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포스트·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신년 기획특집...차례 시민의식 짚어봐
- 차례·제사 여성 빅데이터 88.7%로 여성 부담 확인...남성은 11.3% 그쳐
- 성별로 본 명절 차례상 준비 비율, 여성이 67.4%에 달해...남성은 32.1%
- 여성 91.4% “차례 간소화해야”...명절 연휴 전후로 ‘이혼’ 빅데이터 증가

설과 추석에 지내는 차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차례는 조상을 기리고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는 전통이라는 통념에 맞서, 차례상을 차리는 게 경제적·시간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친족이 모이기 어렵게 되면서,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국내 유수 빅데이터 연구소인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와 함께 신년특집을 통해 차례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 편집자주

명절 차례상.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명절 차례상.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뉴스포스트는 기획특집 1부에서 본지 자체 설문조사 결과와 국내 유수의 빅데이터 연구소인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의 2019~2020년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차례와 제사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살펴봤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정확한 인식 조사를 위해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커뮤니티 카페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기업·단체 △정부·공공기관 등 총 11개 채널의 21만 개 사이트를 전수 조사했다. 시민들의 직접적인 의견과 관련 없는 ‘뉴스’는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뉴스포스트의 자체 설문조사에는 20대 이상 성인남녀 124명이 익명으로 참여해 차례와 제사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제출했다.

뉴스포스트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와 함께 신년 기획특집을 준비했다. (자료=뉴스포스트,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제공)
뉴스포스트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와 함께 신년 기획특집을 준비했다. (자료=뉴스포스트,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제공)

 


차례·제사 빅데이터...40대·여성·며느리 부담


빅데이터로 본 명절 차례와 제사에 대한 성별 관심도. 여성의 관심도가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자료=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제공)
빅데이터로 본 명절 차례와 제사에 대한 성별 관심도. 여성의 관심도가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자료=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제공)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분석한 2020년 차례와 제사 빅데이터에 따르면 남성의 빅데이터 점유율은 11.3%에 그쳤다. 반면 차례·제사 대한 여성의 빅데이터 점유율은 88.7%에 달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차례·제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우리나라 명절 문화는 음식이 주된 관심사인 까닭에 여성들이 온라인에 제사 등에 관한 포스팅을 많이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차례상의 부담이 주로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명절 차례와 제사의 직업별 빅데이터 분석. 사업가와 주부의 비율이 높다. (자료=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제공)
명절 차례와 제사의 직업별 빅데이터 분석. 사업가와 주부의 비율이 높다. (자료=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제공)

여성의 차례상 부담은 직업별 빅데이터 분석으로도 확인된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분석한 직업별 점유율을 보면 조사기간 동안 중·고등학생이 전체 빅데이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방송·예술직 등 직장인이 전체 빅데이터 점유율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차례와 제사에 한정된 직업별 빅데이터 점유율을 보면 사업가가 가장 높았고, 주부가 그 뒤를 이었다. 음식 위주의 우리나라 명절 문화가 사업가의 최대 관심사인 동시에, 여성의 최대 부담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어머니와 며느리 등 차례상을 준비하는 가족 구성원은 주로 여성으로 나타났다. (자료=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어머니와 며느리 등 차례상을 준비하는 가족 구성원은 주로 여성으로 나타났다. (자료=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뉴스포스트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차례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차례와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가족 구성원이 누구냐는 질문에 어머니(42.7%)와 며느리(20.1%), 할머니(4.6%) 등으로  답해, 여성의 비율이 67.4%에 달했다. 반면 남성이 차례상을 준비하는 비율은 32.1%(할아버지 18.5%, 아버지 12%, 아들 1.6%)에 그쳤다.

