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아이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사랑스럽죠”
소년원 학생 향한 편견 아쉬워...일반 학생과 다를 게 없어
잘못한 ‘한 장면’만으로 범죄 저지른 학생 평가하면 안 돼
소년범죄는 비이성적 범죄...촉법소년제도 없애도 사라지지 않을 것

촉법소년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최근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의 잔혹한 범죄들이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면서다. 이에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제도를 폐지하거나, 적용 연령 상한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촉법소년제도에 대한 각계각층의 주장을 들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소년원 학생들요? 사랑스럽죠. 일반 학생들과 다를 게 없어요. 수업하다 보면 학생들이 ‘쌤, 첫사랑 얘기해주세요’, ‘쌤, 수업시간에 이런 건 불편했어요’라고 말해요. 소년원 바깥의 학생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미성숙한 학생들이 저지른 ‘한 장면’만 놓고 평생 비난만 하면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심인섭 서울소년원 주무관은 소년원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버려달라고 주문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심인섭 서울소년원 주무관은 소년원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버려달라고 주문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심인섭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 주무관은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소년원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타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잘못을 저지른 미성숙한 학생을 교화하고 바른길로 인도하는 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멀지만 확실한 길”이라고 강조하면서다.

심 주무관은 “최근 소년원에 들어오는 학생들 가운데 정신적으로 아픈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집단폭행 등 언론과 SNS를 통해 소비되는 소년범죄의 이면에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무너지는 각박한 사회 현실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날 뉴스포스트는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소년원에서 심인섭 주무관을 만나 △소년범들에 대한 편견 △촉법소년제도 폐지 등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했다.
 


“소년원 아이들에 대한 편견, 가슴 아파”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 교정. 200여 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 교정. 200여 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현장에서 하고 계신 업무가 뭔가요?
“저는 서울소년원 학생 10명으로 이뤄진 한 반을 담당하고 있는 담임교사인데요. 소년원 학생들이 출원 후에 비행에 빠지지 않게끔 사회정착지원을 하는 업무도 겸하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소년원에서 학생들을 만났으니, 올해로 12년째네요. 서울소년원의 다른 이름은 고봉중·고등학교입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합쳐 모두 200여 명의 학생이 교과과정을 배우거나 직업훈련을 받고 있어요.”

- 촉법소년·범죄소년·우범소년 등 여러 소년범이 있는데, 어떤 학생들을 가르치시나요?
“말씀하신 개념적인 부류의 학생들 모두 소년원에 들어오고요. 저희 교사들은 현장에서 이들 학생을 만나죠. 소년원은 보호처분의 9호 처분과 10호 처분에 해당해요. 9호 처분은 최대 6개월, 10호 처분은 최대 24개월을 소년원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그래서 21살 대학생들도 있죠. 19세에 24개월 처분을 받고 소년원 안에서 21살이 된 학생들인데, 이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외부 기관과 연계해 대학등록금을 지원해주기도 합니다.”

- 갈수록 잔혹해지는 소년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 소년원 학생들의 모습은 어떤가요?
“소년원 학생들이 거칠고 품행이 바르지 못하다는 편견이 있는데요. 실제 학생들은 소년원 바깥의 학생들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 우리 학생들도 일반 학생들과 같이 수업시간에 ‘쌤, 첫사랑 얘기해주세요’, ‘쌤, 수업시간에 이런 건 불편했어요’라고 말해요. 물론 우리 학생들이 일부 상황에 따라서 거칠게 행동하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건 일반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몸과 마음이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요. 소년원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접하면 가슴이 아프죠.”
 


“소년원은 소년범 교화하는 가장 무거운 보호처분”


심 주무관은 학생들이 10인 1실을 사용하는 과밀수용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심 주무관은 학생들이 10인 1실을 사용하는 과밀수용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청소년들이 지은 범죄에 비해 소년원 처분이 가볍다는 비판도 있습니다만.
“법원의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있는데요. 소년원은 9호 처분과 10호 처분에 해당해요. 1호부터 8호까지의 사회 내 처분과 달리 소년원이라는 기관 처분은 많은 자유를 제한합니다. 외출이나 외박은 당연히 안 되고요. 시설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겁니다. 일반 학생들은 점심에 매점을 자유롭게 이용하지만, 소년원 학생들은 매점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또 핸드폰 이용도 금지고요. TV도 소년원 시설에서 편집해 틀어주는 것만 시청할 수 있습니다. 채널권이 없는 거죠.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의 여러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에 가장 무거운 조치입니다.”

