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구 암사동 ‘다다다 모험 놀이터’ 가보니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놀이터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공간이다. 어느 놀이터에서 무엇을 했는지 매 순간의 기억은 상상력과 협동심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 아이들의 놀이 공간에 고민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며 천편일률적 형태에서 벗어난 특색 있는 놀이터가 생겨나고 있다.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고민하고, 곳곳에 숨겨진 재료로 놀이기구를 만드는 재미까지 더해진 곳이다.

앞서 뉴스포스트는 [놀이터의 조건] 1·2편을 통해 가치 있는 놀이 공간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고 현장 안전 점검도 함께 진행했다.

이번 편에서는 아이들이 눈높이에 맟춘 창의적 놀이터를 방문해 기존 놀이터와의 차별점을 살펴본다. 방문한 곳은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 강동공동체공원에 위치한 ‘다다다 모험 놀이터’다. 놀이터에 관한 설명은 윤자영·이규승 놀이 활동가의 도움을 받았다.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다다다 모험 놀이터' (사진=홍여정 기자)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다다다 모험 놀이터' (사진=홍여정 기자)

‘다다다 모험 놀이터’는 ‘다함께·다르게·다하는’ 놀이터라는 의미가 담긴 모험 놀이터다.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모여 ‘강동정원문화포럼 놀이위원회’를 구성하고 어른과 아이가 의견을 모아 지금의 다다다 모험 놀이터를 만들었다. 최초 6가족에서 시작된 일명 ‘모험 놀이터 만들기’ 프로젝트는 현재 28가족이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놀이터의 첫 느낌은 정제되지 않은 야생(?)의 것이다. 놀이터 주변으로 정원과 얕은 동산이 있어 그냥 자연의 일부분처럼 보였다. 거칠거칠한 흙 바닥에 성인 키 높이의 모래언덕, 듬성듬성 세워진 나무 기둥과 돔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폐타이어와 밧줄, 호미 등의 도구도 볼 수 있었다.

나무 기둥에는 홈이 파여져 있어 아이들이 밟고 올라갈 수도 있고, 기둥에 밧줄을 묶고 흔들 다리처럼 이동하기도 한다(사진=홍여정 기자)
나무 기둥에는 홈이 파여져 있어 아이들이 밟고 올라갈 수도 있고, 기둥에 밧줄을 묶고 흔들 다리처럼 이동하기도 한다(사진=홍여정 기자)

윤자영 활동가는 “기존의 시설 놀이터가 아닌 프로그램 놀이터여서 아이들이 없을 땐 휑해보일 수 있다”며 “주변 자연물이나 밧줄 등을 이용하고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지면 아주 창의적인 놀이터가 된다. 또한 놀이 공간이 넓고 주변에 아파트도 없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다다 모험 놀이터는 “여기서 어떻게 놀아야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올라가고 내려오고 식의 획일적인 방법을 대입할 놀이기구가 없어,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 궁리를 해야만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아이들도 주변에 보이는 재료로 자기만의 놀이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한다. 윤 활동가는 “그 당시에는 흙바닥 뿐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지루해했지만 주변에서 금방 뭘 찾아왔다. 겨울이었는데 이 곳에서 뭘 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차에 아이들이 통나무를 들고 와서 뭘 만들고 그 위에서 가위바위보 하면서 놀이를 이어갔다. 나중에는 부모들도 다 같이 참여해서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했다.

바로 옆 동산에 작은꿈놀이단 아이들이 직접 만든 아지트. 동산에서 뛰어놀다가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사진=홍여정 기자)
바로 옆 동산에 작은꿈놀이단 아이들이 직접 만든 아지트. 동산에서 뛰어놀다가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사진=홍여정 기자)

다다다 모험 놀이터는 목공 놀이터, 돔 구조물, 나무 기둥, 흙 놀이터, 동산 놀이터 등 다섯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공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이 주로 하고 저학년이나 미취학 아동들은 흙놀이, 자연물 관찰, 동산 탐험 등을 주로 한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사이의 아이들을 꿈놀이단, 미취학아동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사이의 아이들을 작은꿈놀이단으로 칭한다. 

철로 만들어진 돔 구조물은 오르내리는 정글짐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힘을 합쳐 그물망을 씌우고 꼭대기까지 올라가 만세를 부르기도 한다. 폐타이어를 돔 구조물에 묶어 그네를, 나무 기둥에 밧줄을  묶어 아슬아슬 사다리도 만든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놀이기구에 이러저리 신나게 매달리며 정글을 누비를 타잔이 된다.

모래언덕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두꺼비집을’ 짓는 곳이다. 조그만한 손으로 흙을 파 자기 몸크기 만한 동굴을 만든다. 날씨가 따뜻한 날엔 신발을 벗고 올라갔다 내렸다가 반복하며 언덕을 뛰어 다닌다. 모래에 작대기 하나만 꽂아 놔도 웃음이 터진다.

활동가는 “이 곳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이하는 곳이다. 어떤 의견이든지 수용하는 어른들이 있다. 도구 사용에 있어 위험 요소가 있다면 개입하지만 그 외적으로는 아이들이 제시하는 방법에 토를 달거나 어른들이 놀이를 리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놀이터나 키즈 카페의 경우 긴 시간 아이들을 놀게 해도 정작 부모와의 소통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곳은 부모와 함께 참여한다. 함께 놀이하고 때론 지켜보며 아이를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직접 제작한 아지트 두개. 내년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바뀔 예정이다 (사진=홍여정 기자)
아이들이 직접 제작한 아지트 두개. 내년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바뀔 예정이다 (사진=홍여정 기자)

특히 목공놀이는 아이들의 주된 놀이다. 올 여름부터 목공용 각종 도구를 사용해 보면서 놀이터에 어떤 기구가 필요할지 의견을 나눴고 아이들 스스로 ‘아지트’를 만들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한 디자인도 같이 나눠 목공 전문가와 함께 작업 중이다. 

김규승 활동가는 “아이들은 이미 머릿속에 내년 계획을 세워놨다. 아지트 안쪽 공간을 이층으로 만들고 외부에는 전망대로 사용하게끔 데크를 설치하겠다고 했다”며 “스스로 톱질하고 못을 박아보면서 자기 스스로의 능력을 판단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면서 어느 정도까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서로 가늠하게 된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어른들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놀이 활동가와 아이들이 힘을 합쳐 밧줄을 묶고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 (사진=윤자영 놀이 활동가 제공)
놀이 활동가와 아이들이 힘을 합쳐 밧줄을 묶고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 (사진=윤자영 놀이 활동가 제공)

이곳 놀이터는 계절에 따라 한해 4번 변신을 한다. 눈이 왔을 때, 꽃이 필 때, 비가 올 때 등 환경에 따라 어떤 놀잇감으로 재미있게 놀지 말이다.

김 활동가는 “이곳은 기존 놀이터에 비해 가변적이다. 그날그날 의견에 따라 놀이 방법이 달라진다.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되니까 쉽게 몰입하고 더 즐거워한다. 물론 옷이 더럽혀지거나 조금 다치는 건 감수해야 할 일이다. 아이가 부모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앞으로 더 적어질텐데 노는 시간 만큼은 더 질 좋은 놀이가 되길 바란다. 다른 곳에도 기존의 평범한 놀이터 대신 아이들의 생각이 담긴 다양한 놀이터가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진=윤자영 놀이 활동가 제공)
아이들은 돔 구조물에 그물망을 걸어 놓고  메달리거나 때론 몸을 기대 쉬기도 한다.(사진=윤자영 놀이 활동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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