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의 일탈과 반칙 근절 위해 승자독식 사회구조 혁파 필요
대입 전형의 공정성·투명성 감독 강화로 흙수저에게 기회 보장
기업의 채용문화 스펙과 능력 중심에서 인성 중심으로 전환
정부 지원 기반 우수 중소기업 육성으로 흙수저에게 기회 확대
BTS(방탄소년단)의 노래, ‘불타오르네(FIRE)’의 가사를 보면 “그 말하는 넌 뭔 수저길래 수저수저 거려 난 사람인데”라는 가사가 있다. 일명 수저사회의 폐단을 비판한 것이다. BTS의 노래에도 등장하듯이 이른바 대한민국은 수저공화국이다. 부모의 재산이 자녀의 수저 색깔을 결정한다. 수저의 색깔은 개인의 운명을 좌우한다.
물론 금수저라고 무조건 비판 대상이 아니다. 반면 흙수저라고 절망의 대상만은 아니다. 하지만 수저의 색깔로 출발선과 기회가 불평등하다면, 대한민국은 공정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수저사회의 폐단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뉴스포스트가 총 5회에 걸쳐 수저사회의 현주소와 폐단을 점검하며, 대한민국이 수저사회를 넘어 공정사회로 나아갈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금수저이면서도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부모로부터의 혜택을 스스로 거부하며 정정당당하게 경쟁에 임하는 건강한 청년들이 있다. 아울러 소수이긴 하지만, 흙수저로 태어나 각고의 도전과 노력 끝에 자신의 꿈을 성취한 이들도 있다. 어느 사회나 개인 개인에게 운신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물샐틈없이 꽉 짜인 사회는 없다. 좁지만, 늘 숨 쉴 여지와 도전의 공백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개인적 노력에만 매몰돼 구조적 해결을 위한 연대활동이나 거시적 노력을 외면하는 것이다.”(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
“기업의 목표와 전략에 적합한 MZ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기업의 꼰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는 대졸자를 비롯해 흙수저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 국내외 대학을 모범적으로 졸업하고 좋은 스펙을 많이 갖추고도 대기업은 물론 주요 중소기업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수 중소기업이 늘어나면 청년들이 대기업으로만 눈을 돌리지 않고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오세조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
수저사회의 폐단을 해결할 묘안이 무엇일까? 금수저의 부와 직업 대물림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다고 강제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 문제는 일부 금수저의 일탈과 반칙이다. 부와 직업의 대물림이 정당하게 이뤄진다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의 가치가 존중되는 것이 마땅하다. 반면 흙수저에게 평등의 가치만 강조할 수 없다. 흙수저를 무조건 동정과 지원의 대상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자유와 평등의 저울질에서 균형추를 맞춰야 한다. 뉴스포스트는 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현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오세조랩 주식회사 대표이사 회장)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학·교육학 관점과 경제학·경영학 관점에서 수저사회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진입 경쟁에서 공정성 확보···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대상 지원 확대”
일부 금수저 집단의 일탈과 반칙은 인식의 왜곡에서 비롯된다. ‘내 자식만 잘되면 불법과 부정도 상관없다’는 금수저 부모의 인식이 ‘특권과 특혜를 당연시하는’ 금수저 자녀의 인식으로 이어진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는 SNS에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글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홍덕률 대구대 전 총장은 금수저의 일탈과 반칙 근절을 위해 금수저의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홍 전 총장은 “사회적 상층의 기성세대와 교육계는 금수저 자녀와 학생에게 ‘특권과 특혜에 기대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경쟁에 임하는 것이 가치 있는 자세’라고 가르쳐야 한다. 