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보장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향상 유도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국가 차원 지원시스템 마련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 등교수업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뉴노멀(New Normal·새 기준 또는 표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뉴노멀의 키워드는 디지털과 언택트(비대면)다. 원격수업과 재택근무는 일상이고 랜선 여행, 웨비나(Web과 Seminar의 합성어) 등 신조어가 속속 등장한다. 지금 인류의 삶과 역사는 디지털과 언택트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뒤따른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습격차가 최대 난제다. 물론 학습격차는 과거부터 존재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디지털 부유층과 빈곤층, 사회·경제적 부유층과 취약계층의 학습 간극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發 학습격차가 교육불평등과 교육양극화의 심화를 가속화시킨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제2의, 제3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계속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언택트 기반의 원격수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렇다면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불러온 학습격차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뉴스포스트가 5회에 걸쳐 학습격차의 원인과 문제점, 실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 심화. 학습격차 해소는 교육계를 넘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습격차 심화’가 ‘교육양극화’로 이어지는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교육의 발전과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교육청은 학습격차 해소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세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단기적·임시적 처방보다 장기적·근원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 1월 26일 ‘2021년 업무계획’을 통해 ▲학급당 학생 수 30명 이상 초등 저학년(1-3학년) 과밀학급에 기간제 교사 2000명 투입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 신설 ▲초등 개별학습 지원(국‧영‧수)을 위한 인공지능(AI) 활용 시스템 도입 등을 발표했지만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부재하다”, “학교현장에서 교육주체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라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그렇다면 학습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 무엇인가? <뉴스포스트>가 교육전문가와 교육단체의 제언을 통해 학습격차 해소방안을 짚어봤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 KT와 함께 랜선 야학을 시행하고 있다. 랜선 야학은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대학생 멘토가 서울 거주 중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학습을 지원한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시교육청은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 KT와 함께 랜선 야학을 시행하고 있다. 랜선 야학은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대학생 멘토가 서울 거주 중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학습을 지원한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맞춤형 학습 처방 지원 플랫폼 구축···취약계층 지원 확대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 시대의 원격교육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방안’ 정책자료집에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부족 학생 조기 발견과 대처 ▲기초학력보장 ▲맞춤형 학습 처방 지원 플랫폼 구축 ▲취약계층 학생 대상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유 위원장은 “코로나로 전면 도입된 원격수업이 미래교육을 앞당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지만, 원격수업 장기화로 인한 교육격차(학습격차)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면서 “SNS 빅데이터 분석 결과 원격수업 환경에서 부모 소득, 결손·다문화가정 여부, 사교육 여부 등 학생의 사회・환경적 요인이 교육격차 발생의 주원인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유 위원장이 제안하는 학습격차 해소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유 위원장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해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원격교육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교사의 약 79%가 “코로나19로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한 가운데,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46.92%)를 1순위 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학부모의 학습보조 여부(13.86%), 교사와 학생 간 피드백의 한계(11.26%) 등의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수치가 높았다.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향상이 학습격차 해소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이를 위해 유 위원장은 기초학력보장을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기초학력보장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이음 프로젝트’를, 광주시교육청은 ‘대학생 보조강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국가적 수준의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음 프로젝트’란 서울시교육청 산하 성동광진교육지원청의 기초학력보장프로그램이다. ‘학생의 꿈, 교원의 사랑, 학부모의 희망’을 하나로 이어 학생들의 기초(기본)학력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 ‘학생의 꿈’ 이음을 위해서는 샘토링, 1:1 학습서포터즈, ONLY ONE 프로젝트, 복나눔 멘토링 등이 시행된다. ‘학부모의 희망’ 이음을 위해서는 미래학력 학부모연수, 한글또박또박 학부모연수, ONLY ONE 학부모상담 등이 시행된다. ‘교원의 사랑’ 이음을 위해서는 연수, 컨설팅 등이 시행된다. 또한 광주시교육청은 ‘대학생 보조강사제’를 도입, 광주교대 3학년 재학생들이 지역 소재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와 협력하며 학생들의 수업 활동을 지원한다.

올해 전국 시·도교육청별로 ‘이음 프로젝트’와 ‘대학생 보조강사제’ 같은 기초학력보장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KT와 함께 랜선 야학을 시행하고 있다. 랜선 야학은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대학생 멘토(KT 선발)가 서울 거주 중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학습을 지원한다. 이러한 시·도교육청별 사례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자는 것이 유 위원장의 주장이다.

유 위원장은 맞춤형 학습 처방 지원 플랫폼 구축과 취약계층 대상 지원 확대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유 위원장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 학생의 학습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학습 처방을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특히 민간의 우수 교육 서비스가 학교 현장에서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도록 지역별로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경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 위원장은 “지역사회의 자원을 활용, 취약계층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이 지역사회의 시설,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정부가 수요자에게 지급하는 쿠폰)’ 제공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입법과제로 코로나19發 학습격차 해소 법안 주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1대 국회 출범 이전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이 참여했다. 조사기간은 지난해 5월 23일부터 24일까지다.

