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부터 공약으로 제시···문재인 정부에서 ‘결실’
총 21명의 위원으로 구성···‘친정부 성향 인사’ 최소 10명 차지
1년 유예 이후 2022년 7월 출범···법 개정으로 편향성 논란 해결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국가교육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 13일 제30차 국무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이 공포 된 것.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 수립·총괄 기구 설치는 교육계의 숙원이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정책이 정권의 이념과 입맛에 맞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계는 초정권적·초이념적 성격의 국가 차원 교육 관련 위원회 설치를 꾸준히 요구했고, 마침내 문재인 정부에서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교육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구성이 구조적으로 친정부 성향 인사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교육정책의 백년지대계를 그리고, 교육정책을 총괄할 수 있도록 ‘편향성 논란’ 해소가 보완과제로 지적된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사회적 합의 기반 교육정책 추진 기틀 마련

교육부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은 2002년 대선(이회창 후보-21세기 국가교육위원회)을 시작으로 ▲2007년(정동영 후보-국가미래전략교육회의) ▲2012년 대선(문재인 후보-국가교육위원회, 박근혜 후보-국가미래교육위원회) ▲2017년 대선(문재인 후보-국가교육위원회, 홍준표 후보-국가교육위원회, 안철수 후보-국가교육위원회, 심상정 후보-교육미래위원회, 유승민 후보-미래교육위원회)까지 꾸준히 공약으로 제시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요동치는 문제를 지적하며, 초정권적·초이념적 성격의 국가교육회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했다. 집권 초기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장기적으로 중장기 국가교육정책 논의를 위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국가교육회의는 2017년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출범했다. 이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해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경미(2017년 6월), 조승래(2019년 3월) 의원 등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은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2020년 6월), 정청래(2020년 7월), 유기홍(2020년 9월) 의원 등이 재차 발의했다. 이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은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6월 10일) 의결과 법제사법위원회 심의(6월 30일)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1년의 유예 기간 이후 2022년 7월 공식 출범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국가교육위원회가 2022년 7월 출범한다. 사진은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국가교육위원회, 미래교육을 향한 첫 걸음’을 주제로 지난 6월 24일 연세대 세브란스빌딩 중회의실에서 개최한 ‘청년미래교육포럼’ 모습. (사진=국가교육회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국가교육위원회가 2022년 7월 출범한다. 사진은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국가교육위원회, 미래교육을 향한 첫 걸음’을 주제로 지난 6월 24일 연세대 세브란스빌딩 중회의실에서 개최한 ‘청년미래교육포럼’ 모습. (사진=국가교육회의)

총 21명 위원으로 구성, 3가지 주요 소관사무 독자 수행

국가교육위원회의 법적 지위는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목적은 교육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총 21명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지명 5명(상임위원 1명 포함), 국회 추천 9명(상임위원 2명·비교섭단체 1명 포함), 교원 관련 단체 추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추천 2명, 광역지방자치단체 추천 1명, 당연직 2명(교육부차관·시도교육감협의회대표)이다. 위원의 임기는 3년(1회 연임 가능)이고 위원장은 상임위원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한다. 특히 학생·청년·학부모 위원이 각 2명 이상씩 의무적으로 포함된다,

국가교육위원회 조직은 전체위원회, 국민참여위원회(상설), 전문위원회(상설), 특별위원회(비상설), 사무처로 구성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교육비전, 중장기 정책방향, 학제·교원정책·대학입학정책·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중장기 교육 제도와 여건 개선 포함) ▲국가교육과정 기준·내용 수립(국가교육과정 기준·내용 수립, 고시, 조사, 분석, 모니터링) ▲국민 의견 수렴·조정(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상시 공론화 시스템 구축)의 3가지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또한 국가교육위원회가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10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면, 교육부는 세부정책을 수립·집행한다. 이를 위해 현재 교육부의 역할이 조정·변경된다. 즉 초·중등 교육분야 업무는 시도교육청으로 이양되고 교육부는 교육복지, 교육격차, 학생안전·건강, 예산·법률 등과 고등교육, 평생직업교육 등의 업무에 주력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가교육위원회는 초정권, 초당파적으로 일관되게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의 구성이며 우리 국민 모두가 바라는 백년대계 교육을 실현할 초석이 될 것”이라면서 “내년 7월 정식 출범을 위해 철저하고 세심하게 준비,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미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전환 채비를 확실하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오랜 논의 끝에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제 국민이 직접 참여해 교육정책을 함께 만들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 만큼, 국가교육위원회가 원만히 출범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친정부 성향 인사 편중으로 편향성 논란 ‘도마 위’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교육계 숙원과제의 해결이자 대선공약의 실현이다. 그러나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이 친정부 성향 인사로 편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원회 21명 위원에서 대통령 지명은 5명이다. 국회 추천 9명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 비례를 주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가들은 여당 몫을 4명 정도로 예상한다. 또한 교육부 차관을 합치면 최소 10명이 친정부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국가교육위원회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 요구로 개의되고,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이 의결된다. 친정부 성향 인사 위원 10명에 1명의 위원만 포함돼도, 정부 입맛에 맞춰 정책 결정이 가능하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대표 진보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은 송하진 전라북도지사이고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은 황명선 논산시장이다. 송 지사와 황 시장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교원단체 추천 2명 몫에서 진보 성향 교원단체의 추천도 포함된다. 현재 기준에서 보면 국가교육위원회는 사실상 진보 정권의 천하다.
이에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이 제안될 때부터 교육계와 야당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교육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이 통과됐다. 국회 본회의도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됐다.

