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신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 인터뷰
통장 개설부터 용돈 관리까지 엄마가?…금융 문맹 지름길
주식투자 공부하면 투기 될 수 없어...부모 편견 대물림 말아야
목돈 모아 졸업하는 유대인과 빚내 졸업하는 한국의 차이는?
밥상머리서 성적 비교 대신 경제 이야기를...부모 실천 중요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집안일 하면 용돈 주는 것. 제 나이 60이 넘었지만, 저 어렸을 적에도 했던 방법입니다. 좀 더 발전적인 과제는 없을까요?”
박홍신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24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가정 내 경제 교육 방법인 ‘용돈 주기’에 대해 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국장은 “경제와 금융의 지식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는 여러 과제들을 부모들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삶은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여전히 ‘돈’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꺼린다. 청소년 시기 경제 교육의 부재로 경제 개념을 세우지 못하고 돈의 가치를 모른다면 성인이 됐을 때 잘못된 금융 경험을 겪을 수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떤 경제 교육이 필요할까. 취재진은 박홍신 사무국장에게 △경제금융교육의 필요성 △용돈의 의미 △용돈을 이용한 금융교육 가이드라인 △어릴 적 주식 투자 경험의 의미 △부모가 경제금융교육 시 가져야 할 기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 인터뷰로 진행했다.
-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는 금융권 7개 협회가 공동 출연을 해서 만든 비영리 기관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4번이나 역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금 시대는 금융을 모르고는 살 수 없습니다. 협의회는 어렵게 느껴지는 금융을 친근하게 교육해 올바른 경제 지식과 관념을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아이에게 경제‧금융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심각한 취업난으로 지금의 청년들은 대부분 서른 살 안팎에 취업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들어간 직장에서 대부분 55세 정도면 퇴직을 하게 되죠. 25년이라는 기간 동안 이들은 결혼도 해야 하고, 내 집 마련도 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고, 각종 사교육비에 병원비, 자녀 결혼 비용까지도 마련해놔야 합니다. 그렇게 비용을 지출하다 보면, 남아있는 돈이 있을까요? 100세 시대를 고려하면 퇴직 후에 45년 정도를 더 살아야 하는데, 그 남은 인생을 살아갈 때 필요한 돈인 노후 자금은 앞서 말한 각종 지출 등으로 인해 준비할 수 없습니다. 저축이나 연금은 생활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예전과 다르게 부모를 부양하겠다는 자녀는 2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처량한 노후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축복이 아닌 재앙입니다. 직장인 월급만으로 살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에 청소년 때부터 경제‧금융 교육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 경제교육을 시작할 때, 부모가 필수적으로 세워야 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부모들의 금융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식을 예로 들자면, 예전에 공부 제대로 안 하고 작전꾼들의 소문으로 주식했던 부모들 있죠? 좋은 정보라고 듣고 무작정 투자했다가 손해보고, 그 원인을 주식에 돌리는 경우 많습니다. 투자 실패를 본인 잘못이 아니라 ‘주식은 투기장이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부모는 자녀에게 ‘주식 이야기 꺼내지 마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대한민국 증권 시장은 상황이 달라요. 시가 총액 2600조입니다. 이런 시장을 아이들이 어떻게 외면하고 살아갈까요? 부모들은 돈 벌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자녀들이 돈 이야기 하면 쓸데없는 얘기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합니다. 금융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죠. 올바른 금융 지식을 배우고, 기업 활동을 이해하고,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경제 흐름에 대해 습득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 최근에는 자녀에게 주식 계좌를 개설해주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흐름입니다. 지금의 월급으로 노후 준비 가능한가요? 공염불 같은 이야기죠. 근로소득은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돈을 벌게 하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자녀 주식 계좌를 개설해주는 부모들이 다들 이런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사실 과거 15년 전만 해도 고금리 시대라 투자는 생각 안 해도 됐어요. 은행에 넣어놔도 10% 이상 이자가 붙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물가는 뛰고 집값은 올라가는데 은행에 넣어놓으면 불지도 않죠.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퇴직연금 401K라고 있어요. 직장인들이 돈을 좀 내고 정부가 지원해주는 시스템으로 우리나라 국민연금 비슷한 겁니다. 물론 규모는 401K가 더 크고요.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내면 이자가 운용 수익률 2~3%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미국은 주식에 대한 마인드가 긍정적이에요. 그래서 그 401K에 나온 6000조 가까이 되는 돈을 주식에다 50~80% 투자합니다. 이 큰 돈이 들어가니 미국 증시는 부양이 되고, 이게 산업 자금으로 쓰이게 됩니다. 그리고 50~70% 투자하면 연 수익률은 평균 8~10% 나옵니다. 직장인들이 넣은 돈의 연간 수익이 그 정도 나오면, 퇴직할 때는 어마어마한 돈이 되요. 경제에도 선순환입니다.
