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위플이앤디 총괄 셰프
꿈을 꾸는 아이는 세상을 구합니다. 무한 경쟁 사회 속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뉴스포스트>가 직업 멘토 프로그램 ‘마이리틀히어로’를 시작합니다. 수의사, 변호사, 요리사 등 다양한 분야의 현업 멘토들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만나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나눕니다. 당신도 아이들에게는 작은 영웅이니까요.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어떤 요리를 하고 싶은지, 어떤 셰프가 되고 싶은지 미래를 그리고 그 과정에 무엇이 필요한지 설계해야 해요.”
최현석 위플이앤디 총괄 셰프는 지난 15일 서울 성동구 위플이앤디 사무실에서 진행한 ‘마이 리틀 히어로’ 셰프 멘토링에서 “빨리 취업을 해서 요리를 배우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고, 늦게 공부한다고 해서 성공확률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멘토링에는 본인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행복하다는 양재훈(15) 군과 하위찬(13) 군이 참석했다.
양재훈 셰프님께서 요리를 시작하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현석 요리는 21살 때 처음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꿈은 로봇 태권브이 조종사였어요.(웃음) 중학교 때는 로보캅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파일럿이 꿈이었죠. 성인이 된 이후에도 무술가, 가수 등을 꿈꾸다 군대 전역 후 사회에 복귀해 일하려고 했죠. 그 당시 어머니가 요리사셨고, 아버지도 호텔요리사, 형도 요리사여서 형이 소개해준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요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칼질도 못한 채로 시작했습니다. 집안이 다 요리사라 시작하게 된 거죠.
하위찬 생각보다 늦게 시작하셨는데요, 일찍 시작해야 성공 확률이 높지 않나요?
최현석 요리를 일찍 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에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저는 요리사가 되고 싶은데 너무 늦은 게 아닌가요? 천재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한다는데...’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요리는 그렇지 않아요. 타고난 잠재력으로 배우는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2년 정도 지나면 비슷해지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너무 욕심낼 필요는 없어요. 요리가 좋아서 하는 건데 너무 일찍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양재훈 요리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 있나요?
최현석 우선 본인이 무엇을 만들었는데 누군가가 맛있다고 하면 기분이 너무 좋고 자꾸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요리사 해야 합니다. 또 먹는 것을 좋아해야 해요. 편식하면 안 되고 많이 먹어봐야 합니다. 이것저것 많이 먹고 왜 맛있는지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요리사의 피가 흘러서 다른 업종으로 갈 수가 없어요.(웃음)
또 요리사는 미각보다는 후각이 중요해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맛은 신맛, 단맛, 짠맛, 쓴맛, 감칠맛 등 5가지밖에 되지 않아요. 예를 들면 딸기의 맛은 신맛과 단맛, 오렌지도 신맛과 단맛인데 이 둘을 구분하는 건 향입니다. 딸기 주스와 오렌지 주스를 코 막고 마시면 구분 못 해요. 미각과 후각을 착각하면 안 되는 거죠.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맛은 다 후각입니다.
양재훈 영양학 공부도 필수인가요?
최현석 당연히 필요합니다. 특히 본인이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의 셰프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면 영양상으로 굉장히 신경 써야 하죠. 저희 가게의 경우 한 번 방문하면 음식값만 15만 원이 나와요. 그러면 뭔가 달라야 하겠죠? 비싼 값을 지불하는 만큼 만족시키기 위해선 엄청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정이 다르죠. 더 복잡하고 많은 게 있고, 맛있기만 하면 안 되고 영양적으로도 굉장히 풍부해야 합니다.
하위찬 레스토랑의 음식값이 비싼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최현석 기본적으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들이는 공이 엄청나요. 사람들은 그 노력과 가치를 구매하는 것이죠. 비슷한 얘기로 한 치과에서 임플란트하는 고객이 “이거 원가 얼마 안 하는데 이렇게 비싸게 받아요?”라는 질문을 했어요. 그 질문을 받은 치과의사는 임플란트와 도구를 주면서 “그럼 그 가격에 본인이 직접 끼우세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을 재료값으로만 따지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한 가지 요리를 맛을 내기 위해 130번 만든 적이 있습니다. 밸런스를 잡기 위해 수비드로 70도에 30분, 1시간, 1시간 30분 또 75도에도 똑같이. 이렇게 해서 다 먹어보고 제일 괜찮은 온도를 찾고 소스도 만드는데, 그 가치를 폄하할 수 없는 것이에요. 또 파인 다이닝은 가격이 비싼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해서 신경을 엄청 써야 합니다. 그릇 하나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것도 많아요.
양재훈 레스토랑 창업 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요?
최현석 저는 직원들에게 꿈을 많이 물어봐요. ‘무엇을 하고 싶어서 입사하게 됐나. 최종 꿈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면 10년 전만 해도 ‘제 레스토랑을 할 겁니다. 셰프님처럼 20명의 셰프를 거느린 파인다이닝 셰프를 하겠습니다. 제 가게를 여는 것이 꿈입니다’라는 답변이 70~80%였어요. 근데 요즘은 아무도 레스토랑 하겠다고 말하지 않아요. 이유를 물으니 인건비와 사람들 관리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모두 아는 것이죠.
확실히 사람 관리가 굉장히 힘들어요. 예를 들어 주 5일을 일하고 월급 100만 원을 받는 직원 한 명을 뽑으면 이 직원의 연봉은 1,200만 원이 아닙니다. 4대 보험료 16% 정도를 더 생각해야 하고, 1년을 근무하면 한 달 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줘야 합니다. 또 1년 만기를 채우고 하루라도 더 근무한다면 15일 연차도 발생해요. 월급 100만 원 직원의 인건비는 단순히 100만 원이 아니죠.
