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재력과 지위 배경으로 출발선부터 유리
-특혜와 무임승차 논란 휩싸이며 대중의 분노 야기
-모범 금수저 사례도 존재, 부모 배경보다 실력으로 승부
-금수저에 대한 집단 매도보다 일부 금수저의 일탈 해결이 중요

BTS(방탄소년단)의 노래, ‘불타오르네(FIRE)’의 가사를 보면 “그 말하는 넌 뭔 수저길래 수저수저 거려 난 사람인데”라는 가사가 있다. 일명 수저사회의 폐단을 비판한 것이다. BTS의 노래에도 등장하듯이 이른바 대한민국은 수저공화국이다. 부모의 재산이 자녀의 수저 색깔을 결정한다. 수저의 색깔은 개인의 운명을 좌우한다.

물론 금수저라고 무조건 비판 대상이 아니다. 반면 흙수저라고 절망의 대상만은 아니다. 하지만 수저의 색깔로 출발선과 기회가 불평등하다면, 대한민국은 공정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수저사회의 폐단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뉴스포스트가 총 5회에 걸쳐 수저사회의 현주소와 폐단을 점검하며, 대한민국이 수저사회를 넘어 공정사회로 나아갈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금수저, 아니 이제는 다이아수저까지 등장했다. 기사에서는 다이아수저와 금수저를 금수저로 통칭한다. 대한민국에서 누가 금수저일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금수저는 ‘부유하거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가정에서 태어나 경제적 여유 따위의 좋은 환경을 누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된다. 국립국어원의 정의에 맞춰 뉴스포스트는 대한민국의 금수저 유형을 드라마 캐릭터 또는 TV 프로그램을 사례로 구분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등장인물 천서진(김소연)은 청아재단 이사장의 딸로 모태 금수저의 표본이다. (SBS 홈페이지 화면 캡처)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등장인물 천서진(김소연)은 청아재단 이사장의 딸로 모태 금수저의 표본이다. (SBS 홈페이지 화면 캡처)

부모 재산부터 지위까지 각양각색 금수저


첫 번째 <로열 패밀리> JK 일가형으로 재벌 금수저 유형이다. <로열 패밀리>는 MBC에서 2011년 3월 2일부터 2011년 4월 28일까지 방영됐다. <로열 패밀리>에서 JK그룹의 재벌가, 즉 JK 일가의 금수저가 등장한다. 장남 조동진(안내상)은 JK그룹의 황태자로 불린다. 차녀 조현진(차예련)은 사립유치원부터 보스턴대 정치학과까지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현실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회장 등 재벌 2·3세가 재벌 금수저의 주인공이다.

두 번째 <펜트하우스 시즌1> 천서진형과 <허쉬> 홍규태형이다. 가문 금수저 유형이다. <펜트하우스 시즌1>은 SBS에서 2020년 10월 26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방영되며, <스카이캐슬>에 이어 금수저를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천서진(김소연)은 청아재단 이사장의 딸로 청아재단의 실세다. 아버지 천명수(정성모)로부터 청아재단 이사장직을 물려받는다. <허쉬>는 2020년 12월 11일부터 방영을 시작했다. 홍규태는 인턴 기자에서 정치부 수습기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실체는 민한당 대표의 아들이자 매일한국 사장 조카의 약혼자다. 정규직 전환형 인턴 공채 채용도 홍규태의 족벌 세습을 위한 각본이다.

가문 금수저 유형은 삼성, LG, SK처럼 대재벌은 아니지만 가문의 업적과 위상이 금수저 배경이다. 족벌사학 집안, 법조인 집안, 의사 집안, 정치인 집안, 스포츠인 집안 등이 해당된다. 재벌 금수저 유형처럼 통상 자녀가 가업을 물려받는다.

세 번째로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의 연예인 자녀형이다. 자녀의 부모 직업 대물림 금수저 유형이다.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는 SBS에서 2015년 3월 21일부터 2015년 11월 1일까지 방영됐다. 연예인 아빠와 딸이 출연했다. 초기 출연자는 강석우-강다은, 이경규-이예림 등이다,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 이후 강석우의 딸 강다은과 이경규의 딸 이예림은 연예계에 데뷔했다.


출발선부터 유리, 불평등·불공정의 대상으로 낙인


대한민국의 각양각색 금수저. 금수저 기준을 정한다면 더욱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공통분모는 단순하다. 부모의 재산, 직업, 지위, 가문이 자녀의 인생에 결정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금수저는 출발선부터 유리하다. 출발선부터 유리하니, 금수저는 불평등·불공정의 대상으로 낙인찍힌다.

금융정보전문기관 에프앤가이드의 조사에 따르면 1월 20일 기준 상장사 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공시에서 10세 이하 주주는 151명이었다. 1년 전보다 21명 증가했다. 대부분 주식을 가족과 친척들로부터 증여받았다. 일부는 상속받았다. 1인당 평균 주식 가치는 8억 7000만원이다. 특히 28명은 평가금액이 10억 원을 넘는다.

또한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오너 일가 부모와 자녀 세대가 경영에 함께 참여하는 43개 그룹의 임원 승진 기간을 조사한 결과 오너 일가는 입사 평균 4.8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입사 후 사장단에 오르기까지는 평균 14.1년이 소요됐다.

