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컨퍼런스에서 유럽 문화예술 분야 인사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인권 대표
국제 컨퍼런스에서 유럽 문화예술 분야 인사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인권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우리는 ‘글로벌’(global)이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접한다. 그런데 비단 한국인뿐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수없이 이 말을 쓰면서도 명쾌한 개념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누가 그 용어에 대해 구태여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모호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이라는 말이 현대인의 생활 가운데 전문 유행어(buzz word)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쉽게 풀어서 이 말은 ‘전 세계의’, ‘지구상의’, ‘세계적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글로벌 시대는 일반적으로 지구 공동체적 시대나  세계화 시대를 지칭한다.

이 말이 우리 사회에서는 개방과 경쟁의 두 가지 함축된 의미를 내포하면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글로벌이라는 용어에 대한 인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에 수반되어 국제언어인 영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명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global' 이라는 기본 개념과 연관되는 용어에 ‘세계화’의 의미로서 ‘globalization’(글로벌라이제이션)이 있다. 이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곧 국제화, 자유화, 서구화, 보편화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앞서 언급한 의미를 뛰어 넘어 포괄적인 외연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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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라는 전문 유행어의 의미

지금 세계는 정보통신기술의 진화로 지리적인 경계의 구분이 없어지고 하나의 공간 개념으로 설정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100년 동안 각 분야별 성장 속도를 비교해 보면 커뮤니케이션 분야가 무려 100배 이상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에서 글로벌 이라는 의미는 오히려 ‘초지역주의’(supraterritoriality)로 정의하는 것이 정확한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국가 간 영토적 경계의 초월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시대는 국경이 사라진 시대라는 의미를 지닌다.

엄밀하게 말해 ‘세계화’(global)와 ‘국제화’(international)는 서로 개념이 다르다. 영어로 ‘international'이라는 말은 1780년대에 만들어졌으나 ’global'이라는 용어는 1890년대에 생겼다. 여기에 ‘globalize'와 ’globalism'이라는 단어는 그로부터 50년 후에 신조어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가 지금 자주 쓰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미국영어로서 처음으로 사전에 등장한 것은 1961년이었다. 아마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이자 현대사상가였던 마셜 맥루한이 1962년에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말을 대중화 시킨 시점과 무관하지는 않다.

‘국제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의 차이는?

20세기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국제관계 업무에서 '글로벌‘이라는 말 대신 ’인터내셔널‘이라는 말이 쓰였다. 그러다 1980년대에 들면서 글로벌이라는 용어가 전면에 나타나게 됐다. 이때부터 영어에도 글로벌을 수식어로 하는 다양한 단어들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global governance, global standard, global market 등이다. 그러면서 당초 미국영어였던 글로벌라이제인션은 세계 각국이 시대의 조류를 따라 자기 방식의 외래어로 받아들여 지금처럼 널리 쓰이게 됐다.

그럼 ‘국제적인 것’(internationality)과 ‘세계적인 것’(globality)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국제적인 것은 지리적 개념으로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서 물리적으로 거리를 이동(cross-border)하여 교류하는 아날로그 형식이다. 반면에 세계적인 것은 공간적 개념으로 경계를 넘지 않고도 물리적인 거리를 초월(trans-border)하여 교류하는 디지털 방식인 격이다.

그래서 지금 21세기를 국제화 시대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세계화 시대, 즉 글로벌 시대라고 규정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이렇게 글로벌 시대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인터넷과 커뮤니케이션의 획기적인 발전 때문이다. 이제는 온라인 네트워크와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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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 기업이 글로벌 생산체계로 운영

그래서 한마디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이란 전 세계적으로 상호 연결의 폭이 넓어지고, 축이 깊어지고, 속도가 가속화 되는 것을 의미 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글로벌 시대의 영향을 집중해서 받는 분야는 통신, 시장, 생산, 금융, 기구, 문화의식 등이다. 그럼 각 분야별로 글로벌 요소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본다.

우선 통신 분야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다. 매스 미디어는 세계를 거미줄처럼 엮어 실시간으로 정보와 지식을 전파하게 되고, 이제는 기업마다 회의도 원격 영상으로 하고 있다. 이제는 시장이 한 국가나 지역이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형성돼 있다.

기업이 다국화가 되면서 동일한 브랜드가 같은 시기에 세계 각국의 시장을 통해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간다. 그래서 요즘은 국지적인 마케팅 전략만으로는 안 되는 구조다. 여기에 생산의 분업화가 이루어져 연구, 디자인, 구매, 조립, 품질, 제작, 수리, 광고, 홍보 등 전 생산 과정이 거점 지역이나 국가별로 분산되어 있다. 말하자면 기업이 글로벌 생산체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나 기업의 금융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신용카드 하나로 결제가 가능하고,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가 있다. 미국 달러화나, 일본 옌화나, 중국의 유안화나 독일의 마르크화나, 프랑스의 프랑화 등 주요 국가의 통화가 어디에서든 통용된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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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소통으로 세계를 상대해 협력 경쟁 펼쳐

한편 다양한 분야의 세계화에 따라 각 전문 조직 업무를 조정, 통제, 감독하는 국제 총괄 기구들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UN를 비롯하여 IMF, WTO, UNESCO, BIS나 각종 NGO들이 세계 각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당연히 문화 예술 분야도 국가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전 세계가 하나로 되는 공감대를 구축하고 있다. 이제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인류가 지니는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지역적이거나 국가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전 지구적이게 됐다.

한마디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사람과 문화와 경제적 활동의 세계적 관계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심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개별 국가로 구성된 세계 공동체를 대상으로 아이디어와 언어와 대중문화가 교류하고 소통하며 치열한 레이스도 벌이게 된다.

글로벌 시대는 결국 세계를 상대로 해 사람이 주체가 되어 협력도 이루고 경쟁도 해야한다. 사람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뜻과 같다. 그 세계인들과의 소통이 다름아닌 ‘글로벌 토크’이자 ’글로벌 스피크‘(global-speak)이다. 이 글로벌 토크를 펼칠 때 한국어를 쓸 것인가 아니면 영어로 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 영어를 해야 하는 당위성이다.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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