레스토랑의 손익 구조를 보면 인건비가 40%가 넘습니다. 예전에는 임대료가 제일 비쌌습니다. 경기 좋을 때는 가겟세가 제일 무서웠는데, 요즘은 가겟세는 10%고 인건비가 가장 많이 나가요. 인건비 40%, 식자재 30%, 렌트 10% 이러면 식당에서 남는 돈은 얼마 안 되죠. 이런 부분도 생각해야 합니다.
하위찬 코로나19 사태로 레스토랑 운영이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현석 보통 장사가 안될 경우에는 분석을 합니다. 고객의 수가 어떻게 줄어들었고, 객단가를 분석하고, 동향을 보고 원인을 찾아 전략을 짜는데 코로나는 정말 방법이 없었어요. 자연재해 천재지변 같은 것이니... 일부 레스토랑은 배달을 시작했는데, 배달 음식으로 15만 원짜리를 먹는 수요는 없을 것 같아 마음을 비웠죠. 심지어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집에서 아예 나오지 못하니 집에서 주문하고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제품 개발을 했습니다. 가리비 바질 페스토 파스타, 새우봉골레 파스타, 트러플크림 뇨끼 등 밀키트를 만들어서 레스토랑의 맛과 거의 똑같이 구현해냈습니다. 성공적으로 론칭했죠.(웃음)
양재훈 요리사는 AI로 대체돼 일자리를 뺏길 일은 없겠죠? 메뉴도 계속 개발해야 하잖아요.
최현석 그림과 작곡 등은 창작이기 때문에 AI가 침범하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만들어서 작곡하는 로봇 AI도 생겼죠. 요리도 ‘어떻게 만들면 사람들이 맛있어한다’라는 데이터를 넣으면 AI가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볶는 것도 기술인데 이제는 기계에 걸면 정말 기가 막히게 볶아져요. 무서운 것은 셰프는 피로도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을 텐데 그들은 일정하다는 것이죠.
하위찬 그래도 AI는 정성스러운 손맛이 없잖아요!
최현석 사실 정성스러운 손맛이라는 것은 ‘시간과 온도를 일정하게 해서 언제까지’인데 기계로 하지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2년 전만 해도 AI가 요리사는 침범 못 한다 생각했지만, 이제 모든 것은 분석하면 다 수치화되고, 데이터로 나오니까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위찬 요리하면서 맛도 많이 보고, 늦게 먹기도 할 텐데 몸매 유지는 어떻게 하세요?
최현석 몸매를 유지한다기보다는 요리는 진짜 몸으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몸이 피곤하면 조금만 짜도 엄청나게 짜게 느껴지고 달게 먹게 돼요. 그래서 항상 자기 관리가 중요하죠. 저는 섬세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술·담배를 하지 않아요.
양재훈 다시 태어나도 요리사를 하실 건가요?
최현석 인생을 다시 산다면 요리사는 안 할 것 같아요.(웃음) 한 번 해봐서 재밌었거든요. 이제는 격투기 선수를 하고 싶어요. 인생은 한 번이니까 진짜 본인이 재밌는 것을 하고 살아야 해요. 그쵸?(웃음) 무엇을 이루고, 위인전기에 나오고 이런 것들도 사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다 소용이 없는 것이죠.
유튜브를 보면 알고리즘을 통해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나와요. 옛날에는 꿈이 바뀌면 의지가 약하다라고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게 없잖아요. 좋아하는 걸 해야 잘합니다. 덕업일치라고도 하죠.
하위찬 마지막으로 요리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해주실 부분이 있다면?
최현석 어떤 요리를 하고 싶은지, 어떤 셰프가 되고 싶은지 미래를 그려놓고 그 과정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고등학교가 최종학력이라고 바보 요리사, 많이 배웠다고 천재요리사 그런 게 아닙니다. 빨리 취업해서 요리를 배우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고 늦게 공부한다고 늦게 성공 확률이 떨어지고 그런 것도 아니죠. 자기 인생과 각자의 삶이 다 다르거드요. 그래서 어떤 요리사가 되고 싶은지를 그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옛날에는 셰프하면 호텔의 셰프 아니면 저같이 코스요리 셰프가 진짜 셰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치가 많이 바뀌었죠. 순댓국만 20~30년 하신 분들, 백종원 대표님처럼 많은 사람이 편하게 먹을 수 있게 하는 식당 등 방향은 다르지만 모두 존경받는 요리하는 사람들입니다.
꿈도 바뀔 수도 있죠. 어떤 한 방향의 길을 걷다가 포기하면 실패한다는 말은 옛날얘기입니다. 요즘 성공한 인생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내가 행복한 것이 성공한 인생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내가 행복한 것인지 생각해야 해요.
이날 일일 멘토로 나선 최현석 셰프는 질의응답 후 봉골레 파스타를 시연하며 요리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최현석 세프는 “참기름이 맛있으면 요리가 다 맛있어지는 것처럼 파스타는 올리브유를 좋은 것을 써야 합니다”라며 “이태리 요리는 올리브오일이 반이라고 생각하면 돼요”라고 설명했다.
또 “요리를 잘 하는 사람들은 육수를 잘 써요. 완전히 이기기는 쉽지 않지만 육수를 잘 쓰면 다시다를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위찬 군은 “평소 조개를 싫어해 봉골레 파스타를 먹지 않았는데, 조개가 들어갔는데도 지금까지 먹은 파스타 중에서 가장 맛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양재훈 군은 “셰프님께서 삼촌같이 친근하고, 자세히 말씀해 주셔서 요리사 꿈을 구체화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파스타가 정말 맛있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공익 목적’의 <마이 리틀 히어로> 기획은 멘토의 재능기부로 이뤄집니다. 또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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