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는 기금 지원···주정부는 돌봄 서비스와 인터넷 접근성 확대
영국, 정부 지원 기반으로 학교별 교육격차와 학습손실 해소방안 마련
캐나다, 공교육 모델 다양화 방침에 학부모 집단 중심으로 ‘팬데믹팟’ 활성화
뉴질랜드, 디지털 허브 사업 추진으로 저소득층과 농산지역 디지털 격차 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뉴노멀(New Normal·새 기준 또는 표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뉴노멀의 키워드는 디지털과 언택트(비대면)다. 원격수업과 재택근무는 일상이고 랜선 여행, 웨비나(Web과 Seminar의 합성어) 등 신조어가 속속 등장한다. 지금 인류의 삶과 역사는 디지털과 언택트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뒤따른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습격차가 최대 난제다. 물론 학습격차는 과거부터 존재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디지털 부유층과 빈곤층, 사회·경제적 부유층과 취약계층의 학습 간극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發 학습격차가 교육불평등과 교육양극화의 심화를 가속화시킨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제2의, 제3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계속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언택트 기반의 원격수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렇다면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불러온 학습격차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뉴스포스트가 5회에 걸쳐 학습격차의 원인과 문제점, 실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으로 최소 2400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계층의 회복 탄력성을 높일 대책 없이는 인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넘어 불평등과 빈곤, 사회적 양극화를 줄일 수 없을 것이다.”(UNESCO)
“코로나19 이후 학교 폐쇄에 따라 개인적으로는 평생 수입이 약 3% 감소하고, 국가 차원에서는 21세기 남은 시간 동안 GDP가 1.5%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OECD)
코로나가 쏘아올린 교육 문제. 학습격차로 대변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해결과제다. 이에 주요 선진국도 코로나發 학습격차 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 <뉴스포스트가>가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정책자료집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의 웹진(교육정책포럼)을 통해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의 코로나發 학습격차 해소 정책을 살펴봤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지원시스템 이원화”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정책자료집 <코로나19 시대의 원격교육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방안>을 보면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지원시스템 이원화가 핵심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해 3월 27일 코로나19 피해 복구 재정지원방안 일환으로 약 2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법안(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CARES Act)을 최종 승인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안이다. 2020년 회계연도 미국 연방정부 예산의 절반이 넘는다.
교육 분야에서는 유아부터 고등교육까지 전 단계 교육 기관 지원을 목적으로 307억 원의 교육 안정화 기금(Education Stabilization Fund, 이하 ESF)이 조성됐다. ESF는 ▲Education Stabilization Fund Discretionary Grants ▲Governor’s Emergency Education Relief Fund ▲Elementary and Secondary School Emergency Relief Fund ▲Higher Education Emergency Relief Fund의 4영역으로 구성된다.
ESF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30억 원은 각 주의 주지사에게 구호기금으로 지원됐다. 주 교육부에는 132억 원이 지원됐다. 또한 ESF에서 140억 원은 고등교육기관 구호 기금으로 학자금 대출 구제, 장학금 등에 지출됐다.
미국의 연방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교육 분야 피해 복구를 위해 기금 조성과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미국의 주정부는 돌봄 서비스와 인터넷 접근성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테네시 주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아동 돌봄 비용 지원 프로그램(COVID-19 Pandemic Child Care Payment Assistance program)’을 통해 필수 업종 종사근로자가 자녀 돌봄 걱정 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필수 업종 종사자는 의료인, 법조인, 우체국 공무원, 소방공무원, 경찰, 군인, 사회복지사, 교통시설 근로자, 미화원, 식당·식료품점 근로자 등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어린이집 등 돌봄시설의 재정을 팬데믹 이전 시기 2020년 2월 등록 현황에 근거, 계속 지원했다. 이에 코로나19 확산으로 학생이 급감하거나 장기간 휴원한 시설도 예전과 동일 수준의 재정을 지원받았다.
