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최근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의 잔혹한 범죄들이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면서다. 이에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제도를 폐지하거나, 적용 연령 상한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촉법소년제도에 대한 각계각층의 주장을 들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최근 소년들이 저지르는 흉악 범죄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년범죄의 심각성은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검찰청 2020 범죄분석’에 따르면 소년 강력범죄(흉악) 발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소년들이 저지른 살인·강도·성폭력·방화 등 강력범죄(흉악)는 28.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년 무단횡단·무면허운전 등 교통범죄는 41.7%, 사기·절도·횡령 등 재산범죄는 18.2% 감소했다. 소년들의 범죄 양상이 날로 흉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잔인한 폭력으로 인생이 망가진 아들을 도와주세요”
지난해 12월 한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렸다. 학교폭력으로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도와달라는 호소였다. 청원에 따르면, 잠시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던 아들은 몇 시간 후 ‘외상성경막하출혈’로 다섯 시간이 넘는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다.
외상성경막하출혈은 교통사고 등으로 머리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지면 뇌와 경막 사이의 혈관이 파열돼 발생한다. 뇌와 뇌의 바깥 경막에 피가 고이는 매우 긴급한 질환인데, 조치가 늦어지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어머니는 청원을 통해 “가해 학생들이 아들이 자기들과 스파링하다 맞아서 기절했다고 말했다”면서 “기절했다고 인지한 가해 학생들은 119를 부르지도 않고 기절해 있는 아들을 방치한 뒤 장난치고 놀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자 물을 뿌리고 이리저리 차가운 바닥에 끌고 다녀, 아들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뇌손상이 크게 왔다”고 설명했다.
37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은 ‘스파링 가장한 학교폭력 엄중처벌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소년범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중대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해 형사처벌 강화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며 정부는 입법 논의를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노인폭행·살인·무면허운전...잔혹해지는 소년범죄엔 ‘촉법소년’이 있다
비단 위의 청와대 청원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새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소년범죄들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특히 ‘스파링 가장한 학교폭력 엄중처벌 청원’ 속 가해 학생들이 ‘중상해 및 공동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것과 달리, 어린 나이 때문에 형사처벌조차 받지 않는 ‘촉법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달 21일엔 경기 의정부경전철에서 소년들이 노인의 목을 조르고 넘어뜨리는 등 노인을 학대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져 공분을 샀다. 해당 영상 속 소년 두 명은 중학교 1학년(13살) 학생들로, 촉법소년들이었다.
촉법소년이 흉기로 친구를 살해하는 흉악 범죄도 있었다. 지난 2019년 12월 26일 경기도 구리시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촉법소년인 초등학교 5학년 A양은 ‘가족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동급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무면허운전으로 대구에서 서울까지 차를 몰고 달린 촉법소년도 있었다. 촉법소년인 13살 소년은 대구부터 서울까지 약 300km를 차를 몰고 달린 뒤 마트 문을 들이받고 도망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다행히 피해자는 없었지만 수천만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위의 사건을 일으킨 촉법소년들은 모두 형사미성년자인 까닭에 형사처벌을 면했다. 이들은 법원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거나 현재 보호처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소년들은 소년부 보호처분을 받음에 따라 처벌을 피하고 전과기록도 남지 않게 된다.
청와대 “처벌만이 능사 아냐” vs 여론 “촉법소년이라고 봐주면 안 돼”
소년범죄는 ‘범법소년’과 ’촉법소년’, ‘범죄소년’ 등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범법소년은 만 10세 이하이면서 형법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소년을 말한다. 이때는 의도를 가지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물론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다.
만 10세 이상부터 만 14세 미만인 소년범을 ‘촉법소년’이라고 하는데, 촉법소년들은 형사책임 연령에 달하지 않아 책임을 묻지 않는다. 다만 의도를 갖고 범법 행위를 했다고 보기 때문에 소년부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만 14세 이상부터 만 19세 미만이면서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범죄소년’이라고 한다. 범죄소년은 검찰의 판단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거나 보호처분을 받는다. 형사처벌을 받으면 법원에 기소돼 전과 기록이 남는다. 반면 촉법소년과 같이 법원 소년부 등을 통해 보호처분을 받으면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
이외 ‘우범소년’도 있다. 10세 이상 19세 미만에 해당하면서 아직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지는 않았으나, 그럴 우려가 있는 소년을 말한다.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는 행위 등을 하는 소년들이 해당된다. 우범소년은 아직 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저지를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소년범죄를 둘러싼 논란은 주로 ‘촉법소년’ 때문이다. 촉법소년들이 살인과 집단폭행, 방화, 성폭행 등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청와대·정부의 입장과 여론의 기류는 조금 다르다.
앞서 청와대는 ‘스파링 가장한 학교폭력 엄중처벌 청원’에 대한 공식 입장에서 “소년의 경우 엄벌만이 능사가 아니며, 보호와 관심을 통한 개선도 중요하다”며 “정부는 소년 교화와 사회 복귀를 위한 의견들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소년범의 형사처벌 강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교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소년범, 특히 촉법소년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요즘 소년범죄는 아이들 수준을 벗어났으니 형법을 고쳐야 한다”거나 “사람을 죽였는데 어른과 아이가 다르지 않다”는 등 촉법소년의 연령 하한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이번 기획 기사를 통해 현행 △촉법소년제도의 현주소 △국내외 촉법소년제도의 비교 △한국의 소년원 운영 실태와 소년범의 교화 현황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소년범죄 해결 방안 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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