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주식은 저금리 시대의 대안...문화로 자리 잡아”
- 재태크 동시 특정기업에 대한 애정으로 투자하기도
- 경제 흐름 분석을 통한 자기개발 차원의 노력과 경험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지난 15일, 국민 10명 중 3명은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 부터 14까지 전국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펀드를 제외한 주식투자를 하는지 물은 결과 29%가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갤럽은 “1990년부터 2014년까지 여섯 차례 조사에서 매번 손해를 봤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이익을 봤다’는 답변이 50%를 차지했고, 이번에는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을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20대의 경우 5개월 전 투자자의 비율이 12%에서 27%로 15%나 급증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개미’로 불린다. 자본가들과 비교했을 때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개미마냥 작기 때문에 쓴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지난 13일에 발표한 ‘코로나19 시대의 금융 행동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 등 금융투자를 시작했고, 특히, 20대는 새로 투자에 나선 비중이 10명 중 세 명이나 차지했다. 주식을 시작하게 된 20대 개미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주식...“다 돈 때문이지 뭐“
그들에게 주식에 관심 있는 지인들이 많은지 물어보았다. 주식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는 강민정(24)씨는 “밖에서 주식 관련해서 얘기를 나서서 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주위 사람들이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수익률 자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많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주식을 시작한지 9개월이 된 남지우(가명·25)씨는 “친구들과 만나면 예전에는 근황을 주고받고, 취업준비나 가십을 이야기했는데 요즘은 주식에 대한 주제가 꼭 등장하고, 그 횟수가 늘은 것 같다”고 밝혔다. 남 씨는 “근래에 주식을 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느는 것을 실감한다”며, “주식을 안 하는 친구들도 ‘떡상’, ‘손절’, ‘익절’ 등의 단어를 주식이 아닌 이야기를 할 때도 쓰는 걸 보면 주식이 20대 사이의 문화나 유행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남 씨는 “돈을 벌기위해 주식을 한다”며 그 이유로 은행의 저금리를 꼽았다. 한 때,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5%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를 겪으며 현재는 0.5%까지 내려간 실정이다. 예금과 적금은 더 이상 자산증식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남 씨는 이러한 저금리로 인해 “같은 재산이라도 은행에 묶어두는 것 보다는 우량주에 박아두는 게 리스크는 있더라도 수익률이 좋아 보인다”고 밝혔다. 주식 투자가 은행보다 위험성은 있지만, 예적금으로 돈을 모으는 전통적인 자산 축적 방식 대신 저금리시대의 고위험 자산 투자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
스무 살에 시작해 꾸준히 주식을 하고 있는 이중성(23)씨는 은행보다 나은 수익과 함께 접근성을 꼽았다. 그는 “1~2천만 원 정도로 다른 투자를 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는데, 주식은 비교적 접근도 쉽고 금액의 하한선도 없어서 500원만 있어도 동전주 한 주는 살 수 있다. 500원으로 얼마나 벌 수 있겠나 싶겠지만 실제로 가지고 있던 주식이 570원에서 7910원까지 오른 경험이 있다”며 적은 자본으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주식의 장점이라 밝혔다.
돈 말고 다른 거
20대의 소비는 가치관을 반영한다. 특정 브랜드와 기업을 향한 불매운동이나 비건 지향 등 기꺼이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가치 있는 소비를 하고 싶어 한다. 투자 또한 취향이나 가치관을 반영해서 사고 파는 비슷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남 씨는 “처음에 주식을 시작할 땐,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좋아하는 기업에 투자했다”며 “이익을 내려는 것보다는 소액으로 좋아하는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게 왠지 멋있어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다”고 밝혔다. 또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정성원(27)씨는 “면접에서 떨어진 기업의 주식을 샀다”며 “사원으로 함께할 수 없다면, 주주라도 되고 말겠다는 마음”이라 덧붙였다. 돈을 벌기 위해서 주식을 시작했지만, 이처럼 특정기업에 대한 애정이나 소유욕으로 경험삼아 주식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재테크인 동시에 주식이 20대에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는 건 아닐까?
개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합니다
20대 개미들은 얼마큼의 시드를 어떻게 굴릴까? 시드를 위해 알바를 하거나, 모든 자산을 끌어 모아서 주식에 쏟으며 살진 않는다. 빚까지 끌어서 투자를 한다는 ‘빚투’도 사실 사회초년생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빚도 능력이라고, 담보로 잡을 만큼의 재산이 있는 20대가 얼마나 많을까.
