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김묘은 대표 인터뷰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세상에서 필요한 모든 것”
“디지털 협업의 중요성 더 커져...창착의 공간 인식 필요”
“무조건적 스마트폰 차단은 부작용만, 어떤 채널인지가 중요”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요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다. 스마트폰을 일찍 경함하고 보유하며, 부모가 모르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며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과의존이나, 유해 콘텐츠 노출 등 부작용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실제 지난 23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고교 청소년 약 127만3000명 가운데 22만8891명(18.0%)이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과의존 위험’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슬기롭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뉴스포스트는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김묘은 대표와 디지털 교육에 대한 개념과 중요성,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 인터뷰로 진행했다.

김묘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대표 (사진=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제공)
김묘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대표 (사진=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제공)

디지털 리터러시란 무엇인가요?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세상 속 디지털 기술, 데이터, 정보, 콘텐츠, 미디어를 읽고 분석하고, 쓸 줄 아는 능력과 나와 타인에게 이롭게 사용할 줄 아는 소양을 말합니다. 이제 세상의 모든 지식은 디지털로 저장돼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활용은 필수적인거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획득한 지식 중 허위 정보를 스스로 구별할 수 있는 능력과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디지털 세상에서 필요한 모든 지식과 기술, 그리고 소통능력과 매너 등 태도적인 면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와 디지털 리터러시를 혼재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미디어 리터러시는 신문이나 방송 등 메스미디어 중심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메시지 전달이 일방적이었던 전통적인 메스미디어에서는 특히 정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중요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1인 미디어와 SNS를 중심으로 허위정보가 늘어나면서 더욱더 강조됐죠. 이 부분은 디지털 리터러시 항목 중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슷한 개념인데요. 디지털 리터러시는 여기서 더 확장해 정보를 얻는 기술이나 정보 획득 능력, 소통 예절 등을 포괄합니다. 더 확장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외에  어떤 영역이 있나요?

총 9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요. ▲디지털 미디어 속 정보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사용법, 정책, 매너 등이 포함된 ‘디지털 테크놀로지 리터러시’ ▲디지털 세상에서 알게 된 정보를 분석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설계하는 능력인 ‘디지털 데이터 리터러시’ ▲누군가 생산해놓은 콘텐츠를 균형 있게 소비하고 해석하는 능력인 ‘디지털 콘텐츠 리터러시’ ▲온라인 상 매너와 소통 능력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리터러시’ ▲내 정보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 웰빙 리터러시’ ▲스스로 디지털 이용을 절제하고 문제점을 발견하는 ‘디지털 디서플린 리터러시’ ▲온라인에서 필요한 지식을 검색해 스스로 학습하는 ‘디지털 러닝 리터러시’ 등이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9가지 영역(사진=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디지털 리터러시의 9가지 영역(사진=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세부 영역이 많은데, 이걸 따로 나눠서 배워야 하나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이론 수업 혹은 기술 수업이 아닙니다. 교사가 주제를 던져주면 아이들이 직접 찾아보고 모둠별로 토의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창작물을 만들죠. 창작물은 다양합니다. 작곡을 하거나 영상을 제작하거나 VR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죠. 그 과정에서 에티켓도 함께 배웁니다. 아이들과 익명의 소통방을 만들고 거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해 나가기도 합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해가면서 스스로 깨우치게 되죠.

아이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제 기업에서 제일 선호하는 미래인 인재상은 협업이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예전 공장 자동화 시절에는 철저한 분업이죠. 하지만 이제는 클라우드 세상입니다. 클라우드에 다 같이 모여 창작물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디지털 협업이 중요해졌고 앞으로는 더 커질 겁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생산적인 일을 더 많이 하게 되겠죠.

이는 이미 미네르바 스쿨을 통해 검증이 됐습니다. 이 학교의 큰 특징은 100% 원격 수업이라는 것인데요. 디지털 리터러시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도서관이 없으니 스스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야 하고, 단순하게 문서화한 리포트보다 그래픽이나 영상을 제작해 제출하면 점수를 더 잘 받을 거고요. 데이터 분석이나 설계도 스스로 알게 되고, 원격 수업 중 예절과 발표 태도 등도 깨우칠 수 있고요. 이 학교의 졸업생들의 실적이 어마어마합니다. 이제야 말로 진학보다 진로의 시대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중독에 대한 걱정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못하게 뺏을 수는 없죠. 이제 아이들은 디지털로 서로 소통하니까요. 카카오톡을 아무리 감시한다고 아이들이 안할까요? 페이스북에 가입해서 메신저를 사용하죠. 절대 부모가 강제적으로 차단한다고 안하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더 음지로 들어가죠. 부모님께서 게임이나 유튜브를 함께 하시면서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부모가 디지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에요. 책이 무조건인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 유튜브 속 짧은 영상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지식을 모두 얻을 수도 있거든요. 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채널인지가 중요한 겁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저희 아들이 게임을 좋아했고 말하는 것이 능숙하지 않았어요. 초등학생이었는데, 그때 제가 게임 중계도 시켜보고, 게임 방법을 표로 정리해보게 했죠. 그랬더니 말하기, 글쓰기 실력이 좋아졌어요. 이렇듯 부모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연결시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용하는 기술적인 부분은 아이들이 더 잘하고 쉽게 습득합니다. 대신 부모님들께선 안전하게 디지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이 중요하죠. 아이가 지금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즐겨보는지 관심있게 지켜보시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주셔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어떻게 디지털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까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우선적인 교육은 원격수업에서의 예절입니다. 온라인 수업도 공식적인 수업입니다.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환경을 조성해 주시고 아이들도 집중하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또한 선생님이 어떤 질문을 하면 대답을 ‘ㅇㅇ’으로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대화 예절도 옆에서 지켜봐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해볼 수 있는 활동으로는 아이들과 함께 같이 가족 홍보 영상을 만들어보기, 블로그 등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 만들어보기 등을 추천합니다.

디지털 역량이 강화되면서 ‘코딩 사교육’ 열풍도 불고 있습니다만.

코딩은 논리적인 사고를 위함이지 코딩한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이 무조건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블록형 코딩을 제일 잘하는 것은 인공지능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아이들이 배웠던 블록형 코딩으로 코딩을 할 개발자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사교육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암기과목처럼 코딩을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어떤 결과물만 내놓는 학원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념과 원리를 제대로 알려주는지, 과정이 어떠한지를 꼼꼼하게 판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관련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아이들에게 디지털이 단순하게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는 용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디지털은 아이의 창의력을 발현시켜줄 수 있는 창작 도구가 되기도 하고 궁금한 걸 찾아서 물어보고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묘 은 공동대표 부회장

()한국과학문화교육단체연합 부회장

2020 EBS 시청자위원

2020 교육부 인공지능 교육 정책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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