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1960년대 초에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그것이 관념적으로 들렸으나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세계화를 실제로 느끼기 시작했다. 경제 개방과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세계화는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주제가 돼버렸다. 준비 없이 맞게 된 글로벌 물결은 누구나 자기의 색깔을 세계에 맞추지 않으면 안 되게끔 됐다. 일찍이 우리는 1990년대 초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후반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경험했다.

그리고 2000년대에 시작된 각국과의 경제협력에서 ‘한미무역협정’(FTA) 체결에 이어 다자 협상과 권역별 네트워킹으로 글로벌경제시대를 열었다. 이렇게 국가들 간의 굵직굵직한 경제적 이정표가 설정되면서 우리가 체감하는 세계의 지도는 달라졌다.

우리는 이제 지도상의 국경만이 물리적인 경계일 뿐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비로소 경제, 정치, 문화를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20세기 후반에 불기 시작한 세계화의 미풍이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들어서는 세상을 뒤흔드는 폭풍으로 세력이 강해졌다. 최첨단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인한 지구상의 거리 소멸 현상과 맞물려 우리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바꿔 놓았다.

그것은 보다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혁명이나 다름없게 돼 그동안 폐쇄적이고 국수주의적으로 흘렀던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도전을 받는 계기가 됐다. 문호개방과 포용력, 격식 탈피와 평등주의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강요받게 된 것도 그즈음부터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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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세계화가 가져다 준 값진 선물

세계화를 주도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와 문화다. 우선 엄청난 규모의 국적 없는 자본(Stateless Money)이 세계 도처의 금융시장을 훑고 있다. 또한 이전에는 예측도 못했던 막대한 규모의 상품들이 세계 각국의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하루 동안 세계시장에서 거래 유통되는 서비스 규모만 하더라도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은 세계를 사무실에 있는 지구본처럼 우리 곁으로 가져다 놓았다. 온라인으로 문화가 실시간으로 전파되면서 세계가 하나의 삶의 터전으로 변모해 버린 것이다. 분명 세계화는 국경 없는 세계의 도래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냈다. 이는 항상 살아서 진화해 나가는 문화의 한 단계라 할 수 있다.

우리와 세계와의 관계는 동반자로서 협력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면서 동시에 경쟁의 상대가 됐다. 어떤 형태로든 상호 작용하게 되어 있는 글로벌 시대에 와 있다. 여기에서 문화예술 교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이런 구도에서 등장하게 된 것이 ‘한류’였으며 하나의 산업으로서 기틀을 잡았다.

이미 2000년 전후부터 우리나라의 드라마가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에서 방송되면서 한국의 배우나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나아가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이나 미주, 오세아니아 등 세계가 한국의 영화, 대중음악, 게임, 음식, 심지어 한국어에까지 열광하고 있다.

“한국은 드림 소사이어티에 진입한 세계 1호 국가”

이런 현상이 나타난 초창기에 중국의 언론들은 이를 ‘한류’(韓流)로 부르면서 ‘코리안 웨이브’(Korean Wave) ‘코리안 피버’(Korean Fever)로 일컬었다. 지난 10년 넘게 케이팝(K-Pop)이나 케이드라마(K-Drama)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전반적인 연예산업의 성장은 해외에서 한국문화의 인기를 끌어 올렸다. 그 덕택에 지금은 오히려 ‘Hallyu'라는 한국어가 버젓이 영어로 자리 집고 있다.

이제 한류의 잠재력은 세계인들이 한결같이 입증하고 있다. 일찍이 비언어극(넌버벌) ‘난타’가 외국인 관람객 100만 명선을 돌파해 전성기를 누렸었고, ‘점프’와 ‘비보이’는 세계무대에서 외국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이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한국의 대중음악으로 돌풍을 일으켜 왔다.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BTS)은 세계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어 있다. 한국의 문화를 전 지구적으로 알리는 최고의 예술단이 되어 인류의 평화와 복지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있다. BTS는 데뷔 7주년이 되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에서도 지난 6월 글로벌 이벤트를 펼쳤다.

유튜브 오리지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열리는 '디어 클래스 오브 2020'(Dear Class of 2020)에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올해 졸업하는 전 세계의 대학생과 고등학생과 그들의 가족을 축하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이런 한류의 글로벌 현상을 지켜본 미래학의 대부로 불리는 하와이대학 미래전략센터의 짐 데이토 소장은 “한국은 이제 드림 소사이어티(꿈과 이미지를 파는 경제)에 진입한 세계 1호 국가”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는 외국의 제도나 문물이 일방적으로 유입되는 외세 영향 속에 있어서 국제교류하면 우선 사대주의부터 생각하는 의식구조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세계화하면 무의식적으로 ‘미국화’를 연상하게 되었고, 영어를 이야기하면 미국 언어의 헤게모니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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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적 생각이 패러다임을 바꾼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아니 교류의 판도가 바뀌어 진 것이다. 영어를 통해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또 영어를 통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를 세계에 진출시키고 있다. 바야흐로 이제는 ‘세계의 한국화’ ‘한국의 세계화’가 균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상품이 세계시장을 파고들고 한국의 문화가 국제무대를 휘어잡는 굴기를 이룩한 것이다. 우리의 예술가들이나 스포츠선수들이 해외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면서 외국의 관객들은 ‘코리아!’, ‘코리아!’의 함성을 외치고 있다. 지금 이러한 양방향 글로벌 교류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의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아니 생각의 구조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다.

20세기에는 글로벌적 사고가 단순히 글로벌 마케팅을 의미했다. 하지만 21세기의 글로벌적 사고는 뉘앙스가 다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의 말대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세계적인 생각을 갖는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세계적인 상품’을 의미하게 됐다.

세계화는 단편적으로 어느 한 영역이나 부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과정을 통틀어 세계적인 시각과 관점으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 조직의 구성원들도 글로벌 두뇌가 될 수 있다. 말하자면 ‘live locally, think globally!'이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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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 세계를 생각하며, 세계를 꿈꾸며, 세계인을 대등하게 맞이할까 하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이는 한국인이지만 세계인이 되는 늠름한 자세와 당당한 태도를 말한다. 결국 우리에게 세계화라는 것은 자세의 변화, 생각의 변화, 행동의 변화를 의미한다.

변화를 요구하는 세계화는 모든 부문에서 한결같다. 곧 우리 사회나 조직이, 우리 개인 스스로가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국제공용어인 영어를 해야 한다는 것은 그런 큰 변화의 작은 부분이다. 영어 능력을 갖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글로벌 소통의 언어를 배워 쉼 없이 밀려오는 글로벌의 물결을 오히려 파도타기처럼 즐기자는 것이다.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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