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 시행
개인 관심도 차이부터 가정환경 차이로 학습격차 발생
학습격차가 교육불평등·교육양극화 가속화 원인으로 작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뉴노멀(New Normal·새 기준 또는 표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뉴노멀의 키워드는 디지털과 언택트(비대면)다. 원격수업과 재택근무는 일상이고 랜선 여행, 웨비나(Web과 Seminar의 합성어) 등 신조어가 속속 등장한다. 지금 인류의 삶과 역사는 디지털과 언택트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뒤따른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습격차가 최대 난제다. 물론 학습격차는 과거부터 존재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디지털 부유층과 빈곤층, 사회·경제적 부유층과 취약계층의 학습 간극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發 학습격차가 교육불평등과 교육양극화의 심화를 가속화시킨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제2의, 제3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계속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언택트 기반의 원격수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렇다면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불러온 학습격차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뉴스포스트가 5회에 걸쳐 학습격차의 원인과 문제점, 실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학부모입니다. 최소한 온라인 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정해진 시간에 출석을 부르고, 대화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원격수업이라는 이름하에 아이 스스로 유튜브 자율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중학생 아이의 학부모입니다. 온라인 수업이 교사마다 천차만별이라 정말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신 반면 일절 수업을 안 하고, 다른 강사 수업을 계속 올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부실 수업으로 생기는 학습 결손은 어떻게 메꿔야 하나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현재 대부분 학교의 온라인 클래스는 그저 온라인 과제에 불과합니다. 진정 ‘온라인 클래스’ 이름에 걸맞은 수업을 해주세요.”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의 주요 민원 사례다. 코로나19 발생으로 2020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에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이 시행됐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원성이 높다.
원격수업 장기화와 등교수업 공백으로 학습격차 발생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2020년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학부모 38만 10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녀가 원격수업을 통해 충분한 학습을 받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 원격수업 만족 응답은 48%에 불과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이 2020년 11월 22일 시민참여단(학생 30명, 학부모 30명, 교사 30명, 일반시민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6.0%의 시민참여단이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 발생에 동의했다. 구체적으로 학습격차 발생에 동의하는 경우 ▲학업 수준별 격차(88.5%) ▲가정환경별 격차(86.5%) ▲경제적 계층별 격차(82.3%) ▲서울 시내 학교 간/지역 간 격차(79.2%) ▲온라인 학습 인프라별 격차(79.2%) 등 전 부문에서 격차가 심화됐다고 인식했다.
학습격차의 원인은 다양하다. 서울시교육청 설문조사의 시민참여단은 학습격차 원인으로 ‘개인·학부모의 학업 관심도 차이’(61.5%), ‘사교육 현황에 따른 차이’(51.0%), ‘가정의 경제적 여건 차이’(47.9%), ‘학교별 온라인 수업의 내용 차이’(41.7%), ‘부분 등교로 인한 온라인 수업 확대’(29.2%), ‘학습기기·인터넷 사용 등 온라인 수업 인프라 차이’(28.1%), ‘학교· 교사의 관심도 차이’(19.8%), ‘학군·지역사회 분위기 차이’(15.6%) 등을 꼽았다. 교육수요자별 응답 현황을 보면 학생 집단과 교사 집단에서는 ‘개인·학부모의 학업 관심도 차이’와 ‘사교육 현황에 따른 차이’ 응답 비율이, 학부모 집단에서는 ‘사교육 현황에 따른 차이’와 ‘가정의 경제적 여건 차이’ 응답 비율이 높았다. 일반시민 집단에서는 ‘개인·학부모의 학업 관심도의 차이’와 ‘가정의 경제적 여건 차이’ 응답 비율이 높았다.
가정환경 차이에 따라 원격수업 차이 극명
학부모 김유경(서울·43) 씨는 맞벌이 워킹맘이다. 초등학생 자녀의 원격수업을 도와주고 싶어도 여력이 없다. 근무 시간에 틈틈이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전부다. 평소라면 학교에서 수업을 받기 때문에 한시름 덜겠지만, 원격수업 이후 마음이 편치 않다. 김유경 씨는 “주위에 맞벌이 부부를 보면 원격수업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그렇다고 사교육을 시킬 상황도, 맞벌이를 포기할 상황도 아니라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가정환경의 차이가 원격수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경제적 부유층은 디지털 환경이 우수하고, 사교육의 도움을 쉽게 받으며, 부모가 자녀의 원격수업 지원에 투자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 반면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디지털 환경이 열악하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 어려우며, 부모가 자녀의 원격수업 지원에 투자할 시간과 여력이 부족하다.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장애인 가정은 원격수업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연스레 가정환경의 차이로 원격수업의 희비가 엇갈린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2020년 7월 경기도 소재 초·중·고 학생(2만 10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제적 수준 하(下) 가정 집단의 학생 약 30%는 ‘디지털 기기가 낡아 원격수업에 방해받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약 36%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 불편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경제적 수준 하(下) 가정 집단의 학생 약 23%는 ‘원격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한다’고 응답했다.
