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전동킥보드 관련 사망자 16명
전동킥보드 사고와 부상자 연평균 95% 증가
7~10월 여름철과 출퇴근 시간대 ‘사고 집중’
누더기 도로교통법...전동킥보드 주차엔 ‘무력’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2020년 10월 1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에서 50대 A씨가 평소 다니던 출근길에 변을 당했다. A씨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중 우회전하는 굴착기와 추돌해 사망했다. A씨의 사망 사고 엿새 뒤에는 인천 계산동 계양구청 교차로에서 함께 전동킥보드에 몸을 싣고 가던 고등학생 두 명이 택시와 충돌해 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 관련 사건·사고 소식이 연일 보도되면서, 도로교통법이 두 차례 개정됐지만 ‘누더기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스포스트가 전동킥보드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2016년 미국에서 시작된 전동킥보드...국내선 2018년 킥고잉이 시작


주로 공유서비스로 이용하는 현재 모습의 전동킥보드 시장은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시작했다. 미국의 Bird 등은 거치대가 따로 없는 형태의 PM 공유서비스를 선보였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국내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시장은 2018년 킥고잉을 시초로, 일레클과 씽씽, 카카오T바이크 등이 점유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서울시에서 운행하고 있는 공유서비스형 전동킥보드 업체는 모두 16곳에 이른다.

이들 업체가 서비스 중인 전동킥보드는 모두 3만 5,850대다. 2018년 국내 도입 당시 150대에 불과했던 전동킥보드 수가 도입 2년 만에 2만3,800%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서울시 내 전동킥보드 이용 건수는 주요 12곳의 업체만 1,519만 건으로 조사됐다.

근린생활시설에서 활용성이 높은 전동킥보드는 전도유망한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전동킥보드 등 PM 산업 성장률은 연평균 20%가 넘는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오는 2022년까지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PM 제품이 20만 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7~2019년 전동킥보드 사고로 16명 사망


문제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전동킥보드 등 공유서비스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7~2019년)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전동킥보드 등 PM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7년 4명에서 2019년 8명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PM 관련 교통사고는 789건이 발생해 835명이 다치고, 16명이 사망했다. PM 관련 사고 건수와 부상자 수는 연평균 95%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교통사고 사망자도 2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월별로는 8월에 전체 PM 교통사고의 13.4%가 발생했다. 7월부터 증가한 PM 교통사고는 10월까지 그 경향을 유지하다가 11월부터 차츰 감소했다.

특히 7월부터 10월까지 3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393건으로, 전체 PM 교통사고의 49.8%를 차지했다. 날씨가 따뜻한 여름철에 전동킥보드 등 PM 사용이 많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8~10시(111건, 14.1%), 18~20시(101건, 12.8%) 순으로 나타나 교통량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 PM 관련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관련 사고가 늘면서 지급된 보험금 규모도 2017년 215억 원에서 2019년 1,128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6월까지 지급된 PM 관련 누적 보험금은 2,193억 원에 달한다.
 


전동킥보드 관련 ‘누더기’ 도로교통법...5월 개정안도 미흡


전동킥보드 사망 사고와 추돌 사고가 늘어나자 국회는 지난해 6월 한 차례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장치’(PM)로 규정 △PM은 원동기장치자전거 가운데 시속 25km 미만, 중량 30kg 미만으로 규정 △무면허도 운행 가능(13세 미만 어린이는 운전할 수 없음) △안전모 착용 강제 △승차정원 초과 운행 금지 △자전거도로로 통행하도록 규정(인도 통행 금지) △음주 운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지난해 시행된 개정안은 만 13세 이상이면 미성년자여도 전동킥보드 운행이 가능하도록 했고, 인명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승차인원을 초과해도 처벌할 근거 규정이 없었다. 이런 까닭에 국회는 올해 1월 도로교통법을 재차 개정했고, 오는 5월 13일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있다.

5월 시행될 개정안은 16세 이상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만 전동킥보드 등 PM을 운행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만약 운전면허가 없는 미성년자가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면 보호자에게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에 따라 인명보호장구 미착용과 승차정원 초과에 대해서도 2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될 5월까지, 해당 법률의 공백으로 전동킥보드를 둘러싼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가 짧은 기간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이 재차 개정하면서, 국민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인도 곳곳 방치된 전동킥보드가 보행자들의 통행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횡단보도 집인부에 놓여있는 전동킥보드.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인도 곳곳 방치된 전동킥보드가 보행자들의 통행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횡단보도 진입부에 놓여있는 전동킥보드.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시행될 개정안도 전동킥보드의 주차와 거치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제재할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로 근린생활시설에서 운행되는 전동킥보드의 특성상, 사용 후 인도나 시설물 앞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전동킥보드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보행 중 추돌 사고가 일어나는 현실에 무력한 것이다.

뉴스포스트는 후속 보도를 통해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목소리 △전동킥보드 이용을 우려하는 이들의 목소리 △플랫폼 산업으로서의 전동킥보드 발전 방향 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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