주식을 하게 되면 아이들 경제 교육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됩니다. 국내 기업과 증권을 공부하면 세계 시장을 공부하게 됩니다. 새벽에 나스닥 시장 한번 보게 되고요. 애플, 알리바바 등 해외 유명 기업의 역사와 미래도 꿰뚫게 되죠. 단순히 투자해서 돈 버는 것을 떠나 세계 금융의 매커니즘을 알게 되는 겁니다. 환율도 자연스럽게 보게 될 것이고요. 돈을 잃는 실패는 성인일 때보다 학생일 때가 회복이 더 빠릅니다. 실패는 실패 나름대로 아이들에겐 공부가 되는 셈이에요.
- 가정에서 경제교육의 시작은 용돈 주기입니다. 아이가 용돈 관리를 통해 배우는 점은 무엇인가요?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즐겨 쓰던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인데요. 이런 진리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용돈입니다. 돈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죠. 또한 효율적으로 돈을 쓸 수 있는 방법도 아이들이 깨우치게 됩니다.
- 용돈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집안일 후 보상으로 주는 것이 맞는지, 어느 범위 선에서 보상을 해야 하는지 등 용돈을 주는 것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용돈을 줄 때 빨래 개기 등 집안일에 대한 보상으로 용돈을 줍니다. 제 나이 60살이 넘었는데 저도 그랬고, 지금 아이들도 그렇게 용돈을 받고 있죠. 왜 바뀌지 않을까요? 좀 더 발전적인 과제는 없을까요? 예를 들면 투자 교육을 하면서 우리나라 우량 기업 한 곳에 대해 조사를 해서 보고서를 만들어 보라고 제시합니다. 아이가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스스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그 기업에 대해 지식도 획득하고, 용돈도 타게 되겠죠. 살아있는 지식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겁니다.
용돈기입장 쓰기도 변해야 합니다. 요새 애들 다 핸드폰으로 하는데, 용돈기입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시대에 역행하는 거죠.
그리고 엄마가 용돈 관리해주는 것, 아이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나중에 크면 준다는 부모님들 많으실 거에요. 통장도 엄마가 만들어 놓고, 아이가 받은 돈에서 얼마를 그냥 가져가서 통장에 넣죠. 그러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통장도 스스로 만들어 보고, 이게 이자가 얼마나 붙는지도 확인하게 하고요. 용돈에 얼마를 저축해볼 것인가, 또는 투자를 해볼 것인가도 스스로 선택해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용돈을 쪼개서 투자를 경험해보는 기회를 통해 용돈을 더 불릴 수도 있다는 것을 체험해보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녀도 용돈을 모은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더 모으기 위해 알뜰히 소비할 것입니다.
저는 통장 개설에 대해 물어보면 외화예금통장을 간혹 추천하곤 합니다. 원화 십만 원 넣으면 통장에 달러로 적히거든요. 아이들이 얼마나 신기할까요? 그럼 스스로 궁금해서 찾아보겠죠? 달러가 뭔지, 환율도 공부할 것이고요. 내 돈이 들어갔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것이고 환율이 아이 생활로 들어가게 될 겁니다. 금융을 공부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생활 속에 들어가게 되니 더욱 효과적입니다.