- 외출이 금지됐다면, 기숙사 생활을 하나요?
“네. 서울소년원은 모두 200여 명 학생이 있는데요. 교과교육반과 직업훈련반으로 크게 나뉩니다. 또 그 안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나뉘고요. 학년별로도 나뉘고요. 그래서 10명의 학생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거의 뭐 군대 내무반이나 생활관 수준의 과밀수용인데요. 아무래도 혈기왕성한 소년들이다보니까 10명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어 24시간 선생님들이 관리하고 있죠. 외국 소년원을 보면 상당히 소규모로 운영하는데요. 최근 우리나라 소년원도 소규모 호실화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형편입니다.”

- 소년원 현장에선 어떤 교육으로 학생을 교화하는지요?
“‘교정교육’이라고 하는데요. 학생들 인성교육 중심입니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매주 진행합니다. 교과교육이나 직업훈련 과정과 병행하고 있습니다. 인성교육은 내부 강사와 외부 강사님들이 진행하시고요. 절도 예방교육, 폭력 예방교육, 미술치료 프로그램 등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심성을 순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어요.”
 


“소년원 학생들,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러워요.”


심 주무관은 잘못한 ‘한 장면’에 갇힌 시선으로 소년원 학생 전체를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심 주무관은 잘못한 ‘한 장면’에 갇힌 시선으로 소년원 학생 전체를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성인과 같은 형량으로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만.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란 내용인데요. 저는 우리 소년원 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이 학생들이 잘못한 ‘한 장면’만 보고 이 학생 전체를 평가해 버리고 비난하고 비판하면, 그게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잘못에 대한 책임도 져야겠죠. 하지만 동시에 소년원 학생들을 비난만 하지 말고 학생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교화해야 합니다. 그게 멀지만,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해요.”

- 주무관님은 흉악한 소년범죄를 다룬 언론 보도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저도 집에서 뉴스나 SNS로 그런 사건을 접하면 ‘저 녀석들 어떻게 될까?’, ‘커서 큰 범죄 저지르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도 들죠. 특히 2017년에 부산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때 큰 충격을 받았어요. 뉴스를 보는 그 5분 동안엔 화가 났지만, 그래도 제가 가르치는 학생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소년원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얘는 진짜 안 되겠다’거나 ‘진짜 흉악한 범죄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12년 동안 한 번도 없어요. 학생들 모두 자신의 인생에서 비이성적인 상황 놓여서 비이성적인 잘못을 저지른 ‘한 장면’을 갖고 있을 뿐이죠.”

- 촉법소년제도 폐지나, 연령 상한 조정에 반대하시겠군요?
“요즘 여러 소년범죄가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촉법소년제도를 없애야 한다거나, 연령 상한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거센데요. 저도 언론 보도를 보면서 ‘아휴 저 녀석들 왜 저리 잔혹하지?’, ‘이 녀석들 대체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이고요. 그럼 이 친구들에 대해서 처벌 위주로 갔을 때, 문제가 풀릴 것이냐? 가만히 생각해보면 얘네들을 다 집어넣는다고, 형벌을 받게 한다고 소년범죄가 줄어들까를 생각해보면 아니라고 봐요. 이수정 교수님도 앞선 인터뷰에서 지적했지만,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한 소년범죄는 계속 있을 거라고 봅니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소년원 출신 학생이 장학금 지원할 때”


심 주무관은 학생들이 10인 1실을 사용하는 과밀수용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출원한 학생들이 소년원에 장학금을 기부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하는 심 주무관.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소년원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뿌듯하실 때와 가장 힘든 순간이 궁금합니다.
“12년 정도 일하니까,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이 30대가 돼서 결혼하기도 하는데요. 이 친구들이 스승의 날에 찾아와서 인사를 해요. 또 소년원 출신 사회인들이 본인이 소년원에서 대학교 장학금을 받아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본인도 소년원에 장학금을 내겠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럴 때 뿌듯하죠. 힘든 순간은 소년원에서 잘 가르쳐서 내보냈다고 생각한 학생이 다시 사고를 쳐서 돌아왔을 때인데요. 힘이 빠지죠.”

- 끝으로 소년원 학생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소년원에 있는 대부분 학생이 사회가 요구하는 과정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10명 가운데 9명은 상벌점제에서 상점을 많이 받아서 조기에 소년원을 출원하고요. 그런데 몇몇 사례들만 보고 ‘소년원 학생들은 무조건 나쁘니까 성인과 똑같이 처벌하라’고 하는 말들이 안타깝습니다.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성장해서 사회의 반듯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있을 텐데, 너무 일면만 보고 편견을 갖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기사를 보면서 많이 가슴 아파합니다. ‘선생님, 다들 저희를 보고 욕해요’라고요.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봐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심인섭 서울소년원 주무관 약력
2009년 법무부 보호직 임용
現서울소년원
前서울소년분류심사원
前수원청소년꿈키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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