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미국과 중국은 세계적인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치열하게 대립하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사건건 미중이 한판 승부를 벌이며 때로는 견원지간이면서 때로는 불편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그런 관계 속에서 중국인들은 우리처럼 영어 잘하는 것을 선망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래서 조기 영어 교육 바람이 한국 못지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부모들은 5세 이하 자녀들이 영어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87.2%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이 시기가 언어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높다는 판단으로 ‘영어능력은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 또한 입시를 위한 학습보다도 실질적으로 글로벌 시대 환경에 사회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어구사력을 중요시 하는 비율이 무려 93.6%다. 영어교육에 관한한 매우 실사구시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
한편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가 갖고 있는 엄청난 시장성이나 잠재력으로 세계 많은 사람들이 중국어를 배우려고 한다. 사실 중국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천 개의 언어 중에서 사용 인구로 보면 단연 1위다. 중국어는 그 규모 자체로 다른 언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 젊은이 미국의 대중문화에 열광
그럼에도 개방의 물결이 거세지고 글로벌 세상이 되면서 중국인들이 영어를 배우려는 열정이 대단하다. 중국인들이 영어에 눈을 돌리는 이런 추세에서는 중국어보다 영어로 소통하는 게 효용성이 더 클 수가 있다. 중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과 영어를 익히고 있는 중국인이 서로 상생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 셈이다.
중국 사람들이 열성으로 영어를 학습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대중문화가 빠르게 중국에 유입돼왔다. 그러면서 중국 전역에 영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의 대중문화가 중국문화의 전통을 위협하고 있다는 자체 우려가 나올 정도다.
특히 중국의 국가 규제가 풀리면서 중국 젊은이들이 서구 대중문화에 열광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KFC는 중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된지 오래다. 1987년에 중국에 진출한 KFC는 5919개(2018년 기준)의 매장을 확보해 본고장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다.
심지어 상하이의 한 대학에서는 햄버거학과를 개설했는데 신입생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은 적도 있다. 개방적인 미국의 문화가 유교사탕 바탕의 중국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언어인 영어가 중국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영어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무한 잠재력
이제 중국에서는 음식, 패션, 음악,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미국 대중문화에 물들어가고 있다. 이는 중국에 미국영어의 존재를 부각시켜 나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는 표징이다. 이렇게 해서 14억 3700만 명(2020년) 중국 인구가 미국영어를 터득할 때 세계 공통어에서 세분화된 미국영어의 위상은 달라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영어는 무한경쟁 시대의 생존전략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중국을 상대하는데 있어서도 필수적이게 되어 있다. 중국은 50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있어 지역마다 각기 다른 중국어 방언을 쓰고 있다. 그런 중국이 유럽연합(EU)처럼 국제 공용어(Lingua Franca)인 영어로 무장한다면 우리는 영어의 또 다른 강력한 상대를 맞아야 되는 셈이다.
이미 뉴 밀레니엄에 들면서 중국에서 이른바 ‘미친 영어’(Crazy English)라는 특유의 영어 학습방법이 중국을 휩쓸었던 적이 있었다. 그 창시자였던 리양(李陽)은 당시 중국의 영어 혁명의 선도자가 됐었다. 당시 그는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학창 시절에 성적 열등생이었던 그가 영어를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르며 중국인의 영어 배우기에 대한 열정과 당당함을 상징했었다. 운동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을 향해 리양은 영어 배울 것을 사자의 포효처럼 외쳤다. 중국대륙이 영어대국으로 되도록 하자면서다.
“Change my life!"(인생을 바꿔라!)
그러면 학생들이 따라 함성을 질렀다.
"I will change my life!"
(인생을 바꾸겠습니다.)
"I want to speak perfect English"
(나는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고 싶습니다.)
"Perfect English!"
(완벽한 영어를!)
두 번째로 영어 많이 사용하는 중국
세계 지식인들의 다양한 가치관과 철학을 공유하는 미국 영어강연사이트(ted)가 있다. 여기에 ‘타임’지가 선정한 디지털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 중의 한사람인 제이 워커가 있다. 그가 ‘세계의 영어 마니아에 대해서’란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지금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영어를 배워 인생을 바꾸겠다는 다짐이 함성으로 들린다. 중국인들뿐 아니라 영어를 배우는 세계인들에게 영어는 ‘기회’를 의미 한다. 중국인들에게 영어는 더 나은 삶, 너 나은 직업을 얻기 위한 기회이자 학생들에게는 학비를 마련할 능력, 또는 더 나은 음식을 먹기 위한 방편이다. 지금 중국인들이 영어를 배우는 강한 의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인구가 영어장벽을 극복해 영어권에 본격 진입한다고 상정해 본다. 그러면 국제사회의 경쟁력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은 중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미국에 이어 제2위의 영어 대국인 인도와 겨루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같이 영어를 상용어로 쓰는 국가와도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옛날에 중국과 인도의 아이들은 밥을 굶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지금 중국과 인도의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가며 영어권 국가의 경쟁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영어로 무장한 중국과 인도의 젊은이들이 영어권 시장의 일자리를 차고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영어통계사 GLM, 중국영어 ‘톱워드10’ 선정
세계에서 모국어 외에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인구수가 가장 많다. 적어도 세계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영어를 공식어나 상용어(常用語)로 특별하게 쓰고 있다. 그런가하면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영어를 외국어로 선택해 가르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두 나라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약 5억 3000만 명에 이른다. 이것은 영어를 제1언어, 곧 모국어로 쓰고 있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를 합친 인구 수자와 거의 맞먹는다. 영어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지렛대가 된다면 분명 앞으로 더 무서운 상대는 중국이 될 수 있다.
그들이 영국영어를 쓰던 미국영어를 쓰던 그게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대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 그들이 영어라는 병기를 갖추게 되면 중국이 세계 중심이 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다. 지정학적으로나 인구통계학적으로 전지구를 통해 최고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500년 전 그들의 선조였던 손자가 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不爭而善勝)이라고 했던 그 지략을 21세기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구현하게 될 지도 모른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중국어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영어를 양수겸장으로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정통영어를 배우면서도 자기 방식대로 쓰는 중국식 영어인 ‘칭글리시’(Chinglish)를 당당히 국제사회에 부각시켰다. 그래서 미국의 영어 사용 통계 전문회사(GLM)는 칭글리시를 ‘톱워드10’(Top Words 10)에 선정하기도 했다.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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