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정부의 1차 전수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성난 민심을 계속 지피고 있다. 

4.7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국정수행의 지지율도 출렁이면서 여권이 긴장하는 가운데 백방이 무효인 모양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추가로 LH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의 공직자들의 투기 의혹도 불거지면서 국민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부터 불어 닥친 아파트 값 폭등에 이어 밀려온 LH 쓰나미는 걷잡을 수 없는 양상이다.

택지개발과 주택공급을 총괄하는 공기업의 구성원들이 누구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한 복무자세를 가졌어야 할 터이다. 그런데 핵심 이슈로 떠오른 집값 안정을 위한 신도시 개발 예정지 사재기에 도리어 주무 공기업이 앞장선 꼴이 됐다.

그러니 국민들이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블루까지 만연한 시국에서다. 여기에다 주택과 토지를 아우르는 거대 공기업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속앓이를 하고 있던 민심의 역린을 단단히 건드린 것이다.

인간은 경제적인 동물이어서 이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축적하는 것도 합당한 경제활동이다. 노동과 생산을 통해 수입을 창출해 생활을 꾸려가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행위는 사회적인 질서와 규범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더더욱 국가로부터 국민을 위해 부여된 공공사업을 관할하는 주체는 청렴성과 공정성이 철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럴 해저드에 빠져들기 쉽다.

그런데 국가적 과업을 수행하는 일부 LH 구성원들이 재물 정념(情念)에 사로잡혀 저지른 비위와 비리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이번 사태를 통해 도덕적 해이가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사회 곳곳에 정상적으로 부를 쌓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는 인식이 결핍되어 있다.

비단 이번 3기 신도시 개발 지역 투기가 처음이 아니다. 과거 20~30년 전 1·2기 신도시 개발 때도 지금과 같이 부동산 투기가 극심했다. 그래서 정부가 불법적으로 개발 예정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한 비리를 일벌백계 하겠다고 나섰었다.

문제는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데에 있다. 그 당시도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펼쳐 연루자들을 대거 적발해냈다. 하지만 다시는 그런 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나보면 결국 일회성 단속에 그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또 다시 불거진 신도시 조성과 관련된 LH 사태에 정부는 부동산 투기 척결을 내세우고 있다. 모든 방안을 강구하여 앞으로는 투기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정말 이번만큼은 철저하게 제도적·법리적 대책을 강구하여 부동산 투기가 발본색원되는 변곡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투기가 횡행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우리 사회 현실을 만든 요인으로는 ▲협소한 정주가능 국토면적 ▲수도권의 과밀 인구분포 ▲물질숭배주의 세태 팽배 ▲경쟁식 교육체계의 서열주의 ▲공동체 정신의 나눔의식 결여 ▲주거공간의 재산증식 개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물리적·정신적 요소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충족되지 못하는 물질적 욕구로 늘 결핍감에 눌려 있다. 끝없는 물질적 욕구로 인해 정신적으로 만족감과 충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물질적 욕망에는 만족 지점이 없다.

지금 한국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가속되면서 물신주의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재물이 삶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 물질 숭배의 지경까지 이르렀다. 초등학생의 꿈이 임대사업자요, 젊은이들은 영혼까지 끌어다 집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인의 삶의 목적은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서유럽 선진사회는 수백 년의 역사적 진전을 통해 삶의 문화적 가치를 내재화 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는 있지만 근대 들어 물질 중심의 압축성장을 이뤘다. 그러다보니 갈급했던 경제발전을 우선시 하는 과정에서 물신주의가 배태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공동체적 선진 시민의식을 갖추지를 못하면서 집단 이기주의에 물들게 됐다.

이러한 국민의 의식구조가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증요법적으로 급조되는 제도나 정책은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집값 폭등에 대응해 정부가 내놓은 수십 번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이를 입증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이제 국민이 과잉 물신주의에서 벗어나 정신문화적인 가치관을 체득할 수 있도록 계도해 나가는 통합요법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정신문화의 신계몽주의라도 선포해 국민정신의 혁신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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