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 직장인 A모 씨는 9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됐다. 항공업에서 오랜기간 종사했던 A씨. 코로나19가 여파가 항공업에 직격타를 날리면서 그는 생업을 잃어야 했다. 자신을 해고한 회사를 이해한다지만 씁쓸한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 외국계 기업을 다니던 B모 씨는 8년 차에 직장을 잃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본사에서 한국 철수 방침을 내린 것이다. 담담하게 마지막 출근에 임했던 그는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작성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20살 어린 나이서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C모 씨는 10년 차에 권고사직을 당했다. 지난해부터 어려워진 회사는 코로나19로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마음을 추스른 C씨는 실업 급여와 내일채움공제, 퇴직 연금 등 퇴사자들을 위한 정보도 공개했다.

11일 유튜브 채널에는 퇴사자들의 브이로그가 올라와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11일 유튜브 채널에는 퇴사자들의 브이로그가 올라와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가 얼어붙었다. 전염병만큼 무서운 경제 악화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 때문에 정리해고나 권고사직 등의 형태로 사실상 일자리를 잃는 직장인들이 증가한 것이다.

해고된 직장인 중 일부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퇴직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기도 했다. 일명 ‘퇴사 브이로그’. 브이로그는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블로그에 일기를 쓰듯 일반인이 소소한 생활상을 동영상 형태로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11일 유튜브 채널에는 다양한 내용의 퇴사 브이로그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조회수는 적게는 1만 단위에서 많게는 100만 단위까지다. 다닌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아르바이트에서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직까지 다양한 직종의 퇴사자들이 자신의 퇴사 과정을 담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동영상에서는 퇴사 사유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꼽았다. 항공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던 A모 씨는 코로나19로 업종이 타격을 입으면서 해고 대상자가 됐고, 남부럽지 않은 외국계 기업을 다니던 B모 씨는 본사가 한국 지부를 철수하면서 직장을 잃었다.

퇴사자들은 담담하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일부는 씁쓸함과 슬픔을 전하는 것을 넘어 퇴사 이후의 삶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들은 브이로그를 통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다. 퇴직금이나 실업 수당을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을지 등이다.

솔직 담백한 퇴사자들의 브이로그는 직장인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인생은 내리막과 오르막이 있어서 살 만한 거 같다”며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속이 타들어 간다”고 공감했다.

실제로 지난달 취업포털 커리어가 성인남녀 527명을 대상으로 퇴사 브이로그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0.2%가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75.7%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업난과 경기 침체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같은 처지에 처한 이들에게 공감/응원/위로가 되기 때문에(49.2%)’를 꼽았다. ‘퇴직금, 실업수당, 폐업신고 등의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41.6%)’, ‘퇴사(폐업)라는 대리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7%)’, ‘유튜버라는 제2의 직업을 얻거나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1.9%)’ 등이 순위를 이었다.

반대로 부정 평가 29.8%는 ‘실직, 폐업이 콘텐츠가 되는 현실이 씁쓸하다(63.7%)’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퇴사(폐업)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관심을 끄는 것 같아서(26.8%)’, ‘실업난, 경기 침체 등의 심각성을 장난스럽게 표현하는 것 같아서(7%)’, ‘회사 기밀이나 업무 내용이 노출될 수 있어서(1.9%)’ 순으로 나타났다.

탁동일 서비스개발팀장은 “자진 퇴사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원치 않는 실직, 폐업 이야기를 담은 퇴사 브이로그가 많아졌다”며 “무거운 주제가 브이로그 소재화될 수 있었던 데는 그만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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