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 인터뷰
스마트폰 등장에 사이버 폭력 증가
아이와의 대화 중요…그 속에 고민 있어
자녀에 대한 공부 필수…부모교육 중요해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지난 2월, 체육계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미투’가 연이어 연예계까지 번지며 ‘학교폭력’이 또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학년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학교폭력에 엮일까 걱정이 많다.

사실 학교폭력은 최근 대두된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2020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응답자 295만 명 중 9300명은 가해 경험이 있고, 2만6900명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자녀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뉴스포스트는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에게 학교폭력 실태 및 대처법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 인터뷰로 진행했다.

서민수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 대해 부모가 자녀에게 교육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사진=서민수 교수 제공)
서민수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 대해 부모가 자녀에게 교육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사진=서민수 교수 제공)

운동선수, 연예인의 학교폭력 폭로가 터지면서 최근 크게 이슈가 됐지만 사실 학교폭력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통계적으로 과거와 현재, 학교폭력의 유형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에 따라 매년 시·도교육감이 실시하는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 통계를 보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신체폭력’과 ‘금품갈취’등의 오프라인 유형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반면, ‘사이버 폭력’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등교는 물론 외출조차 쉽지 않았던 지난해에는 대부분 유형이 감소했지만, ‘사이버 폭력’만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죠. 이제 학교폭력이 ‘사이버 화’ 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어떤 요인이 있을까요.

가장 큰 요인은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으로 구별되는 ‘스마트폰’의 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학교폭력은 사회 변동에 따른 사회적 감수성에 민감한 영역입니다. 우리 사회가 인터넷으로 조립되고 스마트폰이 사회 모든 구간을 연결하는 시대를 만들면서 학교폭력 또한 큰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지난 2019년 개인적으로 진행한 「학교폭력 변천 과정과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 연구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이 학교폭력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즉 디지털 세대의 등장이 학교폭력의 유형을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등으로부터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출발점으로 '부모교육'을 꼽으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교폭력이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다보니 아이를 살피는 역할은 교사보다는 학부모가 해야 합니다. 또한 교육차원에서 보면 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교육의 개념과는 결을 달리하는 게 지금 아이들의 특징이죠. ‘디지털 세대’인 아이들의 ‘디지털 기술력’과 ‘디지털 학습력’ 그리고 ‘디지털 문화’는 매우 어렵고 복잡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부모가 자녀를 위해 공부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강조하는 대표적인 자녀 필수 교육 3가지를 꼽아주신다면.

중요한 질문이네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사이버 공간에 거주하다시피 하니 이에 대한 교육이 우선입니다. 먼저 부모는 아이에게 ‘사이버 공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필요가 있어요. 생각보다 아이들은 사이버 공간을 모르고 있으며 또한 잘못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이버 공간에 대한 ‘안전 불감증’이죠.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과 비대면성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요. 특히 범죄자 혹은 가해자들이 속이기 너무 쉽습니다. 이 공간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두 번째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입니다. 리터러시는 읽고 쓰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콘텐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요. 아이들이 즐겨찾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타인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비판적 사고’ 교육입니다. 아이들은 의심을 잘 안하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작정하고 접근하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아이는 상대의 호의와 공감에 쉽게 속아 넘어가기도 합니다. 사실 ‘비판적 사고’는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막강한 요인인데요. 단, 지나친 의심은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의심’과 ‘비판적 사고’는 구분해서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민수 교수는 '부모의 정체성'을 놓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사진=서민수 교수 제공)
서민수 교수는 '부모의 정체성'을 놓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사진=서민수 교수 제공)

아이의 안전을 위해 학부모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법, 제도는 무엇인가요.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학교폭력예방법」과 「아동복지법」 그리고 성 관련 법률인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정도는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또한 학교생활과 관련해서는 「초·중등교육법」도 관심을 가져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예전에는 법이 특권 계층의 영역이었다면 지금은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생활영역이 됐어요. 이제 부모에게 법은 상식입니다. 물론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법 전체를 외워서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관심’입니다. 최소한 자녀와 관련한 법률에 관해 관심을 가지면 필요할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학교폭력 처리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처리 과정에서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부모님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드리면 ①학교폭력 피해 발견 ②학교폭력 신고 ③ 학교 전담기구에서 사안 조사(가·피해 학생 및 목격 학생 등) ④ 경미한 사안 경우 학교장 자체 해결제로 종료 ⑤경미한 사안이 아닌 경우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심의 요청 ⑥ 교육지원청 주관 심의위원회 개최 후 가·피해 학생 조치 결정 순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대목은 바로 ‘피해 회복’입니다. 학교폭력 처리 절차는 피해 학생 중심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결국, 피해 학생의 진정한 회복을 목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되죠. 어쩌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미투’ 또한 학교폭력 피해 당시 사과해야 할 시기에 사과하지 않았고, 회복할 할 시기에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거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잘못된 부모 대응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부모의 편견어린 시선 아닐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님들은 “누가 우리 아이를 무시하는 건 아닐까”라고 걱정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집에서 무시를 많이 당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폭력 때문에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네 행동에 문제가 있는 거 아냐?”라고 오히려 아이를 몰아세우는 경우도 있죠. 이렇듯 부모가 아이에게 편견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의 성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고, 기본적인 ‘자아 정체성’이나 ‘탄력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학교폭력 피해를 보는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행동 유형이 있나요? 부모가 아이를 관찰할 때 체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사실 아이들은 피해 사실을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그 증후는 쉽게 나타납니다. 정작 부모님들이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말씀하시죠. 아이를 관찰할 때 이 3가지를 구분해서 체크해주세요. 우선 첫째는 ‘언어’입니다. 아이가 사용하는 ‘언어’는 고정적인 틀이 있죠. 그런데 폭력 등 피해를 보게 되면 언어가 달라집니다. 아이의 언어가 갑자기 거칠 거나 순하거나 평소와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지를 살펴주세요. 또한 극단적인 표현을 보인다거나 평소와는 다르게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지를 체크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행동’입니다. 평소 아이가 집에서 하는 행동 패턴과는 다르게 방에서 옴짝달싹하지 않는다든지 아니면 잘 하지 않던 외출을 빈번하게 한다든지 하는 행동에서 징후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공간’입니다. 아이의 공간은 결국 ‘방’이죠. 생각보다 부모님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의 방에 관심을 멀리합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보게 되죠. 하지만 생각보다 아이 방에는 보물찾기 같은 숨어 있는 단서들이 많습니다. 당장 서랍과 서랍 사이 공간이나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 사이에도 많은 것들을 숨겨놓기도 하죠. 그 외에 외형적으로 피부 트러블이나 부스럼 같은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심리적 고통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신체적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부모의 걱정은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를 보면 어떡하나'입니다. 그러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데요. 사실 학교폭력은 '장난'으로 포장되지만 당하는 아이 입장에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부분을 알려줘야 할까요.