- 경제 교육의 목표는 부자가 되기 위한 것인가요?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죠. 그런데 저는 그것보다 ‘꿈’이랑 연결 짓고 싶습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밝히는 게 속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쉬쉬해서도 안 되고요. 적정한 돈을 벌어서 내 꿈을 이루는데 기여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죠. 돈이 목적이기 보다 내 꿈을 실현하고 내 삶을 보람 있게 사는 것이 목표 아닐까요. 그걸 이루는 데 돈이 필요한 것이고요.
- 두 가지의 뉴스포스트 독자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는 중학생 여아 어머니 사례입니다. ‘남편이 저 몰래 아이에게 용돈을 주곤 합니다. 가끔씩은 아이가 돈이 더 필요하면 아빠에게 달라고 요구를 한다고 하네요. 아빠가 몰래 용돈을 주는 것, 교육 상 괜찮을까요?’라고 질문을 주셨습니다.
용돈 창구는 한 곳이 좋습니다. 만약 아빠가 준다면 엄마가 보는 앞에서 명분을 만들어서 주면 됩니다. ‘할 일 잘해서 아빠가 주는 거야’ 하고요. 몰래 준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는 어려운데 아빠는 쉽네? 아빠한테 잘 이야기해서 타내자’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용돈을 주는 효과가 반감되는 행위겠죠. 제대로 된 경로로 아이가 용돈을 받아야지 반칙으로 엄마 몰래 아빠한테 아부해서 용돈을 받은 경험이 쌓인 아이들, 사회 나가면 반칙하며 살아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사소한 교육을 놓치면 안 됩니다.
- 두 번째 질문입니다. ‘저는 워킹 맘입니다.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은 다 사주는 편인데요. 대부분 저렴한 장난감이긴 합니다. 다만 기존 장난감을 다 쓰면 새 것을 사준다는 기준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인이 아이가 바라는 것을 많이 사주면 경제관념이 없어진다며 3번 중 2번은 거절하라고 하는데요. 맞는 말인가요?’라고 질문해 주셨습니다.
어릴 때 습관은 평생 간다고 하지요. 어릴 때 사소한 경험이 중요합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의 기준을 잘 지키고 있으시다니 다행입니다만,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새 것을 사려고 기존 장난감을 함부로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고쳐 쓰고, 더 쓸 수 있는지 체크하고, 그런 경험을 아이가 하도록 해야 합니다. 갖고 싶은 것을 쉽게 사주면 아껴 쓰는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사라집니다. 엄마에게 말하기만 하면 되는데 고쳐 쓰고 아껴 쓸까요? 충동구매, 과소비 등의 습관은 성인이 돼도 절대 안 바뀝니다. 어렸을 때부터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법’을 알 수 있도록 부모가 더 세심하게 관찰해주세요.
- 마지막으로 경제교육을 시작하려는 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날 경제금융교육은 학교나 전문교육기관에서 조금씩 하고는 있습니다만, 자녀에게 제일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경제‧금융에 대한 인식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교육은 절대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활용해봐야 하거든요. 사실 많은 강연에서 부모님들을 만나는데 강연장에서는 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하셔도 막상 집에 가서 실천하시는 부모님은 몇 없으실 겁니다. 제발 밥상머리에서 남의 자식과 성적 비교하지 마시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경제금융 이야기 한번 해보세요. 툭 터놓고 돈 이야기, 경제 이야기 하는 겁니다.
이걸 제일 잘하는 사람이 노벨경제학상 65%를 배출한 유대인들이죠. 그들은 남자 만 13세, 여자는 만 12세 경이 되면 성인식을 치르는데 축하 선물로 돈을 모아서 주기도 합니다. 유대인 부모는 자녀에게 그 돈을 알아서 관리하라고 합니다. 그럼 그 아이들은 돈을 잘 사용하기 위해 투자를 공부하죠. 스스로 자본을 늘려가는 힘을 기릅니다. 그래서 대학 졸업할 때 되면 상당한 종자돈을 가지고 사회에 나올 수 있어서 창업하는 인구도 꽤 됩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우리 대학생들 종자돈은 꿈도 못 꾸죠. 대출 짊어지고 나옵니다. 대학생 전체의 70%가 부채가 있어요. 창업은 고사하고 취업도 바로 못하니 아르바이트 생활하게 되죠.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부모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이가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 박홍신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 약력
전 매일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현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