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겪은 학교폭력의 유형, 은따·돌림따의 기억
“학폭 고발 하자 ‘너 재수할거야?’ 협박...평생의 상처로”
“미투는 알면서도 묵인했던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스포츠계를 시작으로 연예계와 인플루엔서까지 연달아 학교폭력(이하 학폭) 고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유명인들의 학폭 의혹이 수면 위로 등장하면서, 자신의 학폭 경험담을 고백하는 계정도 늘고 있다. 90년대 생들에게 학폭은 흔한 일이었다. 그 시절의 학교폭력의 유형과 결과 그리고 현재의 20대의 생각을 취재했다.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기사에는 누군가에게 트라우마를 유발할 요소가 있음을 알린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그래픽=뉴스포스트)

서열로 일어나는 학교 폭력

학교에서 노는 아이 일명 ‘일진무리’라고 불리는 집단이 빵셔틀, 금품갈취, 폭력 등을 일삼는 것이 학교 폭력이다. 금품갈취는 돈 외에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알’ 그 후에는 ‘데이터’를 선물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후 통신사가 미성년자의 데이터 선물을 막았다. 그러나 교실에서 핫스팟을 켜두게 하는 형태로 진화하며 교실 내의 갈취는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단체 메신저 방에 가둬 메신저를 계속 보내기도 한다. 채팅방을 나가면 초대를 다시 반복하는 방법으로 괴롭힌다. 이른바 메신저 폭탄이다.

서열에 의한 학교폭력은 ‘금전을 갈취 당했다’, ‘물리적 폭행을 당했다’ 같은 직접적인 행동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드러난다. 또한 피해자도 다수 존재할 수 있다. 김 모(25)씨는 “브랜드 운동화를 신은 친구에게 “내 운동화랑 바꿔신자”라며 자신의 신발과 바꾸고 돌려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 체육시간에 피구를 하면 공을 달라고 해서 친한 애들끼리만 서로 공을 돌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햇수를 거듭할수록 악랄하고 치밀하게 변하기도 한다. 그들의 학교폭력은 은근하고 치밀한 권력행위의 연속이다. 학급 내에 친구들을 가리지 않고 말을 거는 모습이 선생님에게는 ‘사교성이 좋다’ 내지는 ‘착하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실상을 파악해보면 피해 학생을 가리지 않고 ‘빌린다’는 말을 차용해 다양한 물건들을 갈취한 것이다.

이 유형은 비교적 학폭위를 소집하기 쉬운 편에 속한다. 누가 보기에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뚜렷하며, 목격자의 진술이나 학교폭력 증거를 수집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습 분위기 조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부모회의에서 먼저 불량서클 해체 등의 안건으로 학교를 압박하기도 한다.

학창 시절에 흔했던 학교폭력, 은따

은따, 이른바 은근한 따돌림이다. 말을 하면 그 외에 사람들끼리 시선을 주고받고, 말을 걸면 무시하거나 비웃으며 소외감을 조성한다. 피해자는 명확하지만 가해자는 뚜렷하지 않은 유형이다. 때리거나 돈을 뺏는 물리적인 폭력은 없지만 소외감을 조성해 피해자를 괴롭힌다. 이 유형은 반 전체가 가해자이자 방관자이므로, 인지 자체가 어렵다. 이미 가스라이팅이 함께 이루어졌을 가능성 또한 다분하다. 피해자가 소심해서, 피해자가 말을 잘 못해서 등의 원인이 있어서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또한 스스로를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사회성이 없을까’, ‘내가 왜 그 말을 해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었을까’하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피해자가 먼저 학교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않지만, 학교 측에서도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가해자가 모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도리어 섣불리 학교에서 개입했다가 따돌림이 확고해지기도 한다. 친하지 않은 것을 가해자 취급한다며 보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기술한 물리적 폭력이나 온라인 메신저 상에서의 폭탄 등은 기록이 남고 증거가 되기 때문에, 가해자처벌이 쉽다. 그러나 은따는 피해자의 일관적인 증언에 의존하므로 학폭위가 열려도 학폭을 당한 사실을 인정받기가 어렵다.

너도 나도 서로 씹는, ‘돌림따’

학교에서 노는 아이 일명 ‘일진무리’라고 불리는 집단이 빵셔틀, 금품갈취, 폭력 등을 일삼는 것이 학교 폭력이다. 금품갈취는 돈 외에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알’ 그 후에는 ‘데이터’를 선물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후 통신사가 미성년자의 데이터 선물을 막았다. 그러나 교실에서 핫스팟을 켜두게 하는 형태로 진화하며 교실 내의 갈취는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단체 메신저 방에 가둬 메신저를 계속 보내기도 한다. 채팅방을 나가면 초대를 다시 반복하는 방법으로 괴롭힌다. 이른바 메신저 폭탄이다.

