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허니문 ‘작게’, 혼수는 ‘크게’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우리나라 대표적인 경사인 ‘결혼’. 전통적으로는 결혼식 날 하객이 참석해 축의금을 내면 혼주 측에서 식사 대접을 하곤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이러한 풍습까지 바꿔버렸다. 코로나 시대, 결혼 문화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코로나19로 결혼식 하객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사진=C 씨 제공)
코로나19로 결혼식 하객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사진=C 씨 제공)

불편한 결혼식 ‘NO’…결혼식 연기하는 사례 증가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3500건으로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적었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결혼 건수를 의미하는 조(粗)혼인율은 전년보다 0.4건 줄어든 4.2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수영 사회통계국 인구동향과장은 "30대 인구의 감소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주거비 등 비용 증가와 경제여건 변화 등의 영향으로 결혼을 미루는 이유가 늘고 있다"면서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결혼이 연기·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별 혼인건수와 월별 혼인건수에 있어서도 코로나 영향이 나타났다. 17개 시도 모두에서 전년대비 혼인 건수가 감소했으며, 특히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지역 감염으로 사실상의 봉쇄가 이뤄졌던 대구(-15.6%)와 경북(-15.%)의 감소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2020년 결혼 예정이었던 예비부부들 중 결혼 연기를 결정한 사례가 많다. 직장인 A씨는 지난해 6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8월로 미뤘다. 코로나가 확산되는 시점이었기 때문. 그런데 8월 예식 일주일 전, 코로나 2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혼란에 빠졌다. A씨는 “당시 언론에서 인원 수 지침 어기면 300만원 벌금 등 자극적인 뉴스를 연일 보도하면서 지인들 연락도 많이 오고,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다행히 예식장 포함해 예약한 업체들과 잘 조율해 위약금 없이 일정을 옮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올해 3월 예식을 올렸다.

이들의 연기 이유는 축하를 받고, 축하해 주러 오는 자리가 부담이 느껴지는 것이 싫다는 것이 크다. 또한 하객 수 제한 및 식사 대접 문제와 식대 비용 문제도 있다.

결혼식 생중계에 축의금은 계좌로

반면 마음 졸이며 예식 날짜를 기다리고 결국 결혼을 강행한 예비 부부들도 많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 상황해서 연기를 했다고 상황이 나아지리란 보장도 없었기 때문. 거리두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자 지난해에는 유튜브, 줌을 이용해 실시간 결혼식 중계를 진행하는 업체도 많이 생겨나기도 했다.

지난 8월 예식을 올린 B씨는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예식인원이 49명으로 줄어들자 직계가족과 지인 몇 명만 초대가 가능했다. 이에 아쉬워하는 지인들을 위해 유튜브 생중계를 진행했다. B씨는 “유튜브 계정 준비해서 지인들한테 알려주고 당일 라이브를 진행했다. 아이가 있는 친구, 못 오는 지인들도 결혼식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서 만족했다”라고 말했다.

비대면 결혼식 문화는 축의금 전달 문화도 비대면으로 만들었다. 이제 결혼식을 직접 잠석해 축의금을 내기보다 계좌로 축의금만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됐다. 계좌번호가 적힌 청첩장은 이제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9일 ‘50인 이상 결혼식 금지’ 조치가 시행된 이후 시행된 축의금 송금봉투 이용률 조사에서 직전 주말(15-16일)보다 시행 후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자 신혼부부들은 국내로 신혼여행지를 다녀온다. (사진=C 씨 제공)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자 신혼부부들은 국내로 신혼여행지를 다녀온다. (사진=C 씨 제공)

신혼여행은 국내로...제주, 남해, 부산 인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하늘길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신혼부부들은 신혼여행지로 당연히 선택했던 해외는 생각할 수 없었다. 지난해 6월 결혼했던 C씨는 “결혼준비를 하면서 남자친구와 모리셔스를 가기로 결정하고 비행기와 호텔까지 예약한 상황이었는데 코로나가 점차 심해졌다”며 “양가 부모님들도 많이 걱정하시고 자가격리 2주 지침까지 내려오면서 어쩔수 없이 포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씨는 결국 제주도로 일주일간 신혼여행을 갔다왔다.

제주 신혼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남해, 부산 등 다른 내륙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신혼부부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9월 결혼예정인 D씨는 “해외 분위기 물씬나는 제주도도 좋지만 이 기회에 국내 여러 곳을 다녀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담양, 남해, 여수 등 평소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신혼여행비 아껴 혼수 플렉스하는 예비부부

한편 신혼여행 경비가 줄어들면서 혼수에 투자하는 신혼부부도 늘어나고 있다.

G마켓이 올해 1월 1일부터 4월 27일까지 결혼 관련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혼수용 가구와 가전의 고객별 평균 구매단가(객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총 22% 증가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G마켓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이 길어져 더는 결혼식을 연기하지 못하는 예비부부들이 결혼식은 간소하게 진행하는 대신 아낀 결혼 예산을 혼수 용품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가전의 객단가 증가가 두드러졌다. TV 객단가는 47% 증가했다. 지난해 100만 원짜리 TV를 구매했다면 올해는 147만 원 상당의 TV를 구매했다는 의미다. 또한 드럼세탁기(34%), 냉장고(15%) 등의 객단가도 모두 증가했다.

최근 인기 혼수로 떠오른 식기 세척기(43%), 인덕션(30%), 의류관리기(3%)도 모두 객단가가 올랐다. 이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일을 돕거나 ‘집콕’ 생활에 유용한 가전제품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일반 소파의 객단가는 18%, 리클라이너 소파는 6% 올랐다. 또 혼수 용품에서 빠질 수 없는 침대와 아일랜드 식탁도 각각 11%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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