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멀리 있지만 행복은 가까이 있고
물질은 유한하지만 정신은 무한하다
물질적 행운보다 정신적 행복이 값진 이유다.“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가을비 치고는 역대급 비가 내린 날, 들려오는 뉴스는 변함없이 정치판 이전투구와 코로나19 확진 현황이다.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전염병이야 인간이 어찌할 수 없다 손치자. 하지만 나라를 이끄는 정치야 사람이 얼마든지 건사할 수 있으련만 사사건건 서로 물고 뜯는 언쟁으로 출렁인다.
모두가 다 국민을 위한다고하니 정치판 색깔에 따라 국민의 대상도 다른가보다. 하기야 민생들도 이쪽저쪽으로 갈라져 있어 오죽하면 개인 친목자리에서도 “정치얘기”는 하지 말라는 것이 금과옥조처럼 되어있다. 서로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의 정치사회가 다 그런 것이겠지만 그래도 선진문화는 결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국가는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 그리고 정치가 사회 화합을 도모하고 국민을 평화롭게 하고 행복을 느끼게끔 해준다.
우리나라처럼 단 기간 내 농축성장을 통해 10대 경제권에 든 나라도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물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 또한 없다. 이제 물질적 풍족을 누리는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것은 ‘행복감’이다.
행복감은 인간이 사는 세상의 영원불변한 근본가치다. 이미 2500여년 전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도 행복의 본질에 대해 천착했다. 물론 이 철인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올바른 정치나 사회에 대한 권계도 빼놓지 않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성적 사유와 성찰을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 자신이 스스로의 이성적 노력으로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심지어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삶의 의미와 동기이며 인간 존재의 완전한 목적이자 목표’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들도 물질적인 부와 쾌락적 욕구를 멸시하지는 않았다. 단지 부귀영화나 호사호위를 추구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파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상적 목표를 향한 삶 속에 영혼이 만족한 상태를 행복으로 정의했다.
나아가 고대 철학자들은 행복의 개념도 구분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영어 ‘해피니스’(happiness)는 행운으로 여겼다. 그것은 우연을 좇고 욕구 충족과 쾌락적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라 했다. 말하자면 요즘 같은 물질숭배사회를 경계하는 행복관이라 할 수 있다.
그 대신 인생의 본질과 의미를 지향하는 무의식적이며 정신적인 노력으로 얻는 마음상태를 진정한 행복으로 여겼다. 그것이 ‘에듀모니아’(Eudaimonia)이다. 이성적인 생활을 인간으로서 최고의 삶의 패턴이며 진정한 만족으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에 따르는 부산물’이라 했다.
인간이 사는 세상의 문화는 시대 따라 변한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본질은 고대 그리스 사회나 첨단 현 시대나 같을 것이다. 단지 행복을 실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코로나19 시국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집안이나 개인생활 공간에서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인스피리언싱’(insperiencing)이다. 칩거와 재택근무로 억압된 일상을 보내야하는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환경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즉 정보통신기술(ICT)의 이기(利器)들을 통해 지금까지 외부 중심의 활동에서 집안에서 의미 있는 소견거리를 누렸다.
나름 침체된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집안을 즐기는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사회적 방역이라는 주어진 여건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다. 어떻게 보면 내게 아주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것에 행복이 숨어있었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세상이 변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가까이 있는 작은 것에서 의미를 발견해 내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일 것이다. 세 잎 클로버의 행복은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1만 개중의 하나라는 네 잎 클로버의 행운에 매달린다.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놓쳐버리면서다.
이제 어디에서든 내게 주어진 지금이 행복을 거둬들일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극적인 생활의 행운이 아닌 잔잔한 마음의 행복을 씨줄날줄로 촘촘히 엮어내야 한다. 매 순간을 즐기며 음미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감사하면서다.
나 자신 말고 행여 다른 어떤 것이 언젠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은 시간의 허비다. 지족지부(知足知富) 곧 족한 줄을 알고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부유함이며, 이것이 바로 참다운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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