공공주택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문화에 따라 규제와 대응 방법에 차이가 나타났다. 이에 국내 정서상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법적인 수단으로 제재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사회마다 관습과 문화가 있는데, 대한민국 문화는 개인을 대상으로 법적인 수단으로 제재를 하려고 하면 기분 나빠하거나 잘 안 지키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층간소음 강도의 차이가 있어도 전부 다 층간소음으로 분류되는 문제가 있다. 사회 통념상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극단적인 상태인 경우는 법령을 만들어도 되지만, 이런 규정을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만든다면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참고문헌

양승일, “층간소음정책”

정정호, “층간소음 해외 기준 및 측정 평가 방법”

조의행, “영국의 층간 소음 관련 법령과 적용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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