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동호회 등 이용자들의 목소리 
“전동류(類)로 묶어 공유와 레저 등 세분화해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PM) 공유 시장이 무섭게 성장했지만 운행 시 안전 기준이나 운행이 가능한 곳을 명확히 알고 있는 이용자는 드물다. 거리에선 보도나 자전거 도로, 차도 등 장소에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달리는 전동 킥보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1일 오전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지난 1일 오전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보행자 및 타 이동 수단과의 사고 위험 때문에 시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두 차례 개정된 도로교통법의 실효성은 어떨까. <뉴스포스트>는 6일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과 함께 개정 법안의 문제점, 올바른 개선 방향, 보험 등 전동 킥보드 관련 이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갈팡질팡 정책에 갈 곳 잃은 이용자 


“일반 공공도로로 다니면 자전거 도로로 가라고 하고, 자전거 도로로 가면 일반 도로로 나가라고 하고.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습니다.”

오성국(32) 씨는 2년 전 출·퇴근용으로 전동 킥보드를 구입해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친 PM법 개정으로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씨는 “2020년 이전 전동 킥보드는 소형 오토바이로 분류돼 차도로만 다닐 수 있었지만, 최근 PM법은 기존에 있던 전동 킥보드까지 공유 킥보드와 같은 범주로 묶어 버렸습니다”라며 “차도로 가면 운전자들이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라고 하고,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면 보행자나 자전거 타신 분들이 일반 도로로 나가라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한계점 


2017년부터 취미 생활로 전동 킥보드를 타며 카페 운영과 동호회(HKT 힐링킥보드 팀), 유튜브 채널(블랙KICKBOARD) 운영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성근(52) 씨는 오는 5월 13일부터 시행될 개정 도로교통법에 대한 문제점들을 제기했다. 

그는 우선 자전거도로 통행 기준을 무게와 속도를 모두 적용하는 것이 아닌 속도만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동 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보면 ‘개인형 이동장치’는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며, 자전거도로가 없는 경우 차도 우측으로 운행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형 이동장치란 차체 중량이 30kg 미만, 제한 속도 25km 미만인 원동기장치자전거다.  

김 씨는 “자전거도로 통행 시 속도와 무게를 같이 제한하다 보니, 공공도로를 나오면 안 되는 작은 기체인데도 무게가 넘어 공공도로로 나오게 돼 사고가 나는 것입니다. 자전거도로 운행이 허용됐지만, 전체 도로에서 자전거도로 설치 비율은 20%도 되지 않아요. 법적으로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차도에서 다닐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라고 토로했다. 

또 자전거도로 없을 시 우측 차도 운행에 대해 “우측 차선에는 버스정류장 있어 안쪽 차선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25km의 속도로 안쪽 차선으로 끼어들면 뒤에 차량들 난리 납니다. 또 깜빡이를 설치한 기체만 1, 2차선에 들어갈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깜빡이를 설치하면 불법 개조로 단속할 수 있어요. 현실을 모르고 만든 법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라며 말했다. 

전동 킥보드 동호회 회원들이 안전모와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라이딩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근 씨 제공)
전동 킥보드 동호회 회원들이 안전모와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라이딩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근 씨 제공)

이들은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근 씨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들을 ‘전동류(類)’로 묶은 후 세분화를 해야 합니다. 전동류라는 문화 안에 공유 킥보드와 레저용으로 즐기는 킥보드 등으로 구분을 둬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라며 “공유 킥보드와 레저로 즐기는 전동 킥보드는 선을 분명히 그어줘야 합니다. 지금의 PM법은 배달용 전기 스쿠터와 레저용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는 것과 같습니다. PM법 자체의 근간을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오성국 씨는 “전동 킥보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이럴 때일수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법을 만들었어야 합니다. 문제를 파악하면서 실제 이용자들에게 한 번만이라도 문의를 했다면 이 같은 혼란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보도 주행 금지! 주차는 가능?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공유 킥보드의 또 다른 문제점은 막무가내식 주차였다. 보도 한가운데에 주차되거나 쓰러져 있어 통행에 불편을 주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해 논란이 됐다. 이에 공유 킥보드 업체와 지자체는 주차 구역 지정을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김 씨는 “공유 킥보드 주차를 보면 지하철역과 가까운 인도 위에 주차 공간을 마련해놨습니다. 공유 킥보드는 인도를 탈 수 없는데, 인도 위에 설치한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라며 “차라리 지하철역 근처에는 대부분 공용 주차장이 있는데, 공용 주차장의 면 하나만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주차 문제가 해결돼요”라고 말했다. 

오성국 씨가 출퇴근 시 사용하는 전동킥보드. 근무하는 시간 동안 회사 앞 자전거렉에 보관한다. (사진=오성국 씨 제공)
오성국 씨가 출퇴근 시 사용하는 전동킥보드. 근무하는 시간 동안 회사 앞 자전거렉에 보관한다. (사진=오성국 씨 제공)

사고 위험 커지지만... ‘보험 사각지대’


전동 킥보드 사고는 전국적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7건에서 2년 사이 447건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전동 킥보드는 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운행 시 발생한 사고 피해를 스스로 부담해왔다.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 보상에 대한 지불 능력이 없는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어려웠다.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표준 약관을 개정해 전동 킥보드로 인한 상해 피해 시 피해자 본인 또는 가족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피해자나 가족이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 보상받을 방법도 없고, 배상 책임이 없는 피해자와 보험사에 부담을 전가해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이용자들은 실제로 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보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적용 예외 규정이 많아 실질적인 보상은 하늘에 별따리 라는 것.

김성근 씨는 “PM법과 관련한 보험을 살펴보면 실비보험의 경우 보험회사에 전동 킥보드를 탄다고 사전 통보를 하지 않으면 보험 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또 사전 통보를 할 경우 특약이 있는데, 전동 킥보드를 출퇴근용이나 상시 레저용으로 타다가 사고가 나면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어쩌다 한 번 타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에만 보상해주는 이런 보험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토로했다.  


모빌리티 시대... 아쉬운 시민의식 


전동 킥보드를 비교적 오랫동안 타온 이용자들은 시장이 갑작스럽게 성장한 만큼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미성숙한 시민 의식이 전동 킥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운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떠오른 전동 킥보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한국교통안전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PM 교통수단은 2016년 약 6만 대, 2017년 7만 5,000대에서 2022년 20~30만 대 수준으로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규모는 연평균 20% 이상의 고속 성장을 거듭해 2022년 약 6,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성국 씨는 “안전모나 안전보호장구 착용 없이 공유 킥보드를 타고 있는 이용자들이 대부분이고, 여전히 한 대의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는 위험한 상황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라며 “산업의 성장도 좋지만 그 이전에 전동 킥보드 운행 방식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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