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정치는 말'(言)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치가들의 말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순자(荀子) ‘비십이자편’(非十二子篇)에 ‘말이 합당하면 지혜로운 것’(言而當 知也)이며, ‘말이 적어도 법도에 맞으면 군자’(少言而法 君子也)라는 구절이 있다.
리더 곧 지도자들이 쓰는 단어나 입 밖으로 내는 말 하나 하나에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지도자의 발언을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여야 할 일이 아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리더의 소통력이 중요하다. 그 소통은 말이 많던 적던 간에 그에 앞서 ‘믿음’(信)이 형성돼야 한다. 한자로 ‘信’은 ‘人 + 言’으로 구성된 회의문자로 곧 ‘사람의 말’을 뜻한다.
물론 리더들도 인간인지라 각자의 마음씨와 성격에 따라 표현의 기법이 다를 수 있다. 중국의 국가주석 시진핑은 말수가 적은 것으로 유명하다. 초지일관 필요한 말 외에 주로 청취형으로 진중한 미소를 보이는 것이 전부다. 중국 고사대로 ‘합당한 침묵의 지혜로움’(默而當 亦知也)을 실천하는 것일까. 그는 말이 적은 대신 무게감이 있어 인구 14억의 대국을 일사분란하게 이끌어 간다.
뿐만 아니라 촌철살인의 유머로써 웃음과 함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재기가 풍부해 존경 받은 지도자도 있다. 역사적으로 9년 동안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연설과 위트의 달인으로 최고의 정치가로 꼽혔다. 미국에서 유머 감각이 뛰어난 정치가는 링컨으로 가장 위대하고 사랑받았던 대통령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대정신을 꿰뚫는 통치력에다 유머의 힘을 효과적으로 발휘했다.
현대에 들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현장정치에서 항상 여론의 중심에 서왔다. 특유의 자유분방한 개성이 담긴 언행으로 가는 곳마다 주목을 받으며 세계의 질서까지도 바꿔 놓았다. 그는 언어를 강력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 특유의 간단명료하고 직설적인 어법은 한마디 한마디가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평생을 사업가로 보낸 그로서는 실리적인 ‘거래술’이 뛰어나다. 그 스타일을 정계에 입문해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종종 언론과 각을 세우기도 한다. 그의 강한 어조는 대통령으로서 대중들에게 늘 호평을 받지는 않지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는 효과가 크다. 그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타협이 없이 행동에 나서는, 말하자면 정치 맥시멀리스트인 셈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나 어휘와 표현방식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그도 대통령이기에 앞서 언어를 통해 소통을 해야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유어딕셔러니’(YourDictionary.com)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을 정리해 발표했다. 대부분이 트럼프의 자유분방한 성격, 뚜렷한 주관, 남다른 우월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 첫 번째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이기는 것’(winning)이다. 그는 기업가 출신답게 어떤 거래나 경쟁에서든 이기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그는 무엇에서든 진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오직 승리만이 그가 추구 하는 선택지다. 국정 운영 철학에서도 그의 성격이 배어있다.
그는 한마디로 자신의 개인적 신념을 단문형의 화법으로 스스럼없이 말한다. “내 모든 인생은 오로지 이기는 것이다. 가끔이라도 진 적이 없다. 결코 지는 법이 없다.”(My whole life is about winning. I don't lose often. I almost never lose.) 이번 미국 대선을 치루고 나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조작을 주장하며 자신의 승리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로 그의 입에 자주 오르는 말은 ‘바보같은’(stupid)이라는 단어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못마땅한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일언지하에 바보라 지칭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행정부 국무성 관료들을 대놓고 “무능을 넘어 멍청이”라 호령하기도 했다.
이런 것은 그의 강한 엘리트 의식에서 연유되는 듯하다. 트럼프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자신의 아이비리그 학벌과 큰 성공을 거둔 기업가, 최고 방송 진행자, 첫 시도에 미국 대통령이 됐던 것을 내세우곤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똑똑한 것을 넘어 한결같은 최고 천재”라고 스스로를 일컫는다. 그의 위닝 멘털리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좁은 입으로 한 말도 넓은 치맛자락으로 못막는다’는 말이 있다. 말은 지도자의 재량이지만 그 말이 끼치는 영향이나 그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다. 하지만 각자의 화법이 다르고 애용하는 단어는 다르겠지만 소통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지도자의 덕목이다.
그렇기에 지도자일수록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근담에 ‘한 마디의 말이 들어맞지 않으면 천 마디의 말을 더 해도 소용이 없다. 중심을 찌르지 못하는 말이라면 차라리 입 밖에 내지 않는 것만 못하다.’ 지도자가 말을 많이 하다보면 허언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한 말을 잘 지키면 천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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