금수저 본인들도 ‘정정당당한 경쟁에서의 패배’를 ‘특권과 특혜를 통한 부당 승리’보다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금수저의 일탈과 반칙을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홍 전 총장은 승자독식의 사회 구조 혁파를 제안했다. 과도한 경쟁체제, 일등주의 제도와 문화에서 극소수의 승자가 사회의 희소가치(부·소득·지위)를 독식한다는 지적이다. 홍 전 총장은 “과도한 경쟁체제, 일등주의 제도와 문화를 고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피로사회, 과로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승자든, 패자든 모두에게 불행한 삶을 강제한다”면서 “변화와 혁신은 궁극적으로 거대한 의식혁명을 필요로 한다. 교육계, 언론계, 종교계 등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공정사회, 대물림 거부, 의식혁명’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회, 따뜻한 자본주의’ 운동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수저는 흙수저에 비해 출발선부터 유리하다. 이에 기회의 공정성 보장이 사회적 과제다. 출발선은 달라도 기회가 공정하게 보장되면, 흙수저에게도 희망은 존재한다. 홍 전 총장은 “모든 진입 경쟁에서 공정성 확보와 사회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 학교 입학, 특히 소위 명문고·명문대 입학과 양질의 일자리 진입 등에서 ‘공정 경쟁’ 원칙이 작동하도록 절차와 규칙을 투명하게 관리·집행해야 한다. 권력자나 관리자의 자의적 판단 여지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홍 전 총장은 기회의 공정성 보장을 위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첫째, 능력의 개념 재정립과 다양화다. 홍 전 총장은 “지금 우리 사회는 ‘능력=학력(學歷)’의 개념 위에 서 있다. 그것도 ‘학력(學力)’이 아닌 ‘학력(學歷)’을 능력의 지표로 받아들인다”며 “우리 사회를 특징짓는 학력주의(學歷主義) 사회, 학벌사회, 학력(學歷) 경쟁, 사교육 전쟁 등도 모두 학력(學歷)을 능력으로 받아들이는 관행과 문화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학력은 ‘學力(학문의 실력 또는 역량)’을 뜻한다. 그러나 홍 전 총장은 학력을 ‘學歷(공부한 이력)’으로 표현했다. 무슨 의미일까? 홍 전 총장은 學歷의 구성 요소로 졸업 학교의 위계 수준(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과 평판 수준(SKY대학-In 서울 대학-지방대학)을 꼽았다, 쉽게 말해 學歷은 ‘공부 스펙’으로 이해될 수 있다. 공부에 대한 개인의 역량과 실력이 아니라 공부 스펙이 우리 사회에서 학력으로 인정된다는 것이 홍 전 총장의 진단이다. 이에 홍 전 총장은 학력의 개념을 學歷에서 學力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홍 전 총장은 “學力은 실제 지식의 양, 지식의 질, 지식을 문제 해결에 적용·활용하는 능력, 창의력의 개념”이라면서 “또한 능력은 학력(學力)만이 아니다. 능력 구성 요인으로 學力 외에 예술적 역량, 체육 역량, 소통 역량, 감수성, 창의력, 배려 역량, 함께 하는 역량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대입 전형의 공정성·투명성 감독 강화다. 현재 대학 입학이 스펙 경쟁에 매몰되고 있다. 금수저에게 대학의 문은 자동문이다. 반면 흙수저에게는 철옹성이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사교육을 결정하고, 사교육이 대학 입학에 영향을 미친다.
홍 전 총장은 “대학의 입학전형이 다양해지면서 대학의 자의적 판단 영역이 넓어졌다. 그러나 입학전형 다양화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행사되지 못해 금수저의 부모 찬스가 작동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며 “SKY 대학, 인 서울 대학 등 입학 경쟁이 치열한 대학도 입학전형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허용하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키지 못해 물의가 야기될 때 처벌과 불이익 처분은 혹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있다. 과거에 교육은 개천용의 최후 보루였다. 그러나 이제 옛말이다. 교육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전 총장은 교육의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을 위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눈을 돌리자고 주장했다.
