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체 국토 면적의 12.6% 불과···인구는 전체의 절반 이상
수도권 선호에 지역 소멸위기 가속화···지방대는 ‘외면’
취업난에 양질의 일자리 찾아 지역 청년들 ‘수도권으로’
지방대가 위기다. 신입생 미충원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것. 우리나라 대학은 등록금 의존도가 60%대에 이른다. 신입생 미충원 사태 심화가 재정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정악화는 지방대의 생존과 직결된다. 특히 학령인구감소가 본격화되고 ‘인서울(in-Seoul)’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지방대의 줄폐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지방대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다. 나아가 국가경쟁력에도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다. 지방대가 살아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국가의 균형발전도 담보된다. <뉴스포스트>가 지방대 위기의 현주소와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수도권 집중화, 대한민국 특유의 기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이에 수도권 집중화는 지역의 황폐화를 초래하고, 지방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즉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지역 기피 심리가 대학 선택에도 작용된다. 이른바 ‘인서울(in seoul)’ 선호 현상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고 했던가. 정확히 말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대학일수록 빨리 문을 닫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역과 지방대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제, 산업 인프라 최고 수준···수도권으로 인구 집중
대한민국의 수도권은 수도 서울특별시를 비롯해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를 의미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수도권의 면적은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12.6%에 불과하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수도권의 인구는 2600만 647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5182만 1669명)의 50.2% 수준이다. 서울의 인구만 계산해도 957만 5355명이다.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서울에 사는 셈이다.
수도권 집중화는 결국 서울 집중화다. 인구가 서울을 중심으로 서울의 위성도시와 수도권 전체로 몰린다. 유용화 한국외대 미네르바교양대학 초빙교수는 “수도 서울은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사회의 중심지다. 청와대와 국회, 대기업 본사, 국내 유수 대학, 문화· 의료·체육시설 등 국가기능의 중심지”라면서 “교통 인프라 역시 항공, 철도, 대중교통, 도로망 등이 국제적 수준이다. 서울은 도심과 함께 도심의 중심 기능을 받쳐주는 2차적 중심지로 부도심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수도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살기가 좋다. 인구 밀도가 높기는 하지만 인프라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이는 과거 경제개발의 산물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제개발이 집중 추진됐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2020년 10월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 ‘30-50클럽 7개국의 수도권 집중도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한민국은 GDP의 51.8%, 일자리의 49.7%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3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30-50클럽에서 1위다. 이어 일본(GDP 집중도 33.1%· 일자리 집중도 30.8%), 프랑스(GDP 집중도 31.2%·일자리 집중도 22.8%), 영국(GDP 집중도 23.6%·일자리 집중도 17.0%), 이탈리아(GDP 집중도 11.2%·일자리 집중도 10.6%), 독일(GDP 집중도 4.4%·일자리 집중도 4.5%), 미국(GDP 집중도 0.72%·일자리 집중도 0.5%) 순이었다. 후순위로 갈수록 수도권 집중도는 매우 낮다.
자연스레 수도권 선호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이 지난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2%)이 ‘기회가 되면 다른 특·광역시로 거주를 이전하고 싶다’고 답했고, 이전 희망 지역으로 수도권을 1순위(거주 이전 희망 응답자의 52%가 선택)로 꼽았다. 이유는 ‘교통체계가 더 잘되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서(32%)’, ‘더 나은 문화·여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32%)’, ‘일자리 여건의 개선을 위해서(31%)’ 등이었다. 삶의 편리함과 경제적 여건이 수도권 이전의 최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지역인구 유출 증가···지역 황폐화와 소멸위기 심화
반면 지역은 수도권 집중화와 인구 유출로 황폐화와 소멸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영·호남 8개 시·도지사는 지난 14일 경북도청 화백당에서 ‘제16회 영호남시도지사 협력회의’(의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개최하고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동대응 성명서를 체결했다. 지역 소멸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다.