서열에 의한 학교폭력은 ‘금전을 갈취 당했다’, ‘물리적 폭행을 당했다’ 같은 직접적인 행동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드러난다. 또한 피해자도 다수 존재할 수 있다. 김 모(25)씨는 “브랜드 운동화를 신은 친구에게 “내 운동화랑 바꿔신자”라며 자신의 신발과 바꾸고 돌려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 체육시간에 피구를 하면 공을 달라고 해서 친한 애들끼리만 서로 공을 돌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햇수를 거듭할수록 악랄하고 치밀하게 변하기도 한다. 그들의 학교폭력은 은근하고 치밀한 권력행위의 연속이다. 학급 내에 친구들을 가리지 않고 말을 거는 모습이 선생님에게는 ‘사교성이 좋다’ 내지는 ‘착하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실상을 파악해보면 피해 학생을 가리지 않고 ‘빌린다’는 말을 차용해 다양한 물건들을 갈취한 것이다.

이 유형은 비교적 학폭위를 소집하기 쉬운 편에 속한다. 누가 보기에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뚜렷하며, 목격자의 진술이나 학교폭력 증거를 수집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습 분위기 조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부모회의에서 먼저 불량서클 해체 등의 안건으로 학교를 압박하기도 한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개선방안」 발표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개선방안」 발표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교폭력을 신고하면...

피해학생이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소집을 요청하면 학교에서는 조사를 진행한다. 소집 전 사전 조사 및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진술을 듣고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이후에 학폭위 의원들이 협의하여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 및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조치의 수위를 정하게 된다. 학폭위는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처분부터 퇴학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이 조치는 상황에 따라 동시에 여러 개가 부과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조치 내용을 가중할 수 있다.

성장드라마 속 가해자와 피해자가 면담을 통해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용서하는 결말은 극히 드물다. 학폭위가 열리기도 전에 가해자 측 부모가 피해자 측 부모를 만나 합의금을 주고받아 상황이 종료되는 경우가 흔했다.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가해자는 변호사의 자문을 구해 반성하는 척하며 처분의 수위를 낮추고자 한다. 또한 보복이 두려워 아예 신고 자체를 못하기도 한다.

학교 측의 도움을 청하지 않고 교사가 눈치 채서 처분을 해주기도 한다. 강모(22)씨는 학창시절 ‘은따’로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혼자서 학교를 다녔다. 그 때 담임이셨던 교사는 그를 격려하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또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혼자 있지 않도록 교무실로 불러서 소일거리를 맡겼다. 강 씨는“학기말에는 따로 불러서 ‘내년에 같은 반이 되고 싶은 친구들을 말하면 최대한 붙여주겠다’고 하셨다. 그 때 썼던 친구들과 다음 학년에 같은 반이 되어서 다음 해에는 별 탈 없이 학교를 다녔다”며 당시 교사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나 오히려 어른들에게 알리는 것이 좋지 못했던 경험도 있다.

김 모(25)씨는 “사실 왕따시켰던 아이들보다도 선생님이 준 상처가 더 컸다”며 입을 뗐다. “참다 참다 학폭위를 열고 싶다고 했는데, 담임이 말렸다. ‘너 재수할거야? 이제 곧 원서 낼 시즌인데 그럼 재수하고 학교폭력위원회 열든지’하며 협박하더라. 그 땐 그게 협박인지 몰랐다. 학교 측에서는 그런 걸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내색을 보였다”고 밝혔다. 덧붙여 “학폭위를 열고 싶다고 했을 때, 교무실의 분위기가 아직도 선명하다”며 “당시에 학폭위를 열고 싶다고 말할 게 아니라, 증거를 수집해서 경찰서로 갔어야 했다”고 전했다. 이모(26)씨 또한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위축되어 있고, 피해자인데, 마치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아이들이 친하게 지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듯이 말했다”며 “선생님은 그 때 편한 방법을 선택했고, 평생의 상처를 남겼다.”며 눈물을 보였다.

20대는 왜 학교폭력을 참지 않는가.

90년대생들의 ‘학폭 미투’가 이어지고 있다.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일 수 있다. 인정받기도 어렵다. 피해자임을 입증하기 위해 같은 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또한 일관된 주장을 해야 한다. 특히 유명인은 회사 측이 고소하다며 피해자를 협박해오기도 한다. 주변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폭로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누군가 먼저 용기를 냈기에, 너도 나도 용기내서 말을 꺼낸다. 미디어에서 가해자를 마주치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기 때문이다.

제 3자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김 씨는 “그동안 알면서도 눈 감았던 일이 이제야 드러나는 것”이라며 “그때 알면서도 묵인했던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 같다”고 말했다. 학창시절에 학폭을 보고도 외면한 어른들이 있었다. 그 밑에서 괴로운 시간을 보냈고 다시 학폭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피해자를 보고 묵인하는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학폭 고발에 관심을 갖고 가해자가 나온 방송이나, 작업한 곡을 듣지 않는 지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좋아했던 누군가가 학폭 의혹에 휩싸여 수치를 느낄수도 있다. 누군가를 좋아했던 감정이 수치가 될 수 없다. 팬들의 감정을 수치스럽게 만든 사람이 모멸감 그 자체이다. 학창시절 또한 마찬가지다. 학창시절이 좋지 못했다면, 그 학창시절을 괴롭게 만든 사람이 잘못한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 폭력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 시절의 청년에게 쓸쓸한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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