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범죄분석’에도 빠진 촉법소년범죄...정확한 통계도 없다
촉법소년 연령 상한 낮춘다고 범죄 줄어든다는 충분한 근거 없어
만 14세 촉법소년 형사처벌하자는 건 소년사법제도 부정하는 것
10세부터 처벌하는 해외 사례는 한국과 다른 형사사법제도 때문
형사처벌 여부보다 소년범들이 놓인 열악한 상황과 삶에 관심을
촉법소년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최근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의 잔혹한 범죄들이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면서다. 이에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제도를 폐지하거나, 적용 연령 상한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촉법소년제도에 대한 각계각층의 주장을 들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한민경 경찰대학교 교수는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만 14세 미만 밑으로 낮춘다고 소년범죄가 줄어든다는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선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07년 촉법소년 연령 하한을 만 12세에서 10세로 낮춘 뒤로 소년범죄가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만약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낮춰야 한다면, 형사처벌에 앞서 진행하는 경찰의 다이버전(Diversion)을 확실하게 제도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민경 교수도 “성장과정에 있는 소년기의 특성을 고려해서 성인과 구별해 처우하도록 하는 게 소년사법제도의 핵심”이라면서 “형법상 책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촉법소년에 대해서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형사처벌 하자는 건 이런 소년사법제도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뉴스포스트는 김지선 선임연구위원, 한민경 교수와 함께 현행 소년법과 증가하는 청소년 강력범죄, 촉법소년제도를 둘러싼 논란 등을 짚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개별 진행했다.
최근 발생하는 소년범죄를 보면 흉악해지고 연령이 낮아지는 것 같은데요.
실제 통계적으로 소년범죄 양상이 변하고 있는 건가요?
김지선 선임연구위원: 촉법소년범죄 양상은 통계가 없어서 확인이 어렵습니다. 대검찰청에서 나오는 범죄분석은 촉법소년인 14세 미만 범죄는 ‘0’으로 잡고 있어요. 검찰에서 2018년부터 촉법소년 통계의 부정확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아예 모든 촉법소년을 다 빼버린 거죠. 촉법소년은 경찰이 검찰로 송치하지 않고 바로 법원으로 송치하는데요. 그래서 검찰이 통계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문제는 경찰이 법원에 송치하는 소년범 가운데 촉법소년 외에 우범소년도 포함돼 경찰 통계도 정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비공식통계로 우범소년이 600~700명 정도여서, 마냥 무시하고 촉법소년 통계를 잡을 수 없죠.
한민경 교수: 검찰이 작성하는 범죄통계인 ‘범죄분석’에 따르면 살인과 강도, 방화, 성폭력 등 강력범죄(흉악)에 해당하는 소년범죄는 최근 10년간 매년 3,000여 건 정도인데요. 2015년 이래 소폭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소년범죄에서 재산범죄, 교통범죄 등 범죄 발생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했지만, 강력범죄는 28.2% 증가했어요. 소년에 의한 강력범죄 유형을 보면 살인과 강도, 방화는 감소했지만, 성폭력은 크게 늘었습니다. 소년 강력범죄의 90% 정도가 성폭력인 상황입니다.
촉법소년들은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데요.
현행 제도에 부정적인 여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김지선 선임연구위원: 촉법소년들을 소년교도소에 넣는다고 해서 과연 국가가 제대로 교육하고 교화할 수 있을까요? 촉법소년범죄에 대한 국가의 이해가 얼마나 부족하면 통계조차 안 잡혔겠어요. 현행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해당하는 촉법소년들을 형사처벌하면 오히려 성장하면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겁니다. 시설에 넣으면 한참 범죄성이 활발한 10대 중후반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할 텐데, 그러면 교화(敎化)보단 동화(同化)될 우려가 큽니다. 형사처벌이 능사가 아닙니다.
한민경 교수: 촉법소년은 형법에 따른 처벌은 받지 않지만,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가능합니다.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소년기의 특성을 고려해서 성인과 구별해서 개별적으로 처우하도록 하는 것이 소년사법제도의 핵심인데요. 형법상 책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촉법소년에 대해서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형사처벌 하자는 것은 이러한 소년사법제도의 근간을 부정하는 겁니다.
