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개발자 신입 연봉 ‘6천만원 시대’...경력이직 보너스 1억원 조건도
게임·배달·핀테크·부동산·중고거래 등 업종 불문 ‘개발자’ 모시기 경쟁
비개발직군 직장인 78.1% “개발자 연봉 인상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게임업계發 IT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한창이다. 십수 년 전부터 미래 유망직종에 IT 개발자와 프로그래머가 이름을 올릴 때마다 “그래 봐야 한국에선 ‘인텔리 노가다’일 뿐”이라는 비아냥은 옛말이 됐다.

게임업계에서 시작한 개발자 모시기 경쟁에 직장인 78.1%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사진=Pixabay)
게임업계에서 시작한 개발자 모시기 경쟁에 직장인 78.1%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사진=Pixabay)

분야를 불문하고 기업들의 개발자 영입 전략의 방점엔 ‘돈’이 있다. 수천만 원 연봉 인상은 기본이고, 경력 개발자 영입을 위해 이직 보너스로 1억 원을 제시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개발자 ‘떡상’ 시대다.

非개발직군 직장인들은 이런 사회 분위기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연봉과 보너스 등에서 개발자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업계 신입 개발자 연봉 ‘6천만원 시대’...경력 이직 보너스 1억원


첫 포문은 넥슨이 열었다. 넥슨은 지난달 1일 개발직 신입사원 초봉을 5,000만 원으로 높인다고 밝혔다. 또 올해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 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넥슨 발표 이후 넷마블과 게임빌, 컴투스, 스마일게이트 등이 모두 800만 원 연봉 인상을 약속했다.

특히 크래프톤은 개발직 신입사원 초봉을 6,000만 원으로 파격적으로 높였고, 엔씨소프트는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해 개발직 연봉을 1,300만 원 이상 올리고 신입사원 연봉 상한선을 폐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임업계에서 시작한 개발자 연봉 인상 열풍은 직방과 당근마켓, 토스 등 여타 IT 유망 스타트업으로 옮겨붙었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직방은 지난달 26일 우수 개발직 인재 확보를 위해 개발자 초봉을 IT업계 최고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직방이 밝힌 개발자 초봉은 6,000만 원이다. 또 직방은 기존 개발직 종사자들의 연봉을 2,000만 원 일괄 인상한다고 전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토스는 이직하는 경력 개발자에 1억 원의 스톡옵션과 전 직장 대비 최대 50% 연봉 인상을 약속했고,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도 개발자 신입 초봉 5,000만 원과 스톡옵션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비개발직군 종사자 78.1% “개발자 몸값 상승에 상대적 박탈감”


‘인텔리 노가다’라는 오명을 벗기까지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낸 IT 개발직군이지만, 비개발직군 종사자들이 개발자의 연봉 인상 릴레이를 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지상파 프로그램제작 10년 경력의 김모 PD는 뉴스포스트에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으로 IT산업이 발달하고 개발자가 우대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비개발직군 종사자들이 힘이 빠지는 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재무팀 박모 과장도 “그만큼 가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개발자들 연봉이 오르는 건 시대의 요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IT업계 연봉 릴레이 인상뿐만 아니라, 최근 주식부터 LH 사태까지 겹쳐 박탈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10년 전 3천만 원으로 시작한 주식을 최근 주식시장 과열이라는 호재까지 겹쳐 100억 원대까지 키운 가까운 지인이 있다”며 “그런데 개발자 연봉 인상 소식까지 들으니,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직장인들은 “본인 연봉 대비 큰 격차” 때문에 개발자 연봉 인상에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료=인크루트)
직장인들은 “본인 연봉 대비 큰 격차” 때문에 개발자 연봉 인상에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료=인크루트)

비개발자 종사자들의 이런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닷새간 직장인 7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IT와 게임업계 개발자의 파격 연봉 인상에 비개발직 직장인 대다수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답한 것이다.

응답자들 가운데 78.1%는 개발자 연봉 인상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가 42.2%였고, “다소 그렇다”는 35.9%였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21.9%에 그쳤다.

개발자 연봉 인상에 대한 박탈감은 중소기업 재직자와 중견기업, 대기업 순으로 높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종사자 가운데 80.6%, 중견기업 종사자 가운데 77.8%, 대기업 종사자 가운데 74.5%가 박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박탈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직장인의 37.4%가 “본인 연봉 대비 큰 격차” 때문에 박탈감을 느낀다고 설명했고, 29.5%는 “재직 중인 회사의 연봉과 성과보상 제도에 회의감이 든다”고 답했다.

인크루트는 “최근 보도되는 연봉 인상 소식들을 접하며 본인 연봉과의 비교 아닌 비교로 씁쓸함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종합하자면 최근 연봉 러시를 계기로 직장인 대다수는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동시에 현 직장의 성과 보상체계에 대한 불만, 더 나아가 본인이 선택한 직무와 회사에 대한 후회와 한탄까지 표출되는 상황임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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