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언어를, 언어는 문화를 구축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K-팝을 중심으로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을 때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미국, 유럽, 동남아 할 것 없이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열풍이 거세다. 심지어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조기교육 대열에 나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를 지켜본 언론은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한국의 문화에 대해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인권 대표 
한국의 문화에 대해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인권 대표 

문화체육관광부는 전 세계에서 한류를 즐기는 동호인이 1억여 명에 달하면서 우리말에 대한 열풍이 지속되자 ‘한국어 확산계획(2020~2022)’을 최근 발표했다. 특히 최근 ‘방탄소년단’(BTS)으로 상징되는 한류 붐이 지구촌을 달구면서 한국어의 인지도도 급상승하는 추세다.

그만큼 언어와 문화는 상호 밀접한 관계로 시너지를 생성한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 문화시장을 석권하는 게 미국의 콘텐츠인 만큼 글로벌 시대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 영어가 주요 언어로 자리매김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만약 한 세대 전에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매개 언어를 영어가 아닌 중국어를 썼다고 하면 세계 언어의 위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설일 뿐 지금은 미국이 정치, 경제, 문화, 기술 등 모든 방면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구도가 되어 있다.

(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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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에 미국의 대중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문화는 언어를, 언어는 문화를 구축하는 막강한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문화, 곧 패션, 텔레비전, 음악, 영화, 음식 등이 미국 영어를 세계의 언어로 만들어 놓았다. 또 상호 관계에서 미국 영어는 세계의 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어가 문화를 담아 침투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 그 언어를 전파하는 국가의 정치 경제적 위상이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이것이 바로 미국 영어가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의 영국 영어를 제치고 세계를 정복한 이유다. 지금에 와서는 이들 영국영어권 국가들조차도 '미국주의'(Americanism)의 범람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만큼 미국 영어의 위력은 미국이 누리는 국제사회에서의 막강한 파워에 비례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미국 영어에 몰입되어 있는 이유다. 미국의 메릴랜드대학교에서 '문화의 세계화가 국제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미국의 기업들은 수익을 내기위해 미국의 대중문화를 앞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런 비즈니스 모델과 실천전략을 통해 미국 대중문화의 이상(ideals)을 전파하는 선순환 효과를 얻고 있다.

(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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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문화’로 상징되는 미국 영어

미국 영어를 세계에 전파시키는데 미국의 대중문화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미국의 대중문화는 집단 전염성이 강해 미국 국내뿐만 아니라 전파되는 국가마다 구매력에 영향을 주고 생활패턴을 바꾸게 만들었다.

이러한 영향력은 우리로 하여금 미국 문화에 쉽게 동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또한 그 문화와 수반된 미국 영어를 자연스럽게 ‘편안한 언어’로 받아들이게 만든 것이다. 미국의 문화 가운데에서도 대중음악과 영화와 드라마는 단연 미국 영어의 세계화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창작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은 MTV나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세계 각국의 안방에 파고들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에서는 유명하지도 않았던 음악가들이 세계 순회공연에 나서면서 인기를 얻은 후 나중에 미국 청중들에게 알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것은 기획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아티스트의 잠재력을 지켜본 뒤 미국 국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편 1950년대부터 미국 드라마가 붐을 이루고, 1990년대 이래 세계 시장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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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그들의 사상, 관점, 문화를 세계에 주입시키면서 동시에 미국 영어의 위세도 키워나갔다. 영화평론가 데이비드 로빈슨은 ‘미국이 할리우드 영화를 앞세워 세계 영화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할리우드는 미국의 한 도시가 아닌 미국 영화의 대중문화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세계적 명소로 당당하게 자리 잡았다. 그래서 우리는 할리우드 영어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영화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은 굉장하다. 독일의 영화연출가 빔 벤더스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본 것을 믿게 되고, 믿는 것을 사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에서 본 것을 쓰고, 몰고, 입고, 먹고, 사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극장가에서 상영되는 대부분 영화들이 미국 영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사진 =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사진 =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 영국 영어도 품격 있는 글로벌 언어

미국의 세계적인 위상으로 미국 영어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당연히 영국 영어 또한 기품 있는 고급 언어다. 우리가 정치, 경제, 외교, 문화, 기술 등 다방면에서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유대가 깊다보니 미국 영어에 익숙해져 있을 따름이다. 특히 전 세계를 휩쓰는 미국 문화가 결정적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영국 영어는 발음에서 미국 영어보다 정확하고 또렷해 좀 더 격식 있게 들린다. 미국 영어는 단어와 단어를 이어 발음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미국 영어는 외국인에게 처음에는 이해가 어려운 면도 있다.

미국 문화의 세계적인 전파를 통해 미국 영어가 확산된 가운데 새삼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영국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도하다. 오히려 영국 영어가 독특하고 고급스럽게 들린다며 매력을 느끼는 부류도 있다.

(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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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어에 대한 일반적인 호감에도 불구하고 유엔, 국제올림픽위원회, 세계무역기구, 국제표준화기구 등 국제단체들에서는 영국 영어를 쓰고 있다. 하지만 교육 일선에서는 미국 영어가 세계 많은 곳에서 공용어나 제2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어쨌든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어 상호 이해가 가능하지만 의사소통에서의 차이로 오해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조지 버나드 쇼나 윈스턴 처칠은 미국과 영국을 ‘하나의 공통 언어 속의 각기 다른 두 나라’라고 일컬은 바도 있다.

미국이나 영국을 떠나 이 두 나라의 언어인 영어는 전문 기술 영역과 국제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공식 언어로서 자리잡고 있다.  말하자면 전 지구 공동체 구성원들이 의사나 감정이나 생각을 주고받는 언어 수단으로서 세계어가 된 것이다.

(사진자료 = 책표지)
(사진자료 = 책표지)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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