그러자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국민 염원인 국가교육위원회를 폐기시키고 ‘정권교육위원회’를 탄생시킨 역사적 과오로 기록될 것”이라며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고, 위원 구성도 편향적인 기구를 국민과 교육계는 결코 정권‧정파를 초월한 국가교육위원회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총은 “정부‧여당이 일방 처리를 거듭하며 애써 위원회를 설치한들 결국 대통령 자문기구를 출범시키는,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을 것”이라면서 “한쪽만 인정하고 밀어붙인 일방‧편향적인 위원회가 과연 지속될 수 있겠나. 설치 단계부터 합의가 실종되고 공감을 얻지 못한 국가교육위원회는 정권에 따라 존폐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의 일방 추진이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해도 잘될까 의문인데, 일방 추진으로 부메랑을 키웠다”며 “헌법상 독립기구인 감사원의 원장이 중립성을 훼손하는 시대에, 그에 미치지 못하는 법률상 짝퉁 독립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놓고 중립성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초정권적, 초이념적 차원에서 국가 교육정책의 백년지대계를 그리고 교육정책을 수립·총괄할 수 있도록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의 중립성을 강조한다. 사진은 교복을 입고 벚꽃나무 아래 서있는 고등학생들의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DB)
교육계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초정권적, 초이념적 차원에서 국가 교육정책의 백년지대계를 그리고 교육정책을 수립·총괄할 수 있도록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의 중립성을 강조한다. 사진은 교복을 입고 벚꽃나무 아래 서있는 고등학생들의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DB)

편향성 논란 해소 위해 보완작업 필요

“국가교육위원회는 위원의 정당 가입을 제한하고, 정치 활동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원은 여야 국회 추천, 학생·청년, 학부모 대변자, 교육 관련 단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추천, 지방자치단체협의회 대표 등 다양하게 구성된다. 특정직능 위원 구성은 30% 이내로 제한되고 의결정족수는 재적위원 과반수로 엄격히 제한, 내부적으로 견제와 균형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국가교육위원회는 2022년 7월 중순 이후 출범하고, 대통령이 지명하는 5명의 위원은 차기정부에서 지명될 것이다.”(교육부)

교육부는 편향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시기가 2022년, 즉 차기정권임을 강조하며 현 정권의 교육정책 못박기를 부인한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는 구조적으로 초정권적·초이념적 성격을 갖기에 한계가 있다. 만일2022년 대선(3월 9일)과 지방선거(6월 1일)에서 보수 정당이 승리한다면,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이 보수 일색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에서 최소 10명이 정부와 여당 관련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계와 정치권은 국가교육위원회의 공식 출범 이전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신현욱 교총 정책본부장은 “국가교육위원회는 초정권적 국가의 교육을 논의하는 위치다.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전문성과 대표성을 가진 분들을 어떻게 잘 뽑을 것이냐가 첫 번째 과제”라면서 “적어도 1년 정도 유예기간이 남았는데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중립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성이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 교총의 제안을 예로 들자. 교총은 국가교육위원회의 법적 지위를 ‘행정부에서 독립된 초정권적 비행정기구’로 규정하며 위원 수는 20명으로 제안한다. 위원은 대통령 추천 3명, 국회 추천 9명(여야 동등 배분+비교섭단체 포함), 교육감협의체 추천 2명, 교원단체(노조) 추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추천 2명, 학부모·시민단체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신 본부장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정부조직법’ 기구일 경우 국무회의 관계와 예산확보 등에 있어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일 수밖에 없다. 법률상 기구로서 ‘정부조직법’ 적용을 받지 않고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초정권적 중앙행정기관’의 지위를 가져야 한다”며 “향후 보수정권이 집권해도 친정부 성향 인사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추천을 3명 정도로 줄이고, 국회는 여야 동등하게 배분하는 등 친정부 인사를 1/3 수준 비율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의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같이 한다.

전교조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과 구성은 목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목적은 ‘교육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헌법상 독립기구의 위상을 갖추고,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 3주체의 참여를 제대로 보장하도록 구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독립성과 자주성을 제대로 담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며 “학생, 청년, 학부모 대변자를 위원으로 구성한 것은 긍정적이나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에 비해 교원단체, 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의 참여는 부족하다. 보완입법과 제대로 된 시행령 제정으로 국가교육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역시 “국가교육위원회가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며 중립성을 훼손하고, 교육자치와 충돌하며, 학생교육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면서 “많은 세간의 우려를 새겨 들었으면 한다. 출범 이전 법 개정으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좋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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