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폐교, 지역경제 붕괴와 지역소멸로 이어져···국가균형발전 저해
교육부 정책은 임시방편 불과···재정확대 등 근본적, 장기적 대책 절실
청년 인구 유입·정착으로 지역 활성화···지역인구 지방대 진학 선순환 구축

지방대가 위기다. 신입생 미충원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것. 우리나라 대학은 등록금 의존도가 60%대에 이른다. 신입생 미충원 사태 심화가 재정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정악화는 지방대의 생존과 직결된다. 특히 학령인구감소가 본격화되고 ‘인서울(in-Seoul)’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지방대의 줄폐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지방대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다. 나아가 국가경쟁력에도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다. 지방대가 살아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국가의 균형발전도 담보된다. <뉴스포스트>가 지방대 위기의 현주소와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지방대의 위기는 비단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대가 문을 닫으면 지역인구가 소멸되고, 지역경제가 붕괴된다, 지역인구 소멸과 지역경제 붕괴는 국가의 균형발전을 저해한다.

주요 선진국은 지역 소재 대학이 지역과 공생하며 지역과 국가 발전을 선도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지방 남부에 위치하지만,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MIT)은 세계적 명문대다. 영국의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는 영국 잉글랜드 옥스퍼드셔카운티(Oxfordshire county)에 위치한다. 옥스퍼드셔카운티는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이다. 그러나 영국정치인 90%가 옥스퍼드대 출신이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따라서 지방대 살리기는 국가의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과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과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지난 2월 ‘제2차 지방대학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지방대 살리기 의지를 시사했다. 하지만 교육전문가들과 대학 현장에서는 정부 정책의 한계성을 지적하며 근본적·장기적 해법으로 고등교육재정 확대, 중장기 고등교육정책 수립, 지역 활성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 정책’ 개선 등을 강조한다.

고등교육재정 확대로 지방대 재정 위기 타개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5월 6일 공청회를 개최하고 대학의 위기상황을 진단한 뒤 극복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위원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인철 회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남성희 회장,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김수갑 회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장제국 회장, 국가중심국공립대총장협의회 최병욱 회장,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오홍식 상임회장,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양성렬 이사장과 함께 ▲고등교육재정의 획기적 확충 ▲대학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과 규제 개혁 ▲대학 자체 혁신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했다.

특히 유 위원장과 7개 단체 회장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위해 우선 ‘고등교육특별회계’로 긴급재정을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국‧공립대와 지방 사립대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근거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지방대의 위기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과 학령인구감소가 주원인이다. 하지만 재정난도 지방대의 위기요인으로 작용한다.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등록금 수입이 장기간 감소하며, 지방대의 교육여건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사립대 재학생 비중이 82%(방송대·원격대 제외)를 차지하고,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 의존율이 70%대에 이른다. 반면 OECD 회원 국가 다수는 국공립대 재학생 비중이 80~90%대 수준이다. 국가의 재정지원이 절대라는 의미.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인서울 선호 현상 증가, 학령인구감소,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유학생 대거 이탈까지 겹친다면 지방대의 재정난은 악화일로가 불가피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2011년 반값등록금정책 시행 이후 등록금 동결·인하로 전국 4년제 대학의 학생 1인당 평균 순등록금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평균 순등록금은 평균 명목등록금에서 평균 장학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전국 4년제 대학의 학생 1인당 평균 순등록금은 2008년 478만 1800원을 기록한 뒤 2013년 379만 9000원, 2018년 310만 2000원으로 줄었다. 사립대 1교 평균 학부등록금 수입은 2011년 대비 2017년 명목적으로 19억 원 이상 감소했다.

또한 대교협 분석 결과 대학의 기계·기구매입비는 2011년 3622억 원에서 2016년 2978억 원으로, 연구비는 2011년 5397억 원에서 2016년 4655억 원으로, 실험실습비는 2011년 2145억 원에서 2016년 1940억 원으로, 도서구입비는 2011년 1511억 원에서 2016년 1387억 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기계·기구매입비,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는 직접교육비에 해당된다.

문제는 지방대를 비롯해 대학의 교육여건 악화가 국가경쟁력에도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대학교육 경쟁력이 2011년 39위에서 2019년 55위로 하락했고 국가경쟁력은 22위에서 28위로 하락했다.

유 위원장은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고등교육재정에 대한 투자가 필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재정은 GDP 대비 0.7% 수준으로 개인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약 0.5% 수준”이라면서 “OECD 평균 1.1%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과감한 교육투자를 통해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경쟁력 상승을 이끌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대학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대학무상화-평준화추진본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교육의 위기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대학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대학무상화-평준화추진본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교육의 위기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대학노동조합)​

대학 단체들의 주장도 동일하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대학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대학무상화-평준화추진본부는 지난 6월 4일 인천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대학의 위기 현상은 대학 재정 위기와 그로 인한 학교 운영의 어려움, 교육·연구기관으로서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미약하고 대학들이 등록금에 주로 재정을 의존하고 있는 사립대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입학생 감소는 곧 대학 재정의 타격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의 대학 위기 대책 방향은 당면한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들의 운영위기가 매우 급격하게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많이 미흡하다는 것이 고등교육계의 공통된 평가”라면서 고등교육재정의 대폭 확충을 비롯해 △지속적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중장기 고등교육대책 수립 △대학교육의 무상화 △공적 운영 기반 구축 전제의 사립대 운영비 직접 지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지역 활성화→지방대 경쟁력 강화’ 선순환 구축

