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도권 집중도 ‘30-50클럽’ 7개국 1위
GDP의 51.8%, 일자리의 49.7%가 수도권에 집중
지방은 황폐화와 인구유출로 위기 심화, 지방대도 타격
수도권과 지방 갈등 해소는 국가균형발전 최대 과제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성의 사회다. 다양한 인종과 직업, 문화와 환경, 가치관과 사고방식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다양성의 가치가 존중되지 못하고 직업 간, 이념 간, 계층 간 이분법적 갈등이 발생하면 사회는 분열되고, 역사는 후퇴한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지표(2021년 3월 25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집단 간 사회갈등 정도가 심하다고 인식하는 비중이 ▲보수와 진보(85.4%) ▲빈곤층과 중·상층(82.7%) ▲근로자와 고용주(74.2%) ▲개발과 환경보존(68.5%) ▲수도권과 지방(62.7%) ▲노인층과 젊은층(60.9%) ▲종교(55.4%) ▲남자와 여자(48.8%)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5대 사회갈등 요소를 꼽으면 이념갈등(보수와 진보), 빈부갈등(빈곤층과 중·상층), 노사갈등(근로자와 고용주), 환경갈등(개발과 환경보존), 지역갈등(수도권과 지방)이다.

사회갈등은 우리사회가 선진사회로 나아가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 <뉴스포스트>가 우리나라의 5대 사회갈등을 주제로 사회갈등의 현주소와 원인을 진단하고, 사회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지방의 갈등은 지역갈등으로 불린다. 지역갈등의 사전적 정의는 ‘두 개 이상의 지역 간에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생기는 갈등’이다. 특히 지역주의가 지역갈등으로 비화된다. 지역주의란 정치학용어다. 특정 지역의 이해를 보호·강화하기 위해 영역적 속성과 범주를 정치화하는 사회정치 또는 문화 운동을 가리킨다. 지역주의에 따른 지역갈등의 대표사례는 영남과 호남의 갈등이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은 지역주의가 아니라 수도권 집중 현상에서 비롯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며, 지방은 황폐화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중 현상 심화와 지방의 황폐화’가 결국 공멸의 길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 해소는 최대 과제다.

수도권은 집중 현상 심화···지방은 황폐화 가속

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밀집됐다. 과거 경제 개발과 산업화 과정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이 집중 개발됐고,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수도권에 몰렸다.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의 해소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2020년 10월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 ‘30-50클럽 7개국의 수도권 집중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GDP의 51.8%, 일자리의 49.7%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3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30-50클럽에서 1위다.

2위는 일본으로 GDP 집중도 33.1%, 일자리 집중도 30.8%를 기록했다. 이어 프랑스(GDP 집중도 31.2%·일자리 집중도 22.8%), 영국(GDP 집중도 23.6%·일자리 집중도 17.0%), 이탈리아(GDP 집중도 11.2%·일자리 집중도 10.6%), 독일(GDP 집중도 4.4%·일자리 집중도 4.5%), 미국(GDP 집중도 0.72%·일자리 집중도 0.5%) 순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GDP 집중도는 2015년 48.1%에서 2016년 48.4%, 2017년 49.1%, 2018년 51.8%로 증가했다. 일자리 집중도는 2015년 49.8%에서 2016년 49.9%, 2017년 50.0%로 증가한 뒤 2018년 49.7%로 다소 떨어졌다.
반면 지방은 황폐화가 가속되고 있다. 산업단지 노후화, 기반시설 낙후, 문화·복지·편의시설 부족, 인구 유출 등이 주요 원인들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방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인(in)서울 현상’으로 지방대의 신입생 충원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부산지역 14개 대학은 역대 최대 미달사태를 겪었다. 천안·아산 지역대학의 경우 수도권에 인접, 안정권으로 평가받지만 올해 천안·아산 지역에서 소수 대학만이 신입생을 100% 충원했다. 지방대의 신입생 미충원 줄사태는 지방 황폐화 가속의 신호다.

박광온 의원은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가 세계 주요 선진국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단의 근본 처방이 있으면 수도권과 지방이 공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수도권 집중 억제·지역균형발전 정책 추진

정부는 수도권 집중 현상 해소를 위해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을 위해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거, 국토교통부가 수도권정비계획을 수립·시행한다.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의 과도한 집중을 억제하고 수도권의 기능을 선별적으로 분산함으로써, 국토의 균형발전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 1984년 제1차 수도권정비계획이 수립된 뒤 2020년 12월 30일 제4차 수도권정비계획(2021년~2040년)이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확정·고시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위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 5월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가균형발전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지난 4년간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추진상황을 점검·평가하고, 향후 정책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사진=국가균형발전위원회)
문재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위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 5월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가균형발전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지난 4년간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추진상황을 점검·평가하고, 향후 정책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사진=국가균형발전위원회)

역대 정권에서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대표사례는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꼽을 수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위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운영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구다. 국가균형발전의 기본방향과 정책 조정, 국가균형발전계획, 국가균형발전시책과 사업의 조사·분석·평가·조정, 국가균형발전지표의 개발·관리 등을 심의·의결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 5월 11일 국가균형발전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문재인 정부 4주년을 맞아 지난 4년간 국가균형발전정책 추진상황을 점검·평가하고, 향후 정책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주요성과로 ▲지역 자립 핵심 인프라·전략산업 투자를 위해 25조 4000억 원 규모의 23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선정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12개 특색 문화도시와 5개 관광거점도시 지정·지원 ▲국가혁신클러스터 구축과 6대 광역신산업·48개 지역특화산업 육성 ▲혁신도시 시즌2 추진 ▲13개 초광역협력 프로젝트 발굴·지원 ▲한국판 뉴딜로 지역사업(75조 원), 지자체 주도형 사업, 공공기관 선도형 사업 추진 등을 제시했다.

