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립 대학교 인근서 불법 주차 만연 
“사유지라 단속 어려워”...구청도 발 동동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서울 유명 사립 대학교 캠퍼스 인근 도로가 무단으로 방치된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체불명의 차량들이 골목 귀퉁이를 차지하면서 주민들과 학생들의 불편·불안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련 권한의 부재로 불법 주차 차량 단속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의 한 사립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왼편에는 차량들이 일열로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의 한 사립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왼편에는 차량들이 일열로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20일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소재 사립 대학교 캠퍼스 경계와 맞닿은 골목 귀퉁이에는 수십 대의 차량들이 약 10m가량 일열로 주차돼있다. 승용차에서 트럭까지 각종 차량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몰려있다. 도로 인근에는 임야와 주택, 아파트 단지가 있다. 시민들은 빼곡히 주차된 차들을 피해 길 한가운데로 걸어가고 있었다.

소나기가 내리는 흐린 날씨 덕에 골목은 더욱 어두웠다. 빗발 때문에 떨어진 나뭇잎과 꽃잎이 주차된 차량들 위에 지저분하게 쌓였다. 차량에 잔뜩 낀 흙먼지는 주차 기간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일부 차량들은 타이어 바람이 빠졌거나 번호판이 떨어지는 등 방치된 흔적이 역력했다.

차량들 옆 울타리에 놓인 주차금지 팻말에는 ‘이 지역에 주차하시면 도로교통법 제32~34조에 의거 단속 및 견인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일부 낡은 차량에는 일정 기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견인 조치 후 강제 폐차를 하고 벌금을 물겠다는 ‘방치 차량 처리 안내문’까지 붙어있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경고가 무색한 풍경이었다.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의 한 사립 대학교 캠퍼스 인근 도로 옆 울타리에 주차 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의 한 사립 대학교 캠퍼스 인근 도로 옆 울타리에 주차 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캠퍼스 옆 불법 주차 차량, 하필 단속 사각지대

대학 캠퍼스와 주거 시설 사이에 장기 주차된 차량들은 주민들과 학생들의 불편과 불안을 초래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해당 대학교 재학생 A모 씨는 동작구청과 국민신문고 등에 해당 사안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A씨는 이곳의 불법 주차 차량 문제가 최소 수년 이상 고착화됐다고 주장했다.

A씨가 제기한 민원에 따르면 해당 도로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치안 불안을 겪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환경적으로도 문제다. 불법 주차 차량이 증가로 쓰레기 더미가 형성됐다. 또한 낙엽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아 배수가 막히면서 해충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구청에서 철거하겠다고 나선 차량은 일부에 불과했다. 해당 차량들은 내달과 7월 사이에 철거될 예정이지만, 구청 측은 그 외에 불법주차 차량들에 대해서는 ‘단속이 불가하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주차 시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단속 및 견인이 될 수 있다’는 주차금지 팻말 문구와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민원이 들어온 장소는 공공 도로뿐만 아니라 학교 소유의 사유지와 임야가 한데 섞인 곳이다. (사유지와 임야는) 구청이 불법 주차를 단속할 권한이 없는 장소”라고 밝혔다. 불법 주차 문제가 제기된 장소가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에 관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권한이 부재한 상황에서 구청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최소 1~2개월 이상 장기 방치된 차량에 대한 조치였다. 관계자는 “(장기 방치 정황이 명확한) 차량 30대를 촬영한 다음 일정 기간 움직임이 전혀 없던 차량 10대에 경고문을 붙였다”며 “이들 차량 중 연락이 닿은 차주도 있었다. 경고 기간 내에 차량을 이동시키지 않을 시 최대 폐차와 범칙금을 물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소재 사립 대학교 캠퍼스 인근 도로에 장기 방치된 차량. 차량 위에는 ‘방치 차량 처리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소재 사립 대학교 캠퍼스 인근 도로에 장기 방치된 차량. 차량 위에는 ‘방치 차량 처리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불법주차 차량들의 정체는?

인근 주민과 재학생은 물론 지자체까지 골머리를 앓게 한 불법 장기 주차 차량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민원을 제기했던 재학생 A씨는 취재진에 “(구청 관계자들이) 일부 장기 방치 차량의 명의가 ‘중국인’이라는 점을 알려주셨다”며 “외국 유학생들이 재학 기간 동안 차를 쓰고, 학교 캠퍼스 옆에 버리고 귀국한 것이 아니겠냐는 의견을 주셨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동작구청은 차주의 정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관계자는 “장기간 불법 주차된 차량들의 차주 중에서 외국인들도 있었다”면서도 “외국인이라는 점 외에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답변이 불가능하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차량을 방치하고 (본국으로) 떠난 것인지 여부 등은 구청이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차량들은 주민과 학생들이 주정차한 것으로 보인다. 시간당 비용이 부과되는 학교 내 주차 서비스가 부담스러운 재학생들이 학기 중에 이곳에 주차를 한다. 실제로 해당 학교 재학생들은 학교 측에 학생들에게도 정기주차권을 발급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들의 주인이 누구인지 심증만 있을 뿐, 명확한 정체는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에서 당분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을 이어간다. 구청 관계자는 “지목변경(地目變更)을 위해 대학교 측에 공문을 보냈다. 이 문제는 해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라며 “당장은 악의적 장기 방치 차량들을 색출하고, 국유지만이라도 청소 작업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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