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부터 학습격차 문제 제기···소득격차 주원인 지목
코로나19로 원격수업 도입···디지털 격차로 학습격차 심화
선진국도 학습격차와 원격수업 부작용으로 고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뉴노멀(New Normal·새 기준 또는 표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뉴노멀의 키워드는 디지털과 언택트(비대면)다. 원격수업과 재택근무는 일상이고 랜선 여행, 웨비나(Web과 Seminar의 합성어) 등 신조어가 속속 등장한다. 지금 인류의 삶과 역사는 디지털과 언택트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뒤따른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습격차가 최대 난제다. 물론 학습격차는 과거부터 존재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디지털 부유층과 빈곤층, 사회·경제적 부유층과 취약계층의 학습 간극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發 학습격차가 교육불평등과 교육양극화의 심화를 가속화시킨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제2의, 제3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계속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언택트 기반의 원격수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렇다면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불러온 학습격차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뉴스포스트가 5회에 걸쳐 학습격차의 원인과 문제점, 실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가 교육계의 최대 난제로 등장했다. 현재 학습격차를 두고 ‘교육의 진화과정’이라는 관점과 ‘코로나19의 부작용’이라는 관점이 교차한다. 그러나 학습격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됐다. 다만 코로나19가 학습격차를 심화시킨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이에 코로나19 특수상황을 감안하며, 교육의 진화과정 관점에서 학습격차를 풀어 가는 해법이 요구된다.

코로나19 우려 속에 올해 3월 새학기부터 유치원생, 초등학교 1학년·2학년 학생,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등교수업이 시작됐다. 등교수업 확대가 학습격차 해소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상황.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청운초등학교를 방문, 학생들의 등교를 지도했다. (사진 = 교육부)
코로나19 우려 속에 올해 3월 새학기부터 유치원생, 초등학교 1학년·2학년 학생,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등교수업이 시작됐다. 등교수업 확대가 학습격차 해소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상황.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청운초등학교를 방문, 학생들의 등교를 지도했다. (사진 = 교육부)

경제 발전으로 소득의 차이 발생···학습격차 보편 현상


2006년 2월 8일 교육부는 고(告) 노무현 대통령에게 업무계획을 보고하고 2006년을 ‘교육격차 해소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교육격차, 즉 학습격차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당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사회양극화 문제를 교육 측면에서 극복하기 위해 낙후지역·저소득층·소외계층의 학습격차 해소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안전망을 구축하고, 인적자원 경쟁력 제고를 통해 동반성장 기틀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면서 “지역 간·소득계층 간 학습격차를 해소하고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촘촘한 교육안전망을 구축, 누구도 낙오되지 않고 재도약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2006년을 ‘교육격차 해소의 원년’으로 선포했듯이 학습격차 현상은 코로나19 이전 2000년대부터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원인은 다양하다. 학생과 교사의 관심도와 역량의 차이, 신체 조건의 차이, 지역의 차이, 학교의 차이 등.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소득격차를 학습격차의 주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 류방란 전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2006년 9월 4일 교육안전망지원센터 개소 기념 세미나에서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안전망’ 주제의 발표를 통해 부모 소득을 5분위로 구분했을 때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소득수준별 학업성취 격차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고교를 기준으로 ‘소득이 가장 낮은 가정’ 학생의 성적 하위 25% 포함 확률은 ‘소득이 가장 높은 가정’ 학생에 비해 2.6배 높았다.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가정’ 학생의 성적 상위 25% 포함 확률은 ‘소득이 가장 높은 가정’ 학생에 비해 4.6배 낮았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발전하며 소득의 차이가 발생, 소득격차에 따른 학습격차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고 진단한다. 이는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일찌감치 입증됐다. 영국의 교육자선단체 서튼재단(Sutton Trust)이 2016년 발표한 ‘국제적 불평등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국의 교육수준 격차는 지난 50년 전보다 확대됐다. 즉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상대적으로 빈곤한 가정환경’ 출신의 학생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가정환경’ 출신의 학생에 비해 8개월 뒤처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New York Times>도 2012년 2월 기사에서 “미국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많이 노력한 결과 백인과 흑인의 학업격차는 줄어든 것으로 연구에서 밝혀졌다. 반면 빈부에 따른 격차는 오히려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빈부에 따른 격차는 학부모의 학습과 학교 참여 정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보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400시간 이상을 책 읽기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로 소득 양극화 출현


다만 문제는 소득격차에 따른 학습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심화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소득 양극화 현상, 일명 K자형 양극화 현상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소득 양극화 현상은 자녀의 사교육 참여를 결정짓고, 사교육 참여 여부는 학습격차의 1순위 요인으로 작동한다. 소득격차에 따라 학습격차가 심화되는 이유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 분야 양극화 추이 분석 연구’ 자료(2월 24일 발표)를 보면 ‘이동성 감소(불균등 배분)’의 변동성 지수(2010년 대비 2020년 변화 수준)가 117.3을 기록했다. ‘이동성 감소(불균등 배분)’의 변동성 지수는 교육 분야 양극화 측정 지표의 하나다. 소득 하위 20% 집단이 교육 분야 핵심 지표에서 상위 20%에 포함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변동성 지수가 100보다 높을수록 양극화 정도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이 2020년 5월과 6월 만 19세 이상 70세 미만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육 분야에서 과거 10년보다 현재에 양극화가 심화됐다’라는 항목에 응답자의 76.0%가 ‘그렇다’고 동의했다. 교육 양극화가 가장 심한 영역으로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66.8%)’가, 교육 분야 양극화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으로 ‘가정별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53.9%)’가 각각 1순위로 꼽았다.