수도권 집중 현상 해소 요원···균형발전정책 강화 주문

“수도권정비계획법은 1983년도에 만들어졌다. 1983년도에는 수도권 인구가 130만 명이었다. 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수도권의 인구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 2400만 명이 됐다. 그러므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실패한 법이라고 생각한다.”(경기도의회 김경호 의원)

“지난 4년간 ‘지역 주도 자립적 성장기반 마련’을 목표로 하는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중심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했다. 이를 통해 지역주도적인 균형발전 기반 구축, 지역의 생활여건 개선, 지역산업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성과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수도권 과밀화 현상, 지역 간 소득격차 등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정부의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은 해소되고 있지 않다.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기록했다. 수도권 집중도는 증가세다. 더욱이 취업난 영향 등으로 수험생의 ‘인(in)서울’ 현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결국 지방은 황폐화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고,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이에 선진국 수준의 지원 확대, 균형발전정책 강화, 대기업 본사 이전, 글로벌 연계 등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박광온 의원은 “균형발전은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일례로 지방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대해서는 입지 지원과 보조금 대폭 확대,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 해외 선진국 수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원 한림대 데이터과학융합스쿨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인구 집중의 근본 원인은 불균형 발전이므로 보다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사회기반 학습과 주민참여 확대 등으로 지역의 정체성 확립, 자긍심 회복, 역량 증진을 도모해 지역주도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역균형 뉴딜과 도시재생 뉴딜을 연계, 산업혁신에 맞는 정주여건을 제공하는 등 정책 간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기업 제2본사 유치 운동을 통해 앵커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초광역협력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공항·항만 등 글로벌 연결 인프라 확대, 대기업 본사 이전과 유니콘 기업 육성, 국제경쟁력 있는 지역산업 육성, 지방대학 혁신 등을 정책과제로 제안했다.

전국 읍·면·동의 인구소멸위험지수. 인구소멸위험지수 0.2 미만은 소멸위험이 매우 높은 지역, 1.5 이상은 소멸위험이 매우 낮은 지역으로 정의된다. (20)00년 대비 (20)18년 전국 읍·면·동의 인구소멸위험지수를 보면 수도권에 비해 대부분 지방의 인구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으로 변경됐다. (사진=경기연구원)
전국 읍·면·동의 인구소멸위험지수. 인구소멸위험지수 0.2 미만은 소멸위험이 매우 높은 지역, 1.5 이상은 소멸위험이 매우 낮은 지역으로 정의된다. (20)00년 대비 (20)18년 전국 읍·면·동의 인구소멸위험지수를 보면 수도권에 비해 대부분 지방의 인구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으로 변경됐다. (사진=경기연구원)

수도권 역차별 논란···수도권 지방의 상생방안 ‘메가시티 전략’

반면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수도권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경기도 북부지역을 예로 들 수 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경기도 북부 지역은 4266㎢ 전체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규제 지역 대상이다. 따라서 경기도 북부 지역은 경기도 타 지역에 비해서도 훨씬 낙후됐다. 이에 경기도청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경기도 공공기관의 북부 이전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방대의 지역인재전형과 공공기관의 지역인재채용 비율 확대를 두고 수도권의 수험생 집단과 청년 집단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한계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역차별 논란이 지속되면 수도권과 지방의 또 다른 갈등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수도권이라고 무조건 억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균형발전 정책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메가시티(megacity) 전략이 대표적이다. 메가시티란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를 뜻한다. UN은 2018년 보고서를 통해 인구 1000만 명 이상 도시를 메가시티로 규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메가시티 수는 2018년 기준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연구원은 메가시티 전략으로 ‘수도권은 원 시티(One City), 지방은 지역별 수도화’를 제안했다. 수도권은 원 시티 전략에 따라 서울 의존에서 벗어나 서울-인천-경기의 각 도시를 수평 기능으로 분담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 수원시의 도시기능 비전은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휴먼시티’이며 핵심 도시목표는 ‘첨단산업’이다. 경기도 안양시의 도시기능 비전은 ‘창의, 융합의 인문도시’이며 핵심 도시목표는 ‘일자리’다. 이처럼 수도권의 도시를 기능별로 분담 구축하는 것이다.
지방은 지역별 수도화 전략에 따라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에 대응, 지방의 자립・분권적 발전전략을 지원한다. 가령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은 물류와 해양, 대구・경북은 건설교통과 상공, 광주・전남권은 에너지와 농수산, 대전・세종・충청권은 과학정보와 의료보건의 국가 기관과 시설 입지를 각각 추진한다.
이상대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추진한 도로·철도 교통인프라 투자, 국가 공공기관의 이전 등 전통적인 국토균형발전 전략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인구소멸 위험 증가, 수도권 인구비율 50% 돌파 등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면서 “선진국의 메가시티들은 미래 지식경제 시대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한 도시 인프라, 서비스 혁신에 주력하고 여기에 친환경 기술과 IT 융복합을 통해 지속가능한 스마트 메가시티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대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은 원 시티, 지방은 지역별 수도화’ 메가시티론은 중앙의존적 지방 발전을 탈피하고, 수도권 규제의 반사이익 접근 틀을 탈피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수도권의 경우 기업 생산 비용 저감, 주택 수급 분산, 교통 혼잡 비용 저감 등 대도시권 생산성 증대책이 될 수 있다. 지방의 경우 시・도 통합과 메가시티 전략이 함께 이뤄져 수도권 중심의 국토 불균형을 시정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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