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로 붐비는 선별진료소, 검사자 대부분은 젊은층
-검사 방식 3가지라지만...정확도 가장 높은 ‘코 검사’ 위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 환자 수가 1천 명대를 넘어서는 등 국내 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대다수는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나왔다. 방역 당국은 폭발하는 코로나19 감염세를 차단하기 위해 전날인 14일부터 수도권 내 150여 곳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임시 선별진료소에서는 증상이 없거나 확진 환자와의 접촉력이 없어도 누구나 익명으로 무료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다. 검사량을 늘려 무증상 및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3주째 재택근무 중인 데다 별다른 증상이 없던 기자 역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뉴스포스트>는 14일 임시 선별진료소가 차려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을 찾았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검사자 대부분은 20·30 젊은층

본지 취재진은 공식적으로 최근 2주간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접촉한 이력이 없다. 지난달 말부터 재택근무 중이던 기자는 직장 동료 등 타인과의 접촉이 최소화로 차단됐다. 하지만 자가격리 대상자는 아니었기에 식당이나 마트, 병원 등을 방문하며 일상생활을 지속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나도 혹시 코로나19 감염자?’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노파심을 안고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아간 기자가 처음 본 것은 끝없는 장사진이었다. 14일 이날 오후 5시께 서울역 임시 선별진료소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임시 선별진료소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마감 시간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있었다. 기자 역시 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역 광장 앞 장사진에 합류했다.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기다리던 시민들의 90% 이상은 젊은 청년층이었다.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지만, 육안으로만 봐도 중년층이나 노년층은 찾기 힘들었다. 대다수는 무증상자로 보였다. 당시 서울 중구의 기온은 영하 7도. 건강한 청년들은 롱 패딩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2m 간격에 맞춰 강추위와 칼바람을 버텼다.

노년층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인근에서 만난 시민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택시업을 한다는 60대 A모 씨는 <뉴스포스트> 취재진에 “선별진료소에서는 원래 아픈 사람들이 가는 곳이 아닌가. 아픈 사람들이 있어 도리어 옮을까 봐 무섭다”며 “무증상인데 (임시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검사 방식 3가지? 사실상 ‘코 검사’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방역복으로 중무장한 현장 관계자들이 와서 손 소독제와 문진표를 나눠줬다. 익명 검사로 진행되는 만큼 문진표에는 이름을 작성하는 공간이 없다. 휴대전화 번호와 연령대, 증상 여부, 검사 방법 등 간단한 사항들만 체크하면 누구나 무료로 진단 검사가 가능했다.

검사 방법은 ▲ 비인두도말 PCR ▲ 타액 검사 ▲ 신속항원검사가 있다. 비인두도말 PCR은 코를 통해 검사하는 기존의 방식이고, 타액 검사는 침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본지 취재진은 결과가 빨리 나오는 신속항원검사 또는 통증이 없는 타액 검사를 받을 계획이었다. 신속항원검사는 건강 보험이 적용돼 약 8천 원만 있으면 검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는 취재진에 “신속항원검사는 빠른 검사 결과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추천드리지 않는다. 검사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타액 검사 역시 비슷한 이유로 추천하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 고생해서 기다리시는데, 굳이 정확도 떨어지는 검사 방식을 추천할 이유가 없다”고 비인두도말 PCR 검사를 권했다.

비인두도말 PCR 검사는 콧속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정확도가 세 가지 검사 방식 중 가장 높다고 하지만, 겁이 많은 취재진에게는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현장에 취재진이 확인한 검사 대기자들 모두 100이면 100 비인두도말 PCR 검사를 받았다. 3가지 검사 방식이 도입됐다고 하지만, 사실상 현장에서는 기존의 검사 방식만 진행된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비인두도말 PCR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비인두도말 PCR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코로나19 검사 경험이 전무했던 기자는 자발적 검사를 잠시 후회했다. 하지만 기자에게는 신속항원 검사나 타액검사를 받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또한 영하 7도의 날씨에서 방역복을 입고 하루 종일 근무하는 현장 관계자들과 의료진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인두도말 PCR 검사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본지 취재진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았다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서울 중구 보건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건 당국으로부터)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했다는 연락을 따로 받지 않았다면,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음성’ 판정을 받을 시 따로 자가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증상과 접촉력 없이도 익명으로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시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단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일부 노년층 등 이곳에서 감염이 될까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임시 선별진료소 검사가 안전하다는 홍보도 필요해 보인다.

다만 임시 선별진료소가 내년 1월 3일까지 3주 동안 운영되기 때문에 현장 상황의 변동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부산과 강원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임시 선별진료소가 설치된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만큼, 불안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코로나19 확산이 멈추기 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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