홍 전 총장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자녀들이 교육의 영역에서만큼은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이미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제는 순수학문 분야의 학비 부담 해소와 공영형 사립대학 제도 도입·확대, 사회적 취약계층 자녀의 학비 부담 완화 확대 등 대학교육의 무상교육화까지 단계별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MZ세대 특성 맞춰 기업의 채용문화 개선···중소기업 육성으로 기회 확대”
취업난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비계인(인턴·비정규직·계약직을 반복하는 청년), 호모 스펙타쿠스(취업 불안감에 끊임없이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청년) 등 취업난 신조어가 다양하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금수저의 채용 비리와 특혜는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흙수저의 좌절감도 크다. 따라서 수저사회를 넘어 공정사회로 가기 위해 채용 비리와 특혜를 근절하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법과 제도로 채용 비리와 특혜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근원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기업의 채용문화 개선에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오 교수는 “기업의 채용문화는 기업의 성공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MZ세대의 성향을 잘 파악, 이들을 영입할 수 있는 조직과 채용문화가 필요하다”면서 “기업의 목표와 전략에 적합한 MZ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의 꼰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MZ세대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통칭한다. 오 교수에 따르면 MZ세대의 특징은 일의 가치와 의미를 중시하고,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추구하며, 워라밸을 강조하고, 자신의 성장을 도와주는 리더를 선호한다.
반면 꼰대 조직문화의 특징은 수직적 의사결정과 소통을 고수하고, 학연·지연·가족연 등의 파벌과 파워 집단이 강하고, 사업부의 사일로(지하설비 또는 저장고·사업부의 이윤 독점 이기주의를 의미) 영향이 크며, 과거의 경험만 중시하거나 사회 변화·세대별 차이를 무시하고, 무경쟁(무사안일·연공서열)과 편리함(기득권 유지)을 추구한다. 꼰대 조직문화의 파벌과 파워 집단 특징이 일부 금수저의 채용 비리와 특혜 원인이다. 그러나 현재의 청년세대가 MZ세대로서 구직자 집단과 소비자 집단을 형성하다는 점에서 기업의 채용문화가 변화하지 않으면, 기업이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 오 교수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채용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일부 금수저의 채용 비리와 특혜가 근절되고, 흙수저에게 기회의 공정성이 보장될까? 이를 위해 오 교수는 ‘융합혁신 조직문화’와 ‘인성 중심의 채용’을 제안했다. 오 교수는 “융합혁신 조직문화란 시장(고객)지향적&DB지향적 경영 사고, 공정 가치, 상생의 생태계, 시너지를 추구하고 공정 경쟁 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영입한다”며 “인재를 채용할 때는 능력보다 인성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오 교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채용문화를 소개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영철학은 ‘제1조: 일은 즐거워야 한다. 일은 놀이다. 즐겨야 한다’, ‘제2조: 일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생각해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 ‘제3조; 사람이 중요하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로 규정된다. 즉 유머경영을 추구한다. 이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인재 채용 기준은 유머감각, 팀워크, 친화력이다.
오 교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 직원 선발 인터뷰에서 ‘당신이 최근 직장 환경에서 어떻게 유머 감각을 발휘했는지 말해 달라’, ‘유머로 사용해 어려운 상황을 모면한 얘기를 해 달라’는 질문이 출제됐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와 옴니채널(소비자가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 등을 통해 상품을 검색·구매하는 서비스) 유통시대에는 친구처럼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인간 중심의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스펙과 능력 중심으로 직원을 선발하면 뭐 하나. 수 년 내에 이직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은 입사 후에 가르치면 된다. 기업의 채용문화에 맞춰 인성, 즉 사람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틀에 박힌 학점이나 스펙이 아니라 인성을 중심으로 선발하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 교수는 중소기업 육성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대기업 채용에 한계가 있으니 양질의 중소기업을 육성, 흙수저의 채용 기회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오 교수는 “대기업 취업은 문이 매우 좁고, 중소기업 취업은 봉급이나 처우가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어 선호도가 매우 떨어진다”며 “그러나 우수 중소기업이 늘어나면 청년들이 대기업으로만 눈을 돌리지 않고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오 교수는 정부의 지원과 역할을 주문했다. 오 교수는 “중소기업 정책마케팅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중소기업정책 중장기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관련 부처의 정책이 융합적으로 개발, 전개돼야 한다”면서 “특히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할 때 단순히 자금이나 교육 등 일시적이고 단편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중소기업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통합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연계, 공동브랜드 도입과 지속적 관리, 통합 유통과 물류 활용, 지역별 정부·학계·시민단체의 응집력 있는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성장·발전해야 봉급 수준이 대기업과 별 차이가 없고, 근무환경도 개선되고,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있어 유능한 청년들이 올 것이다. 자연스레 흙수저 청년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