직장인 김준환 씨(서울·45세)는 “월급의 일부를 열심히 저축하고 있지만 1억 원을 모으기도 벅차다.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면 아무 노력 없이도 막대한 돈을 증여받거나 상속받는다. 더욱이 오너 일가 말고 일반인이 기업 임원이나 사장 자리에 오를 확률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금수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씁쓸하다”라고 토로했다.

2020년 6월 12일 청와대 게시판에 ‘금천구 공군 부대의 비위 행위를 폭로합니다’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2020년 6월 12일 청와대 게시판에 ‘금천구 공군 부대의 비위 행위를 폭로합니다’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금수저 둘러싼 특혜 논란, 대중의 분노게이지 상승


출발선이 다르다고 금수저를 무조건 매도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사회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쟁과 차이는 자연스럽다. 비록 출발선은 달라도 경쟁의 기회가 공정하고, 부모의 재산과 지위보다 개인의 노력과 실력이 존중받는다면 금수저가 마냥 매도 대상이 되지 않을 터.

문제는 금수저를 둘러싸고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중 입장에서 특혜는 반칙이고 무임승차다. 반칙과 무임승차는 ‘사회적 이동성(개인이나 집단의 사회적 지위 변화)’을 가로막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 대중이 금수저에 분노하는 이유다.

2020년 6월 12일 청와대 게시판에 ‘금천구 공군 부대의 비위 행위를 폭로합니다’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글쓴이는 “20년 정도 공군에서 복무 중인 부사관이다. 오늘 우리 부대에서 부모의 재력 때문에 특정 병사에게 특혜를 주고 이를 묵인 방조해오는 등의 비위 행위를 폭로하려고 한다”며 특정 병사의 실태를 공개했다. 글쓴이는 특정 병사가 빨래와 음용수 배달 등 심부름을 부사관에게 시키고, 황제 생활관에서 생활하며, 무단 탈영 의혹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특정 병사는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아들로 밝혀졌다. 특혜 논란 끝에 최 부회장은 사퇴했다.

김구라의 아들 MC그리(본명 김동현)도 특혜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MC그리는 2015년 힙합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MC그리는 래퍼로서 실력는 없지만, 아빠 김구라의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이에 MC그리는 2016년 6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 “저는 금수저가 맞고 요번 노래도 솔직히 아빠 아들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히트 칠 노래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특혜 논란 이후 조국 서울대 교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 나경원 전 국회의원 등이 쏘아올린 정치인의 부모 찬스 논란도 대한민국에서 금수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주부 정현정 씨(인천·37세)는 “금수저 부모가 아니라서 자녀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자녀들이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한다”며 씁쓸함을 표했다.


금수저 배경에도 실력으로 승부, 모범 금수저 사례도 존재


반면 모범 금수저 사례도 존재한다. 뮤지컬 배우 함연지가 대표적이다. 함연지는 오뚜기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함영준 회장의 장녀다. 2006년 14세에 12억 원 상당의 오뚜기 주식 1만 주를 받아 ‘미성년 주식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3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소유, 연예계 주식 부자로 유명하다. 남편은 국내 대기업 임원의 아들이다.

하지만 대중의 평가는 함연지에게 우호적이다. 이는 함연지의 실력과 소탈 행보가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함연지는 2014년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디션에 합격,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각종 예능에 출연하며 소탈하고 친화적인 모습으로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

배우 권현상도 금수저의 모범사례로 회자된다. 아버지가 대한민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다. 그러나 권현상은 본명(임재오)을 숨기고 데뷔했다. 아버지의 후광보다 자신의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마음에서다. ‘임권택 감독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8년간 숨긴 채 권현상은 연기자 활동을 이어갔다.

 


금수저에 대한 시선 변화, 일부 금수저의 특혜와 반칙 해결이 관건


사실 모범 금수저 사례는 흔치 않다. 이에 대한민국에서 금수저는 우호의 대상보다 매도의 대상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사회현상에 따른 대중심리를 원인으로 꼽는다. 취업난과 경제난이 장기화되며,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점차 커진다는 것이다. 다만 거듭 강조하건데 금수저라고 무조건 매도 대상으로 전락하면 일종의 역차별이다. 문제는 일부 금수저의 특혜와 반칙, 대물림과 무임승차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가 실제 느낄 수 있는 금수저와 실제 우리 사회의 금수저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금수저인 사람들이 당연히 있지만 금수저를 하나의 카테코리로 본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특정 계층에 대한 특정 분노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수저 가운데 일부 일탈을 저지르는 사람들 때문에 국민들의 공분이 생기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60년대, 70년대 또는 70년대, 80년대의 특권과 정경유착의 잔재에서 아직까지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 이에 특히 금수저 가운데에서 일탈이 많이 보인다”며 “그러나 일부 일탈과 금수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점차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고 대중교육이 많아진다. 창업도 많이 하고 자수성가도 많이 한다. 자수성가도 단순히 사법고시 합격 같은 자수성가가 아니다. 자수성가로 세계에 진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차츰 금수저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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