20대 시드의 출처는 두 종류로 나뉘었다. 부모님이 지원금을 주었거나, 아르바이트나 적금으로 모아둔 돈의 일부를 사용했다. 주식으로 수익을 내본 경험이 있는 부모가 자식에게 지원금을 주며 주식을 추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씨는 “수능이 끝나고 성인이 되는 기념으로 주식 통장을 개설하고 첫 투자금으로 300만 원을 지원해주셨다”고 밝혔다. 이 씨는 투자를 할 때의 원칙이 있다. 바로, 일해서 번 돈을 시드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아직 대학생인 이 씨는 장학금의 일부를 저축한 뒤 남은 돈을 시드로 투자에 사용하고, 혹은 부모님께 받은 용돈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일해서 번 돈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손해를 보면, 일한 시간의 가치마저 훼손당하는 기분이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반면, 남 씨는 “아르바이트와 적금으로 돈을 모아 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남 씨가 주식을 시작한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임을 덧붙였다. 평소 같았다면 여행경비로 사용했을 자산이 코로나로 인해 시드가 된 것이라 밝혔다. 강 씨 또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아둔 돈으로 주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시드로 쓴다”며 “수익의 7할은 저축을 하고 나머지는 투자에 사용한다”말했다.
손익은 얼마나 될까. 개미마다 손익은 다 다르겠지만, 시장이 좋은 만큼 많은 개미들이 대부분 이득을 보았다고 밝혔다. 3 분만에 하루치 일당을 번 개미도 있었고, 한 달 동안 10만 원을 번 개미도 있었다. 첫 시도로 한 달 알바 월급정도를 벌고 이후로 거침없이 거래를 하다 손해를 본 개미도 있었다. 강 씨는 “한 번에 40만 원 정도의 손해를 본 후에 한 동안 주식을 끊었다가 다시 정신상태를 회복하고 다시 주식에 뛰어들었다. 큰 액수를 손해를 보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 후로는 호가 창만 보고 불나방 같이 매수하지 않게 되었다”고 밝혔다. 대신 “안정적인 코스피를 주로 매수하고, 기업에 대해 조사하고 장기적으로 괜찮은지 알아보며 거래한다”고 덧붙였다. 20대 개미들은 주로 단타로 이익을 보는 경향이 있었으나, 경험을 기반으로 기업 분석 및 장 파악으로 더 나은 수익을 노리는 착실한 면모도 있었다.
부지런하고도 하찮은
개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티끌모아 태산은 옛말이다. 저금리 적금과 예금상품은 불필요한 과소비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잠금장치에 불과하다. 취업해서 꾸준히 적금과 예금으로 모은 돈 만으로는 집 한 채 가질 수 없고, 결혼이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조금 여유있는 삶을 위해 언젠가는 다른 재테크를 하게 될 것을 안다. 다만 다른 세대들보다 조금 빨리 인식했고, 재테크를 통한 돈벌이를 경험하는 것이다.
20대는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벌어서 집이나 차를 사려고 하지는 않는다. 주식을 통해 이득을 본다면 좋겠지만, 잃어버려도 좋을 돈이라고 생각한다. 기왕이면 이득을 보기 위해 뉴스를 보고 재무재표를 분석하거나 정보를 얻으려 노력한다. 강 씨는 “정보는 가끔 유튜브로 종목 추천 해 주는 영상을 보면서 정보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8시 전에 일어나서 뉴스를 보고, 전날 장을 분석하며 사회 전반에 대한 정보를 두루두루 파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득을 본다면 운이 좋았거나, 자신이 분석하고 공부하는데 들은 시간과 노력에 대한 수고비라고 생각한다. 손해를 보게 된다면 기꺼이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교육비라고 생각한다.
이 씨는 개미를 왜 개미라고 칭하는 것 같냐는 물음에 “가장 하찮고도 부지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식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20대들이 그러하다. 스스로의 노동으로 벌 수 있는 금액은 하찮고, 노동조차 스펙대비 하찮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미처럼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착실하게 경험치를 쌓아나간다. 개미는 오늘도 열심히 산다. 열심히 사는 개미들에게 진심이 담긴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