또한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의 브로드밴드 제반 시설 부서는 구글, 듀크 에너지 재단, AT&T(미국 3대 통신 서비스 업체의 하나)와의 협력으로 휴교 기간 동안 소외계층 학생에게 공공 와이파이를 확대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캘리포니아주의 교육부는 300억 원을 추가 투자, 2020년 9월 30일까지 농어촌 소재 중소규모 학교의 핫스팟 시설 설치와 이용 요금 50%를 지원했다.
유 위원장은 “미국은 연방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구호 등을 위해 ‘교육안정화 기금’을 조성했으며 각 주의 교육부는 여건에 따라 기금을 집행하고 있다”면서 “주정부 차원의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결식아동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과 의료계 종사자를 위한 통신과 플랫폼 서비스 비용 할인, 빈곤아동을 위한 온라인 학습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CUP와 NTP 정책으로 학습격차와 학습 손실 해소 지원”
윤태영 런던대 교육연구소 연구원(박사과정)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의 웹진 <월간 교육정책포럼>에서 “영국의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연정 정부는 2010년 집권한 뒤 계층 간 교육격차(학업성취도 결과)를 줄이고 교육의 기회와 질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퓨필 프리미엄(Pupil Premium1)’ 지원 정책을 가동했지만, 지난 십여 년간 영국의 교육격차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영국의 계층 간 교육격차를 심화시킨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전국적 대유행으로 인한 학교 폐쇄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영국 교육부 장관 가빈 윌리엄슨은 2020년 7월 ‘캐치업 프리미엄(Catch-Up Premium, 이하 CUP)’ 정책을 마련했다. 코로나發 학습격차 해소와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 손실 만회가 목적이다.
CUP 정책의 전체 예산 규모는 10억 파운드(약 1조 5000억 원)다. CUP 정책의 전체 예산에서 6억 5000만 파운드(약 9750억 원)는 공립학교 학생의 교육격차와 학습 손실 해소를 위해 사용된다. 나머지 3억 5000만 파운드(약 5250억 원)는 빈곤 가정 자녀 대상의 ‘내셔널 튜터링 프로그램(National Tutoring Programme·이하 NTP)에 투입된다. NTP는 국가 주도 개인·소그룹 교습 지원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윤 연구원은 “CUP는 퓨필 프리미엄 모태의 정부 개입 정책으로서 영국 교육부 등록 공립 학교 준비 학년(Reception)부터 11학년(중학교 졸업 학년)까지의 학생에게 1명당 £80(약 12만원)를 지원하는 일회성 교육격차와 학습손실 해소 지원금”이라며 “예산은 모두 3번으로 나눠 각 학교에 지급된다. 각 학교의 재학생 수에 맞춰 지급되지만 학교는 학생당 지급 금액을 모두 합해 다양한 사업에 적절히 배분, 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UP와 NTP는 계획대로 2020년 가을에 시작됐다. 대부분 학교는 교육격차와 학습손실 해소방안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영국 중서부 지방 소재 블랙히스 초등학교는 소그룹 교과 멘토 고용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영국 북동부 뉴캐슬 소재 블랙워스파크 초등학교는 1대1 읽기 개인 교습, 64대 태블릿 컴퓨터 구입 등에 예산을 사용했다.