또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의 연령별 차례·제사 빅데이터를 보면 40대가 38.1%를 차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해당 결과와 본지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40대·여성·며느리’의 차례·제사 관심도와 부담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음식 때문에 가족 간 불화...‘이혼’ 생각하는 여성 늘어나기도


차례·제사 연관어와 관련된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의 분석결과를 보면 △1위 명절 △2위 추석 △3위 생각 △4위 음식 △5위 못한다 △6위 가족 △7위 엄마 △8위 모르다 △9위 시댁 등으로 조사됐다. ‘음식’이 가족 간 사랑(19위)이나 연휴(25위), 부모님(30위)보다 상위에 랭크된 것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설과 추석 명절 연관어를 보면 가족 간 화합이나 오랜만의 만남, 가족 간 사랑, 안부 등이 아닌 음식이 4위로 올라있다”면서 “이는 한국 제사 문화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결국 음식 때문에 가족 간 불화가 나타나는 이유가 설명된다”고 해석했다.
 

조사에 응한 성인남녀의 68%는 명절 차례상 준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자료=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조사에 응한 성인남녀의 68%는 명절 차례상 준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자료=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흥미로운 것은 차례·제사 연관어 300위 안에 며느리(39위)와 시어머니(86위)는 포함된 데 비해 시아버지나 시누이 등은 300위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고부관계가 여전히 우리나라 명절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부관계는 연관어 이혼(250위)과 시댁(9위), 힘들어지다(16위), 힘들다(18위), 스트레스(164위) 등과 맞물리는데, 명절 연휴 전후로 이혼을 생각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 설명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연관어 가운데 250위에 이혼, 9위에 시댁, 18위에 힘들다 등이 있는데, 이를 보면 이혼이 연관어 300위 안에 들어간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면서 “설이나 추석 때 시댁이나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이혼을 생각하거나 이혼을 결심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성 91.4%, 차례 간소화해야...코로나19로 가족 모임 제한에 차례 호감도 높아져


뉴스포스트 자체 설문조사 결과 명절 차례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여성의 응답 비율은 91.4%에 달했다. △매우 그렇다(67.7%) △조금 그렇다(23.7%) 등이었고, 간소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은 △매우 아니다(1.6%) △조금 아니다(4.8%) 등으로 전체의 6.4%에 그쳤다. 차례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답한 남성의 비율은 46.1%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20대 이상 시민들은 명절 차례를 간소화해야 하는 이유로 시대상의 변화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자료=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20대 이상 시민들은 명절 차례를 간소화해야 하는 이유로 시대상의 변화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자료=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차례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성인남녀의 상당수가 차례 준비에 부담을 느낀다(67.7%)고 답했다. 차례 간소화 이유로는 △시대상의 변화(56.3%) △금전적 부담(19.7%) △시간적 부담(17%) △종교적 이유(3.9%) △기타(3.1%) 순으로 조사됐다.

기타 응답으로는 “차례는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고 가족이 함께 모여 친목을 도모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준비 과정에서 여성이 할 일이 많은 게 문제”라며 “이런 이유로 형식적인 차례상도 단출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타 의견을 제시한 또 다른 응답자는 “차례와 제사는 특정 인물의 집중적인 봉사로 간소화가 필요하다”면서 “어머님이나 며느리들도 좀 쉬는 명절이 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족 간 모임이 어려워지자, 차례와 제사에 대한 긍정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자료=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제공)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족 간 모임이 어려워지자, 차례와 제사에 대한 긍정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자료=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제공)

차례 간소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지인은 물론 가족 간에도 모이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차례와 제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 것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2019년과 2020년 차례·제사에 대한 호감도 빅데이터를 비교 조사한 결과 2019년 대비 2020년의 차례·제사 긍정률은 더 높아지고, 부정률은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부관계 등 갈등요소가 잠재된 명절 친족 모임이 코로나19로 애로사항을 겪으면서, 되레 차례·제사에 대한 호감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명절, 특히 추석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지 못하게 돼, 불화가 될 요소가 줄고 소가족 중심으로 조용하게 보낼 수 있었던 까닭에 긍정률은 높아지고 부정률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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