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감내해온 것들이 2022년에는 모두 사라지기를
코로나19 종식 소식을 전하는 2022년이 되기를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2년이 밝았다. 하지만 새해 숫자가 아직 입에 익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비록 끝자리 숫자 하나가 바뀔 뿐이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맞이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거나 소망을 품는다. 운동을 시작한다거나 술이나 담배를 끊겠다는. 혹은 결혼을 하거나 새집을 장만하고 싶다는.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새해를 맞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희망을 품는다. 어쩌면 감염병 창궐 때문에 더 간절한 꿈이 생길 수도 있다. 뉴스포스트는 2022년을 맞는 여러 5060의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퇴직 원년
57세는 50대 중반일까 아니면 50대 후반일까. 숫자로 딱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이 시절을 겪는 이들에게는 들어가는 나이만큼이나 고민이 무거워지는 시절이다. 특히 평생 일해온 직장에서 퇴직하게 된다면.
“회사가 불안한 신호를 보낸 것은 여러 해 되지만 막상 코앞에 닥치고 그 이슈가 언론들에 노출되니 부담이 큽니다. 제가 퇴직하게 된 것을 알게 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지난해 사업 정리 소식이 알려진 어느 외국계 금융회사 중견 간부 이모씨(57세, 남)의 말이다. 미디어들은 그가 속한 사업부가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며 직원들의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유명 금융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뉴스보다 직원들 퇴직금에 관심이 쏠렸다.
“언론에서 고액의 퇴직금과 위로금이 책정됐다고 전하니까 연락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저를 위로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죠. 이 돈으로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큰돈일 수도 있지만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거든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세상을 공부하려 합니다.”
수년 전부터 이씨는 회사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버틸 만큼은 버티고 싶었지만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그런 그에게 새해 소망은 직장인 아닌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회사를 나오게 된 이씨와 달리 57세 심모씨는 자기가 직접 퇴사를 선택한 경우다.
“회사에서는 만류했죠. 그런데 지난 수년간 위태로움을 느꼈어요. 저는 제 한계치만큼 한 것 같은데 회사는 그 한계치까지 뛰어넘기를 바랐고요. 제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쉽게 넘어온 것처럼 보였나 봐요. 이러다 제게 병이 생길 것 같아서 전격적으로 사직서를 던졌습니다.”
심씨는 대기업 계열 금융사의 중견 간부였다. 그가 전격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어떤 계획을 세우고 퇴직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단 좀 쉬고 싶어요. 속도를 내 달려왔으니까 이제는 숨을 골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라톤에 도전해서 체력부터 키우려고요. 그러며 다음 도전 과제를 준비하려 합니다. 물론 염두에 둔 것은 있죠.”
한편 5060에게 들어본 새해 희망은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염원으로 귀결되었다. 물론 개인적인 고통에서 출발했지만 그것들은 공동체가 다같이 겪는 어려움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 모두가 이루고 싶어하는 소망이 되었다.
코로나19 덕분에 피어난 소망들
오모씨(60세, 여)의 친정어머니는 2년 넘게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면회를 한 번도 하지 못 했다. 병원 직원 도움으로 화상으로만 면회했다.
“의료진들이 잘 케어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래도 직접 얼굴을 맞대야 조금은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 의료기관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는 뉴스만 보면 심장이 뛰거든요. 지난 2년 마음 놓고 잠을 잔 적도 없는 것 같아요. 하루빨리 이 사태가 정리돼서 엄마 면회를 하고 싶어요.”
오씨는 지난해 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때 어느 요양기관에서 집단 감염이 생겼던 것을 상기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고령의 환자는 사망률이 높다. 만약 감염자가 사망하면 장례를 제대로 치를 수도 없다. 가족도 제한적으로만 참여할 수밖에 없다.
“뉴스를 보니 임종도 하지 못하고 화장장 비는 시간에 해치우듯 처리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더라고요. 코로나19로 사망한 시신을 싣고 온 승합차들이 화장장에 줄지어 선 모습도 충격적이었고요.”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는 관혼상제의 여러 모습을 바꿨다. 특히 새로운 출발을 한 부부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마스크를 끼고 찍는 결혼식 사진을 상상이나 했을까.
“원래 딸 결혼을 지난가을에서 올봄으로 옮겼는데 또 상황이 이러네요. 양가 분위기가 더는 일정을 미루지 말자고 해서 계획대로 진행할 겁니다. 하객 숫자는 법에 정한대로 하더라도 마스크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마 힘들겠지요.”
김모씨(59세, 남)의 말이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허용되는 결혼식장 하객 규모도 달라진다. 규정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식장 계약 단계에서는 하객 규모를 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에서 그러지 말라 하더라도 예식장에서는 계약 인원만큼 식사비를 받아내기 때문이다.
“꼭 와주십사 하는 분들 위주로 초대를 하려 합니다. 가까운 양가 친지와 신랑 신부 지인 위주로요. 하객 동원보다는 진정한 축복의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하모씨(61세, 여)의 소원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웠으면 한다. 물론 지금도 출국과 입국을 할 수 있지만 준비해야 하거나 거쳐야 하는 절차가 코로나19 이전보다 까다롭다.
“두 아이 모두 해외에 살고 있거든요. 1년에 한 번 정도는 오고 갔으면 좋겠는데 지난 2년간 그러지 못했어요. 저나 아이들이나 모두 일을 갖고 있어 자가격리가 큰 장애가 돼요. 어서 빨리 이 사태가 정리돼서 자가격리 걱정 없이 해외를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기업에서 해외 영업을 하는 57세 강모씨는 지난해 해외 출장을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귀국 후 갇혀 지내야 하는 격리가 출장보다 힘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출장 기간보다 격리 기간이 더 길었을 때도 있었다고.
이렇듯 5060에게 들어본 새해 소망은 개인적인 희망일 수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우리 사회가 함께 겪는 고통에서 파생된 염원이기도 했다. 공동체가 함께 품어보는 소망. 코로나19가 물러가는 날을 하루라도 빨리 맞이하기 위해 지금 감내하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 그것들을 말 없이 지켜내는 이들도 많고.
한편, 뉴스포스트가 2022년에 품어보는 여러 소망 중 하나는 “코로나19가 물러갔다”는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