교육부는 지역소멸과 지방대 위기 극복을 목적으로 2020년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이하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을 도입했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지방대가 협업체계를 구축, 지역인재 양성부터 취·창업과 정주까지 아우르는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교육부는 지역소멸과 지방대 위기 극복을 목적으로 2020년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을 도입했다. 전남대 지역혁신플랫폼 지역사회혁신본부는 지난 5월 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사회취약계층과 도시재생’을 중심주제로 ‘2021 지역사회문제해결 아이디어 해커톤’을 개최했다. (사진=전남대)
교육부는 지역소멸과 지방대 위기 극복을 목적으로 2020년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을 도입했다. 전남대 지역혁신플랫폼 지역사회혁신본부는 지난 5월 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사회취약계층과 도시재생’을 중심주제로 ‘2021 지역사회문제해결 아이디어 해커톤’을 개최했다. (사진=전남대)

2020년 3개 플랫폼(광주·전남, 충북, 경남)이 선정된 뒤 광주·전남 플랫폼과 충북 플랫폼은 올해 계속 지원을 받는다. 반면 경남 플랫폼은 올해부터 경남·울산플랫폼으로 확대, 지원을 받는다. 또한 대전·세종·충남 플랫폼이 올해 신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각 지역혁신 플랫폼별 중점 육성 분야는 ▲광주·전남 플랫폼 - 에너지신산업, 미래형운송기기 ▲대전·세종·충남 플랫폼 - 미래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미래모빌리티 ICT ▲울산·경남 플랫폼 - 제조엔지니어링, 제조ICT, 스마트공동체, 미래모빌리티, 저탄소그린에너지 ▲충북 플랫폼 - 제약바이오, 정밀의료·기기, 화장품·천연물 분야다.

그러나 지역혁신 플랫폼은 일부 지역에만 해당된다. 한계가 존재한다는 의미. 전체 지역과 지방대 대상의 선순환 모델이 요구된다. 핵심은 청년 인구를 유입,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즉 ‘청년 인구 유입 → 지역 정착 → 지역인구의 지방대 진학 → 지역 취업과 정착’의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박진경 연구위원과 김도형 연구원은 ‘인구감소대응 지방자치단체 청년유입 및 정착정책 추진방안’ 보고서에서 ▲청년일자리・주거・교통 복합사업 우선 추진 ▲지역뉴딜 일자리와 온라인 기반 창업 활성화 ▲청년혁신복합공간 조성 등을 제시했다.

박 연구위원은 “수도권 거주 미혼 도시청년들을 대상으로 이주 초기 가장 필요한 지원정책을 조사한 결과 지역 내 일자리를 찾아주는 정책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3.6%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해당 이주지역에서의 주거지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6.0%로 나타났고 교통비, 또는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1.3%로 나타났다”면서 “일본은 도쿄권에서 도쿄권 이외의 지역으로 UIJ턴을 한 자가 창업 또는 중소기업 등에 취업하는 경우 이주에 따른 경제 부담과 중소기업 등의 채용 활동 비용 부담 경감을 위해 지방창생추진교부금과 관련 보조금을 활용,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UIJ턴은 U턴(도시 이주 후 고향으로 이주), I턴(대도시로 이주 없이 지방도시에서 다른 지방도시로 이동), J턴(도시로 이주 후 고향과 가까운 지방도시로 이주)를 통칭한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비수도권이나 지방 이주 희망 청년들은 이주를 하더라도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소화에 직면한 지역들의 고민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라며 “청년 인구 유출 지역에서는 역기업이 업종과 사업방식을 비대면・디지털 기술에 따라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디지털 청년일자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한 온라인 기반으로 지방에 청년들이 창업 내지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연구위원은 “청년들의 지방이주를 장려하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에도 청년들이 원하는 매력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청년혁신복합공간을 생활SOC와 함께 복합공간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업종별로는 상업시설과 청년창작 및 창업공간, 엔터테인먼트, 문화공간 순으로 우선순위를 둬 공간을 구성하고 상업시설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레스토랑,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이 조성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할 때부터 청년들을 매칭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지방대 육성 법안 실효성 ‘도마 위’···제도 개선 주문

지역과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대 육성법)’과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혁신도시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에 물음표가 찍힌다.

지방대 육성법은 공공기관과 상시근로자의 수가 200명 이상 기업의 경우 지역인재 35% 이상 채용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임의규정에 불과하다. 혁신도시법은 적용지역 단위를 이전 지역으로 한정한다.

이에 유 위원장은 지방대육성법, 혁신도시법 개정안 2건을 대표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지방대에서 공공기관의 의무채용 비율을 50%로 확대 규정하고 채용 비율을 공개한다. 혁신도시법에서는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 의무 비율을 50%로 확대 규정하되 적용지역 단위를 ‘이전지역 소재 학교 출신 25%와 비수도권 소재 학교 출신 25%’로 구분, 실효성을 담보한다.

유 위원장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가 사라져 갈 것’이라는 속설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방대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 더 나아가 국가의 위기로 이어진다”면서 “학생들이 지방대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현실성 있는 지원방안 마련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 법률안을 통해 지역의 취업 기반을 강화하고 지역 중심의 교육과 취업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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