공동 대응 과제는 ▲지역대학 위기 극복 협력 ▲탄소중립 법제화와 공통사업 국비 지원 ▲국세·지방세 구조 개선 ▲수소산업 규제 해소 ▲악취방지법 개정 ▲관광개발사업 국가계획 반영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역사문화권 정비 재원 신설 등이다. 특히 권역별 메가시티 구상이 국가균형발전 아젠다로 설정되도록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메가시티 구상은 수도권 1극체제와 지방소멸위기 극복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철우(경상북도지사) 영호남시도지사 협력회의 의장은 “수도권의 과밀화 문제를 지방에서 해답을 찾아 중앙정책에 반영되도록 영호남권 8개 시·도지사가 공동 대응하자”면서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 특별법’의 국회 조속 통과로 지방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자”고 강조했다.
지역 황폐화로 지방대 외면···대학도 ‘부익부 빈익빈’
이처럼 지방대의 위기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감소가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근본적으로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역의 황폐화에서 비롯된다. 지역의 경제·산업·생활·문화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지방대가 외면을 받는 것. 반대로 수도권 소재 대학, 특히 ‘인서울’ 대학은 경제 생활과 취업 모두 유리하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지역의 차이가 대학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는 아이러니다.
대학에 대한 차별은 대학의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한다. ‘4년제 대학 협의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소속 회원 대학 수는 199개교다. 서울 소재 대학 수는 42개교, 수도권 대학 수는 74개교다. 그러나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전국 대학의 충원율은 91.4%로 4만 586명의 미충원 인원이 발생했고 지역 대학이 3만 458명의 미충원 인원을 기록,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지역 국·공립대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위원장이 2021년 대학 신입생 등록률을 분석한 결과 지역 국·공립대 4개교가 90%의 충원율도 채우지 못했다. 심지어 1개교의 충원율은 80% 이하였다. 특히 지난해 대비 경상북도의 국·공립대 등록률 하락이 14.8%p로 가장 심각했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한계 대학은 전국에 84개교로 분석됐는데, 62개교(73.8%)가 지방대였다. 한계대학이란 재정결손이 심하고 교육·연구 여건이 열악, 정상적으로 대학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대학을 말한다.
지역경제 붕괴에 지역 청년 집단의 수도권行 가속
“현재 거제지역은 조선 경기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많은 인구가 떠났다. 그로 인해 거제시는 경제적 타격을 심각하게 입고 있다.”(경남 거제지역 시민단체·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거제시·거제시의회)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지난 4월 22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컨벤션센터에서 ‘지역소멸 위기와 대안:지방대의 미래’를 주제로 ‘제1회 국회미래포럼’을 개최했다. 미래포럼에서 김영진 대전대 법학과 교수는 “비수도권 청년의 수도권 이동은 대학 진학단계(10대)에서 1차 유출이 이뤄지고, 구직단계(20대)에서 2차 유출이 이뤄진다. 양질의 일자리와 연구개발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 지역 이탈 유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지역을 떠난 청년들의 귀환율이 극히 낮다. 최근 50대 이후 지방 재유입 경향이 확인되지만, 50대 이후 귀환은 failed return(실패한 귀환)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의 진단처럼 지역 청년 인구의 수도권行은 취업과 직결된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지역경제는 붕괴되고 있다. 제조업이 대표 사례다.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제조업 종사자의 비수도권 비중은 1993년 44.7%에서 2018년 55.4%로 나타나 비수도권은 제조업 중심의 일자리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다”면서 “그러나 실제 제조업 관련 일자리는 감소 추세에 있어, 장기적으로 지역 일자리 수가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 또한 지역의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최근 지방 거점 국립대의 자퇴생 수 통계에서 보듯이 대표적인 지방 거점국립대 조차도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을 위한 자퇴생 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인문계 상위 300위 학과 중 지방 국립대는 단 한 곳만 포함되는 등 지역 대학의 부실화와 경쟁력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대학이 지역 혁신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 지식 인프라라는 점에서 향후 지역 경쟁력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