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솥밥을 먹게 됐다. 대형 국적기의 합병 소식에 관련업계는 연일 소란스러운 모습이다. 이번 항공업계 ‘빅딜’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구조조정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양사 모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조 회장의 다짐이 지켜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본격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공식화됐다. 정부는 지난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통합 방식은 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 원을 투입하면, 한진칼이 이 자금으로 대한항공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2조5,000억 원 규모)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은이 8,000억 원 중 5,000억 원으로 한진칼이 새로 발행할 주식(10.7%)을 인수하고, 나머지 3,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한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에 오르며 통합된다는 게 산업은행과 정부의 시나리오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다만 두 회사를 하나로 합병할지, 자회사로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둘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 특혜 우려
이번 인수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우선 시민단체들은 오너 일가를 위한 특혜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한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과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특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이다 보니 ‘갑질 기업을 세금으로 지원한다’, ‘국민 혈세로 사기업을 지원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은행은 왜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나, 경영권 분쟁이 있는 회사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번 빅딜로 대한항공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우려도 제기됐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한 안정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한진칼과의 투자합의서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명 선임 등 7대 의무 조항을 지켜야 한다.
이외에도 ▲산업은행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위원 등 선임 ▲주요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권 및 동의권 준수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책임 ▲경영평가위원회가 대한항공에 경영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감독할 책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진칼은 위약금 5,000억 원을 물게 된다. 결론적으로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경영을 감시하고 관여할 장치를 두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노 갈등으로 비화될까
두 항공사의 노조는 이번 빅딜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이런 이유로 ‘노노(勞勞)’ 갈등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과 사무직 등이 속한 대한항공노조는 이번 인수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항공업계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회사와 정부가 항공업 노동자들의 절대 고용안정을 전제로 한 이번 아시아나 인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 등 5개 노조는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회동을 갖고 “노동자의 의견을 배제한 인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이를 국민 혈세로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항공노조는 다음 달 사측의 설명을 듣고 난 뒤 입장을 정리해 밝힌다는 방침이다.
조원태의 약속
합병을 두고 여러 우려들이 나오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몇 가지 약속을 했다. 우선 합병으로 인해 중복 인력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와 관련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양사 노선 등 사업 규모로 생각했을 때 중복 인력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노선, 사업 확장 등 확장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중복 인력을 활용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용불안으로 인수를 반대하는 노조에 대해서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대한 상생할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조 회장은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이 먼저 인수 의향을 물어왔고, 오랜 기간 의견을 나누며 진행된 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독과점 우려에 대해서도 “고객들의 편의 저하나 가격 인상 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대형 항공그룹이 탄생하는 만큼 무리없이 인수가 마무리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