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학대를 받은 장애인들을 위한 쉼터가 전국 17개 시·도 중 12개 지역에만 설치돼 있는 등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성별이나 연령 구분 없이 입소 시켜 2차 인권 침해 우려가 크다. 게다가 쉼터 퇴소 후 피해 당사자들의 자립 비율은 불과 18%인 것으로 나왔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는 13개소다. 경기도 지역 2곳을 포함한 12개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돼 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일부는 피해 장애인들을 위한 쉼터가 없다는 이야기다. 경남과 세종, 인천, 광주는 올해 안에 문을 연다. 전북은 내년까지 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문제는 쉼터 수의 부족뿐만이 아니다. 이미 설치돼 있는 쉼터의 운영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쉼터 1곳에서 받을 수 있는 입소 정원은 불과 8명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일부 쉼터에서는 입소 정원이 고작 4명이다.
최 의원에 따르면 학대 피해를 당한 장애인들이 쉼터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피해자들이 쉼터에 가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40.6%다. 60%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쉼터에 가지 못했다. 일반 장애인 거주시설이나 친인척의 집, 의료기관 등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쉼터 내 2차 인권 침해 우려는 더욱 크다. 성별이나 연령 구분 없이 입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성별을 구분지은 쉼터는 경기 남부 단 한곳에 불과했다. 연령 구분이 있는 쉼터는 전무했다. 쉼터 입소자 연령은 만 18세 미만부터 65세 이상까지 다양하다.
인력 배치 문제도 있었다. 쉼터 입소자의 77.9%가 발달장애인, 중증장애인 비율은 84.9%다. 쉼터 입소자 대부분이 중증의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이다. 최 의원은 쉼터 인력 기준에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 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학대 피해 장애인 당사자들의 자립은 그림의 떡이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쉼터는 피해 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쉼터 퇴소 후 자립한 경우는 불과 17.6%다. 69.1%는 시설이나 원 가정으로 돌아갔다. 강원도의 경우 퇴소 후 자립한 피해 당사자의 비율은 0%다.
최 의원은 “쉼터가 시·도별 1개소도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있는 쉼터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성별 분리 및 장애 아동 쉼터 신설 등을 고려한 확대가 시급하다”며 “쉼터가 단순한 보호나 수용 역할만 한다면 또 다른 ‘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이 지역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피해자 자립 중심의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