조사 결과 21대 국회가 ‘코로나19發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 관련 법령을 우선적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 응답이 63.8%(매우 찬성 23.2%+찬성하는 편 40.5%)로 ‘반대’ 응답 22.6%(반대하는 편 15.0%+매우 반대 7.6%)보다 3배가량 높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역별, 연령대별, 성별, 자녀유무별, 가구소득별 모든 계층에서 찬성 응답이 반대보다 높았다”면서 “21대 국회가 교육불평등 해소 법안을 제정해야 하는 것이 뚜렷한 국민의 요구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습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요구된다. ‘일회성 처방’, ‘사후약방식’ 처방, ‘땜질식’ 처방으로는 학습격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난 2월 9일 강득구 의원 주최로 온라인 생중계(유튜브 채널 강득구TV)를 통해 열린 ‘코로나19로 심화되는 교육격차,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학습격차 해소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강득구 의원실 제공)
지난 2월 9일 강득구 의원 주최로 온라인 생중계(유튜브 채널 강득구TV)를 통해 열린 ‘코로나19로 심화되는 교육격차,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학습격차 해소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강득구 의원실 제공)

21대 국회 출범 이후 학습격차 해소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은 지난 1월 20일 ‘교육불평등 해소 법안’을 발의했다. ‘교육불평등 해소 법안’은 △교육 불평등 지표 및 실태 조사 실시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정책 추진 및 성과 보고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강 의원은 “2020년은 모든 국민이 ‘코로나19’로 신음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 해였다. 이 과정에서 경제·노동·의료·교육 등 켜켜이 쌓여 있던 사회적 문제가 해결과제로 드러나기도 했다”며 “교육 영역에서도 격차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코로나19로 초중고의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경제력과 학력 등 부모의 배경에 의한 학습격차가 더욱 심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도 지난 1월 28일 원격교육 현장지원과 학습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서는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유·초·중등학교와 대학의 원격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원격교육 시스템을 구축·운영할 것을 규정했다. 또한 원격교육이 어려운 학생에 대한 대체학습 제공과 교육 목적상 필요한 보충학습 실시와 같은 교육적 지원 근거가 마련됐고 원격교육 활성화에 따라 학생의 디지털 기기 활용 시간이 증가하는 상황을 반영, 디지털 문해교육 실시와 과의존 예방 교육 실시도 제시됐다.

박 의원은 “원격교육 역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원격교육 현장에 대한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하고, 교육기관의 역할을 정함으로써 원격교육의 질 관리와 학생의 학습권을 충분히 보호해 방역과 함께 원격교육에서도 K-교육의 힘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회의 대응이다. 학습격차 해소 법안이 연이어 발의돼도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명 ‘무쓸모(無쓸모·쓸 만한 가치가 없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강 의원은 “국회가 2021년 새해를 시작하며 떠야 할 첫 삽은 ‘교육불평등 해소 법안’을 발의해 헌법이 밝히고 있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구현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학습격차로 인한 국민의 불안을 안심으로 바꾸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 등교수업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교육부는 ‘2021년 업무계획’을 통해 학급당 학생 수 30명 이상 초등 저학년(1-3학년) 과밀학급에 기간제 교사 2000명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단체들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감축, 등교수업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사진은 2021년 신학기 등교날인 지난달 2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등교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사진=뉴스포스트 DB)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 등교수업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교육부는 ‘2021년 업무계획’을 통해 학급당 학생 수 30명 이상 초등 저학년(1-3학년) 과밀학급에 기간제 교사 2000명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단체들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감축, 등교수업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사진은 2021년 신학기 등교날인 지난달 2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등교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학교현장과의 소통 강화로 교육수요자 중심 정책 마련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과 등교공백 장기화로 학습격차가 심화되자 교육부는 학습격차 해소 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교육부의 정책이 학교현장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교육부는 ‘2021년 업무계획’을 통해 학급당 학생 수 30명 이상 초등 저학년(1-3학년) 과밀학급에 기간제 교사 2000명 투입과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 신설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홍섭근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상이어도 과밀이라고 볼 수 있는데 30명을 기준으로 과밀학급 기준을 산정한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 한정된 교실 내에서 충분한 거리두기 공간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홍 연구위원은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의 역할과 기능이 아무리 빠르게 법제화된다고 하더라도 일반학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몇 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시국에는 차라리 기존 지역교육청이나 지자체 등과 연계, 기초학습부진을 해결하는 방안이 더 실제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밀학급에 기간제 교사 2000명 투입 계획은 교육단체들의 주장과도 대치된다. 교육단체들은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감축, 등교수업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020년 기준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이상 학급이 전국에 1만 8232개 학급이다. 학교 밀집도는 1/3 등교, 2/3 등교 등으로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조절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교실에서의 밀집도는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등교 지침과 상관없이 일정하다”며 “과밀학급은 등교일 내내 방역의 사각지대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만 안전한 등교수업이 가능하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 법제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과밀학급 문제를 기간제 협력교사로 대응하는 정부의 졸속 대책을 규탄한다”면서 “정규 교원 확충을 통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학습격차 해소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학교현장과의 소통 강화가 요구된다. 학교현장과의 소통 강화는 교육수요자 중심의 정책 수립·추진으로 연결된다. 홍 연구위원은 “교육부가 중앙에서 일정 정도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시도교육청에 권한을 위임하고,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교육 정책을 수립하길 바란다”며 “지금 격차를 회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코로나 세대인 학생들에게 엄청난 죄를 짓는다. 이제라도 교육당국은 현장과 소통해 실질적으로 효과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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