이어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정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라는 항목에 77.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가정형편이 좋은 학생들의 성적이 높은 편이다’ 항목에는 75.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가정형편과 상관없이 개인의 노력으로 원하는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 항목에는 25.7%만이 동의했다.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교육복지연구실장은 “조사 결과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비관적 전망, 불안의 정서를 보여준다. 이러한 응답 경향은 교육 분야에서도 일관된다”면서 “사회에서 안정적인 중간층이 줄고, 학업 성취나 지위 획득 면에서 개인의 노력보다 가정 배경의 영향이 커지는 현상이 초래할 사회적 갈등이나 소외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의 분석 결과 수학과목과 영어과목 기준으로 2019학년도 성적 중위권 학생들이 2020학년도 성적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이동,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가 심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자료 = 부산시교육청)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의 분석 결과 수학과목과 영어과목 기준으로 2019학년도 성적 중위권 학생들이 2020학년도 성적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이동,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가 심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자료 = 부산시교육청)

코로나19로 원격수업 도입···원격수업 불평등성 초래


지난 2월 5일 ‘2021 경제학공동학술대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2021 경제학공동학술대회’에서 한국사회보장학회 기획세션 발표를 통해 원격수업의 불평등성을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원격수업의 불평등성은 ▲원격수업의 인프라 차이(가정 간 차이, 학교 간 차이) ▲원격수업의 질 차이(학교 간 차이, 교사 간 차이) ▲원격수업의 적합도 차이(상위권 vs 중하위권, 일반학생 vs 장애학생)로 구분된다.

김 교수는 “(원격수업 도입으로) 평등한 배움의 장으로서 학교가 폐쇄, 공교육의 형평화 기능이 마비됐다”며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면 격차가 커진다. 집에 무선 인터넷망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PC, 태블릿 등의 장비가 없는 학생들은 교육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려운 이가 더 어려워진다”면서 “장애로 인해 더 밀착되고 세심한 대면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원격교육은 전혀 효과적인 대체물이 되지 못한다.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의 상당수가 난독증 등의 학습장애나 의사소통 장애를 갖고 있는 특수교육 대상일 수 있는데, 이에 맞는 특수교육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학습격차의 심화 원인이라는 데에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14일까지 학부모 9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87.2%는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가 심해졌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초등학생 저학년 학부모 85.4%, 초등학생 고학년 학부모 88.3%, 중·고등학생 학부모 89.1%로 나타났다. 또한 학부모의 57.9%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원격수업으로 등교수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존의 소득격차에 더해 디지털 격차까지 겹쳐 학습격차가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즉 학습격차를 코로나19의 부작용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김희삼 교수는 “가정의 학습지원 여부가 원격교육의 학습효과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학부모가 원격수업 기간 도중 가장 어려움을 느낀 것은 가정 내 학습과 생활을 지도할 사람의 부족”이라면서 “한국의 경우 적절한 교육용 소프트웨어 확보는 OECD 평균 미만이고 디지털 장비로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 확보와 교사에 대한 전문 지원은 평균 이하다. 기술 지원 인력의 확보는 최하위권“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학습격차와 원격수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영국의 교육기준청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중단되면서 아동들의 돌봄과 교육 피해가 막심하다. 사진은 아동들이 떠난 뒤 적막감만이 나도는 빈 교실. (사진 = 픽사베이)
선진국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학습격차와 원격수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영국의 교육기준청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중단되면서 아동들의 돌봄과 교육 피해가 막심하다. 사진은 아동들이 떠난 뒤 적막감만이 나도는 빈 교실. (사진 = 픽사베이)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와 원격수업 부작용은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The Guardian>에 따르면 영국의 교육기준청(the Office for Standards in Education, Children‘s Services and Skills)은 2020년 9월부터 영국의 전 연령대 아동에게 코로나19 확산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해당 조사 결과 학부모가 유연 근무 불가능으로 자녀를 도와줄 수 없는 아동들이 돌봄과 교육에서 가장 타격을 크게 받고 있다. 장애아동들은 연령을 막론하고 타격을 심각하게 받고 있다. 아만다 스피엘만(Amanda Spielman) 영국 교육기준청장은 “봉쇄령으로 인해 휴교가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대다수의 아동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교육적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AP News>에 따르면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주 최대 학군 그린빌 카운티(Greenville County)는 2020년 낙제 점수(failing grade) 학생 수가 2019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AP News>는 버크 로이스터(Burke Royster) 그린빌 카운티 교육감의 말을 인용, “2019년 1분기에는 5300명의 학생이 최소 1개 이상 과목에서 낙제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7만 5000명의 학군 학생 가운데 1만 6047명의 학생이 2020년 1분기에 최소한 1개 이상 과목에서 낙제 점수를 기록했다. 낙제 점수를 받은 학생의 7481명은 모든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원격수업이 유치원 학생의 학습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수잔 프렌티스(Susan Prentice) 매니토바대(University of Manitoba) 사회학과 교수는 <CBC News>와의 인터뷰에서 “아동은 놀이를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에서 대부분 아동이 엄청난 학습 손실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아동들은 진짜 교실에서, 진짜 책상에 앉아 보는 경험을 할 수 없다. 쉬는 시간이어도집의 다른 방으로 가거나 뒷마당에 나가보는 것이 전부인 생활을 하고 있다. 유치원에서 친구를 사귀어도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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