이제 우리는 ‘피해자 감수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사실 이슈가 되는 ‘학교폭력 미투’ 또한 피해자를 주목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죠.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가해, 피해 학생 부모님들은 자기 자식을 챙기기 바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 싸움이 부모싸움이 되곤 하죠. 하지만 내 자식 중심에서 피해 학생 중심으로 시선을 고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학교폭력 미투’에서 새로운 교훈을 얻었어요. 바로 ‘사과해야 할 시기에 사과하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해야 할 시기에 회복하지 못한 점’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의 시계는 멈춰있었고, 가해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던 것을요. 우리 자녀에게 피해자를 공감하는 감수성을 갖도록 도와주세요. 특히 학교폭력 피해는 피해 학생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 학생을 둘러싼 많은 사람의 피해라는 인식도 가르쳐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개인적인 시간이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부모와 자녀와의 소통은 단절됩니다. 그러면서 힘들고 아픈 부분을 숨기고 혼자 끙끙 앓게 되죠. 아이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부모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상담을 요청하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본인은 부모에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고민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거꾸로 아이의 고민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말하죠. 어떤 상황일까요. 고민이 있는 아이는 부모에게 “엄마, 바빠?”, “아빠, 뭐해?”라고 말을 겁니다. 근데 사실 이 짧은 질문 안에는 “엄마, 사실은 내가 학교에서 친구랑 문제가 생겼는데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라는 긴 문장이 줄여져 있는 셈이죠.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줍어하며 용기내는 것을 주저합니다. 특히, 부모에게 고민을 말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죠. 지금 우리 아이에게 중요한 건 아이가 부모에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가족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표현하지 않는 자녀는 그만큼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로 대화를 이끌지 마세요. 아이의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시면 됩니다. 경청은 힘들지만 아이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오늘부터 아이의 사소한 몸짓과 질문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인 대화법을 소개해 주신다면?

아이와의 대화에서 효과적인 방법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는 자체를 자신 없어 하고 수줍어하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저는 부모님들께 무엇보다 부모의 ‘리액션’을 많이 요구합니다. 아이를 위해 부모의 표현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들어 ‘손하트’나 ‘엄지척’ 같은 것 말이죠. 이런 행동이 생각보다 자녀에게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부모의 표현이 아이와의 대화를 부드럽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완성되면 일상적인 대화는 저절로 잘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폭력 관련해서 다양한 상담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제가 지금까지도 새벽 2시까지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던 사례입니다. 8년 전, 제가 청소년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인데요. 어느 날 새벽, 한 중학교 1학년 여학생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달랑 ‘ㅋㅋ’ 두 글자만 있더군요. 처음에는 장난인가 싶었지만 그 아이의 문자를 지나칠 수 없어 한참을 고민한 끝에 ‘ㅋㅋㅋㅋ’라고 답장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바로 ‘ㅋ’을 8개 보내더라고요. 서로 2~3번 ‘ㅋ’만 주고받았고 몇 분 뒤 그 학생이 300개 정도의 ‘ㅋ’과 ‘안녕히 주무삼’을 보내며 대화가 종료됐습니다. 저는 그때 ‘학생들은 이런 장난을 좋아하는구나’하고 넘겼는데요. 이후 그 학생이 3개월 후에 다시 연락을 해온겁니다. 저에게 친구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요. 그 학생의 용기 덕분에 피해를 중지시킬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ㅋㅋ’을 무시하지 않고 대했던 저 자신에게 고마웠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와의 소통은 단계를 거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아이가 보내는 다양한 전달물질은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자음 하나라도 말이죠.

마지막으로, 지금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는 부모님들에게 “여러분들은 왜 부모를 선택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합니다. 그럼 부모님들은 답변을 망설이시죠. 부모를 선택한 것 같지 않은 데 “왜 선택했냐”라고 물으니 쉽게 답이 나오지 않을 수밖에요. 그런데 우리는 배우자와 결혼을 약속할 때 마음속으로 좋은 부모도 되겠다고 다짐을 했을 겁니다. 살아오는 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셈이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부모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입니다. 부모는 부모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부모의 역할과 교육을 찾게 되지요.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부모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부모라는 역할은 큰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도 이해하고 다짐해야 하죠. 오늘부터 부모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아이를 바라보는 생각이 다양해지고 효과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 서민수 교수 

대한민국 경찰관

경찰인재개발원 학교폭력‧소년법 담임교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겸직

청소년 자치단체 [청.바.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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