이정연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수준이 좋은 가정의 학생이 원격수업을 위한 디지털 기기 보유율이 높다”면서 “많은 학생들이 주로 집에서 원격수업에 참여하지만 경제 수준이 낮은 가정의 학생은 집 이외의 장소에서 참여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기 보유·성능과 원격수업 참여 장소의 차이는 원격수업 이해도의 차이로 이어졌다. ‘원격수업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고 불편하다’는 질문에 대다수 학생(75.8%)이 원격수업 내용 이해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답했으나, 경제적 수준 하(下) 가정 집단에서는 46.0%가 ‘이해가 잘 안되고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이해가 잘 안되고 불편하다’ 응답 비율은 경제적 수준 중(中) 가정 집단 24.4%, 경제적 수준 상(上) 가정 집단 17.1%였다.
‘원격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주로 어떻게 해결하는가’ 질문에는 경제적 수준 하(下) 집단 가정의 학생 26.5%가 ‘혼자 해결한다’고 응답했다.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간다’가 22.4%로 뒤를 이었고 ‘보호자 도움’은 13.4%였다. 경제적 수준 상(上) 가정 집단 학생은 ‘보호자로부터 도움을 받는다(34.2%)’가 1위를 기록, 대조적이었다. 가정경제상황별 코로나19 이후 사교육(학원, 과외, 온라인 강의 등 유료학습) 시간 증가 비율은 경제적 수준 상(上) 가정 집단에서 30.9%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경제적 수준 하(下) 집단은 24.3%로 가장 낮았다.
이정연 연구위원은 “경제 수준이 높은 가정에서 사교육 시간이 더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모든 학교급에서 동일하게 나타났고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증가 비율도 높아졌다”며 “가정의 경제수준이 좋을수록 코로나19 이후 사교육을 더 많이 시킨다는 것이 드러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습격차 ‘심화’로 교육불평등, 교육양극화 ‘가속’
학습격차, 그리고 학습격차에 따른 교육불평등·교육양극화의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제기됐다. 가정의 소득 수준이 최대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나영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지표연구실 부연구위원이 한국교육개발원의 이슈통계 보고서 ‘통계로 본 교육격차의 현황(2021년 1월 발간)’에서 가정의 소득 수준에 따라 학교급별 수학 학업성취도 변화양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고소득 가구 집단의 수학성취도가 높았다.
또한 기초생활수급 대상 학생 비율 2% 미만 중학교(평균 가정소득 수준이 높은 학교)와 10% 이상 중학교(평균 가정소득 수준이 낮은 학교)의 성취 수준별 학생 비율을 비교한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국어 3.1%와 5.9%, 수학 7.0%와 17.2%, 영어 1.8%와 5.1%로 각각 나타났다. 우수학력 학생 비율은 국어 49.5%와 33.3%, 수학 32.1%와 9.3%, 영어 41.8%와 13.2%였다. 또한 기초생활수급 대상 학생 비율 2% 미만 고등학교(평균 가정소득 수준이 높은 학교)와 10% 이상 고등학교(평균 가정소득 수준이 낮은 학교)의 1수준(노력 요망) 학생 비율은 국어 2.7%와 7.9%, 수학 5.9%와 17.0%, 영어 2.0%와 8.1%로 집계됐다. 4수준(우수학력) 학생 비율은 국어 41.4%와 18.5%, 수학 43.9%와 16.6%, 영어 54.8%와 25.3%로 나타났다.
김나영 부연구위원은 “기초생활수급 대상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일수록 우수학력(4수준) 학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1수준)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기초생활수급 대상 학생 비율이 낮은 학교와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가정의 소득 수준 차이가 학습격차의 주원인으로 작용한 데 이어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과 등교공백 장기화가 학습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 결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21학년도 서울대 정시 합격자 803명에서 3수생 이상은 133명(16.6%)이었다. 2013학년도 서울대의 정시 자료 공개 이후 역대 최고치다. 반면 재학생 비율은 37.1%(298명)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학습격차가 재학생보다 3수생 등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이에 코로나發 학습격차 해소는 교육계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은 “코로나19로 학교 현장에 원격수업이 도입되고, 등교수업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학습격차와 교육불평등이 심각해졌다”면서 “학생들의 학습격차는 점점 커질 것이다. 지금 당장 실효적 대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사회적 비용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획특집-층간소음]② ‘돌고 도는 악몽’...저마다의 사연
- [소통광장-촉법소년]③ 심인섭 서울소년원 주무관 “어휴 이 녀석들...”
- [박탈사회]① “지금은 LH 시대!” 금수저·건물주보다 ‘LH 사원증’
- [소통광장-학습격차]③ 교사·학부모·학생, 코로나시대 교육을 말하다
- [소통광장-학습격차] ④ 코로나發 교육불평등 해법 찾기 제언
- [소통광장-학습격차]⑤ 코로나가 쏘아올린 교육 문제, 선진국의 대처는?
- 국가교육위원회 첫발 뗐지만···‘편향성 논란 해소’ 숙제
- [기획-미래교육]① 비대면 수업에 대한 거대한 착각
- [기획-미래교육]③ ‘인터넷’ 세계 1위지만...코딩을 모르는 나라
- [위드코로나]② ‘공공의료 민간병원 협력’이 교육계에 던진 숙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