영국과 홍콩 등 많은 국가는 만 10세 또는 12세 이상이면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우리나라도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김지선 선임연구위원: 물론 만 10세 이상 소년부터 형사처벌하는 나라도 많아요. 그런데 한국과는 배경이 다릅니다. 우리나라가 촉법소년 연령 하한을 2007년 만 12세에서 10세로 낮췄잖아요? 그런데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서 범죄가 줄어들거나 소년범죄 우려가 불식됐냐고 하면 답은 아닙니다. 영국은 만 10세 이상부터 형사처벌이 가능한데요.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경찰에 대한 신뢰가 높고, 경찰들이 소년사법 관련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년범에 훈방을 두세 번 했는데도 범죄를 저지르면 우리가 생각하는 실질적인 처분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뒤에야 촉법소년 연량 상한을 낮추는 논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민경 교수: 우리나라는 연령만을 기준으로 일정 나이 이상이면 형사책임능력이 있다고 추정하는 ‘절대적 형사성년제도’를 따르는데요. 반면 영국과 독일 등 많은 국가는 형사책임능력을 인정하기 위해 연령 외에 추가적인 요건들을 요구하는 ‘상대적 형사성년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만 14세가 넘었다고 해서 모두 형사책임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심사를 통해 형사책임능력을 인정할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다른 국가의 연령 기준은 제도적 틀이나 그 의미가 달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현행 촉법소년제도, 이대로 충분하다는 건가요?
김지선 선임연구위원: 촉법소년제도의 개선을 말하기 전에, 우선 촉법소년에 대한 자료조사부터 선행해야 해요. 2007년 촉법소년 연령 하한을 낮춘 뒤로 실제 소년범죄가 줄었나 등에 대해서요. 자료가 부족하긴 하지만, 자료를 끌어모아서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걸 위한 기초작업으로 촉법소년 통계수집과 관련된 절차나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경찰과 법무부, 법원이 협조해서 촉법소년 통계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이걸 어떻게 형사사법 자료를 만들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절실합니다.
한민경 교수: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려면, 최소한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연령대의 범죄가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야 할 텐데요. 문제는 촉법소년의 범죄 상황을 보여주는 통계자료도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몇몇 범죄사건을 들어 형사책임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촉법소년을 규정하는 절대적 형사성년제도는 장기적으로는 재고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 헌법재판소는 “소년 개개인마다 판단·추정하는 것은 곤란하고 부적절하므로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하여 일률적으로 형사책임연령을 정한 것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고 결정한 바 있었는데요. 반면 EU 경제사회위원회는 전통적인 절대적 형사성년제도는 지양하고 개인의 성장발달을 고려하는 상대적 형사성년제도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소년범죄를 다루는 형사사법제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지선 선임연구위원: 형사처벌에 앞서 촉법소년을 교화하는 다이버전(Diversion)은 경찰 단계에서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소년들이 죄를 저질렀을 때 너무 이른 나이부터 형사사법 체계 안으로 들어오면 낙인효과로 교정이나 교화가 어려워진다는 얘기인데요. 이건 국제기구 권고도 마찬가지고 연구로도 증명이 됐어요. 문제는 우리나라는 검찰의 견제로 경찰이 소년사법에 있어서도 재량권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이번에 수사권조정 하면서 뭔가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경찰 다이버전은 갈팡질팡하는 상태예요.
한민경 교수: 원칙적으로는 소년원에 있는 동안 교정·교화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소년범죄자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정서 때문에 소년범죄자와 소년원 시설에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열악한 보호처분의 상황이 교화 가능성을 낮추고, 소년범죄자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낙인이 재수감율을 높이고 있는데요. 많은 소년범죄자의 성장 환경이 불우하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회복지제도의 지원을 받아야 할 소년범죄자들의 상황을 본질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일시적으로 형사사법체계의 감독 아래 둔다고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고 봅니다.
소년범죄에 대해 제언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김지선 선임연구위원: 영국과 미국 등 형사사법 선진국은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면 경찰이 초기에 조사하고 분류합니다. 이 소년이 초범인지 아닌지 재범위험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요. 그래서 위험성이 낮고, 초범이면 형사처벌을 하기 전에 경찰의 다이버전을 진행하고요. 아니라면 법원에 송치해 처벌이나 처분을 받게 합니다. 우리나라는 소년범들이 경찰과 검찰을 돌고, 돌고, 돌아서 6개월 뒤에 법원에서 소년부 판사가 “아, 그래 너 그럼 소년분류심사원에 들어가서 분류 좀 받아봐” 그러면 그때 조사와 분류가 시작되죠. 초기에 경찰 단계에서 소년범을 판단하고 분류해 소년범 형사사법의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한민경 교수: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추는 것이 가져올 효과가 미미한데요. 그런 의견이 계속 제기되는 건 보호처분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년범죄자의 재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형벌 부과가 아니라 보호처분의 다양화와 내실화가 더 긴요하다는 점이 널리 인식됐으면 해요. 소년범죄자들에게 형사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관심보다는, 지금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합니다.
※ 인터뷰이 약력(가나다순)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現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前한국형사정책연구원 기획조정실 실장
前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동향통계연구센터 센터장
한민경 경찰대학교 교수
現경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前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前독일 막스플랑크 비교형법 및 국제형법연구소
前경찰청 외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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