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수 회장 “평균 20~30% 인하...코로나 종식 전까지 이어갈 것”
김동주 ‘구카페’ 사장 “힘든 시기 임대료 낮춘 한 회장님께 감사”

살인과 폭행, 방화, 극단적 선택 등 잔혹한 사회 이슈가 온갖 자극적인 수사를 붙여 보도되는 요즘. 맘씨 좋은 이웃의 따뜻한 일화들은 흔히 “미담은 뉴스 가치가 떨어진다”라는 핑계로 뉴스 순서를 뒤로 밀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곤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뉴스포스트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의 고운 향기를 퍼뜨리는 인물을 만나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건물주 14명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료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들 건물주는 ‘한옥마을 사랑 모임’을 결성하고 한시적으로 3개월 동안 임대료를 10% 이상 낮출 것을 결의했다.

전북 전주시 전동에 있는 옛 전주읍성의 남문인 보물 제308호 풍남문. 뉴스포스트는 전주를 찾아 임대료 인하가 지속되고 있는지 짚어봤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전북 전주시 전동에 있는 옛 전주읍성의 남문인 보물 제308호 풍남문. 뉴스포스트는 전주를 찾아 임대료 인하가 지속되고 있는지 짚어봤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당시 한광수 ‘한옥마을 사랑 모임’ 회장은 “한옥마을 상업화를 염려하는 시선이 많지만, 한옥마을은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이를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면서 “다른 건물주들도 이런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해준다면 지속 가능한 한옥마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전주 한옥마을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하에 대해 “전주 한옥마을의 열네 명의 건물주 임대인분들을 칭찬해드리고 싶다”면서 “상생 정신에 감동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대료 인하 결의로부터 1년을 훌쩍 넘긴 2021년 3월, 뉴스포스트가 ‘한옥마을 사랑 모임’의 임대료 인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주시 한옥마을을 직접 찾아갔다.
 


한광수 회장 “임대료, 최대 50%까지 인하”


한산한 전주 한옥마을 거리.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한산한 전주 한옥마을 거리.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이날 뉴스포스트 취재진이 찾은 전주 한옥마을의 풍경은 썰렁했다. 평일 낮 시간대임을 감안해도, 연평균 국내외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던 예향의 도시 전주의 중심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에서 전주까지 먼 길을 달려온 취재진은 한옥마을의 한 전통 찻집을 찾았다. 찻집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된 전주경기전이 한눈에 보이는 명당자리에 있었지만, 취재진을 제외하곤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새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이 크게 다가왔다.

익명을 요구한 카페 사장은 취재진에게 “코로나19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손님이 크게 줄었다”면서 “예전에 모아둔 예산으로 카페를 건사하고 있고, 그나마 임대료가 낮아지지 않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구카페 사장은 임대료 인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김동주 구카페 사장은 임대료 인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찻집을 나선 취재진은 한옥마을 입구에 위치한 ‘구카페’를 찾아 임대료 인하 여부를 물었다. 마침 해당 카페는 지난해 임대료 인하를 주도했던 한광수 회장이 임대인이었다. 김동주 ‘구카페’ 사장은 “현재도 인하된 임대료를 내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자영업자를 위해 월세를 낮추고 늘 응원해주시는 한광수 회장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남창당 한약방’에서 한광수 회장을 만나 대부분의 건물주가 임대료 인하를 이어가고 있는지 물었다. 

한광수 회장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임대료 인하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했다. 이어 “많은 건물주가 초기에 평균 10% 낮췄던 임대료를 지금은 평균 20~30%까지 낮췄다”면서 “매장 규모에 따라 최대 50%까지 임대료를 낮춰서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 회장은 ‘구카페’를 포함해 현재 6명의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낮춰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광수 회장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임대료 인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한광수 회장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임대료 인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한 회장 등 처음으로 임대료 인하를 결의한 14명의 건물주는 코로나19 시국이 이렇게 오래 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높은 기온에 취약한 바이러스의 특성상 길어야 지난해 여름쯤 전염병이 잡힐 것이라고 봤다는 설명이다.

한광수 회장은 “한옥마을에선 임대료 인하 문화가 확산해 많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코로나19 시국을 버티기 위해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전화위복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들어오기 위해 시설 투자나 인테리어 투자를 한 임차인들도 많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 계속 낮은 임대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