특히 영국 교육부는 NTP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웹사이트를 통해 학교는 교과 교습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즉, 학교는 정부의 지원(웹사이트)을 통해 외주 또는 직접 고용 방식으로 고용할 1대1 또는 소그룹 교습 교사를 구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윤 연구원은 “NTP를 통한 영국 정부의 지원이 계층 간 교육 인프라·자원·기회 불균등 해소 등 교육격차의 본질적이고 범사회적 요인보다 교과 교습이라는 직접적·일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요인에 보다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라면서 “NTP는 영국 정부가 학습격차 해소와 학습 손실 만회라는 긴급하고 절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장과 협력하는 접근법을 택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연장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지역별·시기별·학교급별로 정책 다양···팬데믹팟 활성화”
연방국가 캐나다는 10개의 주와 3개의 준주로 구성됐다. 자연스레 지역별, 시기별, 학교급별 여론과 정책이 다르다. 유지연 캐나다 맥길대 교육학과 박사과정생은 <월간 교육정책포럼>의 ‘코로나19에 따른 캐나다 교육동향’에서 “캐나다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3월 처음 학교가 문을 닫았다. 이후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는 다소 잠잠해졌으나, 9월 학기 운영 방침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뜨거워졌다”며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수업을 재개해야 하는지, 아니면 안전을 위해 온라인 수업으로 전면 대체해야 하는지, 이것도 아니면 두 가지를 적당히 혼합한 운영 방식을 택해야 하는지를 두고 지역별, 시기별, 학교급별로 여론과 정책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Ontario)주 초등학생은 주 5일 출석 오프라인 수업과 교육청·교육부 운영 가상학교(virtual school)의 온라인 수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특히 캐나다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팬데믹팟’이 활성화됐다. ‘팬데믹팟’은 동일 지역 거주 가정이 모여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대신 공동 교육하는 것이다. ‘학습팟(learning pods)’, ‘교육팟(education pods)’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구성 인원, 교사, 운영방식 등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다. 교육 장소도 공공시설 대여공간, 팬데믹팟 구성원 거주지 등 각각 다르다. 또한 팬데믹팟 선택 학부모가 직접 교과목을 가르치거나 소규모 과외 형태로 교육한다. 예비교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캐나다의 주정부가 오프라인 수업 재개를 결정하자 ‘팬데믹팟’ 조직이 활성화됐다.
다만 팬데믹팟에 대해 ‘교육 계층화를 선도함으로써 교육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보는 여론과 ‘교육 모델 다양화·확산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유 박사과정생은 “요크대 교육학과의 수 윈턴(Sue Winton) 교수는 공교육에서 가정 형편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암묵적 원칙이 존재하는데, 팬데믹팟처럼 개인의 책임이 증가하는 교육 모델은 결국 공교육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소득 수준이 높은 가정에서만 이용 가능한 한계로 교육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비판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드웨인 매튜스(Dwayne Matthews) 교육전략가는 이미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디지털 기기 보유 현황이나 학부모의 낮 시간 가정의 상주 여부 등으로 교육 불평등은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며 “이에 오히려 같은 공동체 내에서 교육이 연장되며, 구성원 간 일관성을 유지하고, 학부모를 생계를 위한 직장으로 돌려보내며, 전염병의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해야 하는 교사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라도 팬데믹팟은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디지털 허브 사업 추진···가정에서 인터넷 접속 가능”
뉴질랜드 정부의 코로나發 학습격차 해소 정책의 대표 브랜드는 디지털 허브 사업이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뉴질랜드 정부는 가정 간 디지털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가정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디지털 허브 사업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디지털 허브 사업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 WAN 허브형이다. 학교 외부에서 학교의 무선 허브에 접근하는 것이 골자. 즉 학생과 교직원의 인증 절차를 통해 유효 사용자 확인 후 사용 가능하다. WAN 허브형은 학생과 교사가 집에서도 학교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학교 밖 사람들과의 협력 기회도 제공된다. 지원 대상은 도시의 저소득층 자녀다. 두 번째는 인터넷 허브형이다. 지역 소규모 공급자와 물리적으로 망을 연결하고, 학생과 교사가 활용한다. 농촌지역 사회에서 유용하다.
뉴질랜드 디지털 허브 사업의 사례도 살펴보자. 먼저 EDA4S(Equitable Digital Access for Students) 사업이다. 저소득층 자녀나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이 공평하게 디지털에 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음 Haeata 커커뮤니티 캠퍼스 사업이다. 아라누이 지역 소재 Haeata 학교 학생을 위한 인터넷 연결 사업(ConnectED)이다. 아라누이 지역은 40% 가량의 가구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을 통해 190개 가정의 360명 학생에게 인터넷이 제공되고 있다. Murupara Connectivity 사업도 있다. 루파라 지역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된다.
유 위원장은 “모든 조사 대상 국가가 지역 간, 학교 간 정보격차에 주목해 학생들에 대한 기기 보급, 인터넷 서비스, 공용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원격교육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기본 전제 조건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원격교육이 불가능한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꾸러미 배포(뉴질랜드), 학습준비물 제공(스웨덴), 빈곤학생 무료학습자료 제공(미국) 등의 지원이 병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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