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영미권서 이혼율 증가
시월드 있는 한국은 예외...도리어 감소세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해외에서는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동 제한 조치와 재택근무 확대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부간 갈등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외와 달리 이혼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혼 건수는 10만 6500건이다. 직전년인 2019년 11만 800건에 비해 약 4300건이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9월 인구동향’ 통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해 3분기 이혼 건수는 2만 5048건으로 1년 전 동기 대비 9.8% 줄었다. 국내 이혼율이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혼율은 감소했지만, 가족 외 인간관계는 멀어졌다. 통계청이 만 13세 이상 가구원 3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인척, 이웃, 친구와 관계가 ‘가까워졌다’는 응답은 고작 2%로 ‘멀어졌다’는 응답 36.7%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반대로 가족과 ‘가까워졌다’는 응답은 12.9%로 ‘멀어졌다’는 응답 12.6%보다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코로나19를 뜻하는 코비드(Covid)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인 ‘코비디보스(Covidivorce)’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웃나라 중국에서도 팬데믹 기간 이혼 신청이 30~40%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재택근무 장기화와 외출 금지로 인한 가정 내 불화가 이혼율 상승까지 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절 때 친인척 안 보는 게 이혼율 감소의 원인?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는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이혼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분석했다.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이혼율이 떨어지는 이유에는 ‘관계’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로 한 지붕에 사는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과 관계가 멀어진 게 이혼율 감소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연구소는 코로나19 이후 명절이나 각종 가족 모임이 줄어들면서 부부싸움 역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이후 명절 때 귀성·귀경길 이동을 자제하고, 친인척을 만나 얼굴 붉힐 일이 없어졌다. 제사 준비 등으로 인한 고부 갈등이나 부부싸움을 벌일 일도 줄어들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혼율도 떨어졌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실제로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 설 연휴가 있었던 2020년 1월 이혼 건수는 9603건으로 직전 달과 비교해 7.38% 늘었다. 반면 귀성 자제령이 내려진 같은 해 추석 직후 이혼 건수는 직전달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다.
그 밖에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 직장에서의 회식 감소 ▲ 전체적인 혼인율 감소 ▲ 경제적 어려움 증가 등이 이혼율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술자리가 부부싸움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잦은데, 인원·영업시간 단축 조치로 싸울 이유가 자체가 줄어들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이나 이혼을 망설이면서 이혼율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