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는 ‘화초 키우는 것’과 같아...지식·관심·노력 필요
부부 상담은 마음에 자란 암세포를 상담사에게 진찰 받는 것
동굴에 들어간 남편에게 시간 줘야...각방도 때론 좋은 방법
자녀 있는 집 부부싸움. 아이를 ‘가족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복싱에서 경기가 아무리 격해져도 발은 안 쓰잖아요? 글러브도 꼭 끼고요. 또 급소를 가격하지 않고, 상대가 쓰러지면 때리지 않죠. 부부싸움에도 복싱처럼 ‘룰’이 있습니다. 물론 ‘룰’이 깨지는 상황도 있어요. 하지만 규칙을 아느냐 모르느냐는 큰 차이입니다.”

조영은 대표원장은 부부싸움에서도 지켜야 할 '룰'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조영은 대표원장은 부부싸움에서도 지켜야 할 '룰'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조영은 ‘이해와공감’ 대표원장은 20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복싱에 규칙이 있듯이 부부싸움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배우자의 열등감과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말과 행동을 삼가고, 배우자 가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자녀를 ‘가족희생양’으로 만드는 부부싸움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뉴스포스트는 경기 성남시 분당 소재 ‘이해와공감 분당센터’에서 조영은 대표원장을 만났다. 취재진은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조 대표원장에게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비결과 현명하게 부부싸움 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부부관계는 화초 키우는 것...배움과 관심, 노력 필요”


- 어떻게 해야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부부관계는 화초 키우는 것과 비슷해요. 식물마다 물을 줘야 하는 주기가 다르죠. 또 햇볕과 바람에 노출하는 시간도 다르고요. 어떤 병에 취약한지, 비료는 어떤 걸 줘야 하는지 다 다르죠. 화초 하나를 키우려면 이런 지식에 해박해야 합니다. 또 머릿속으로 알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물을 적당히 주고 습도도 조절하고 분갈이도 해줘야해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죠. 부부관계도 마찬가지예요. 배우자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요즘엔 어떤 게 관심사인지 늘 관심을 주고 배우고, 배우자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실제로 행동해야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 배우자에 대해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부부들도 자주 싸우곤 하는데요. (웃음)
“이런 경우는 배우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론 배우자는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이럴 땐 상담사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요즘 젊은 부부나 결혼을 앞둔 커플들은 결혼을 앞두고서 심리검사를 받으러 와요. 지금 당장 사이가 나빠서 오는 게 아니라, 향후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갈등을 겪을 수 있는지,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그래서 어떤 노력을 해야 행복할지, 이런 것을 알기 위해서요. 미리 컨설팅을 받으러 오는 거죠. 결혼 준비 과정에서 사주 대신 심리 컨설팅을 받아보는 겁니다.”

- 부부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혼을 앞두고 오시면 이미 늦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에 갈등 초기에 오면 효과가 굉장히 좋아요. 부부 상담을 받을 때 대게는 남편분이 소극적이시죠. (웃음) 일방적으로 아내가 신청해서 아내만 부부 이슈를 가지고 상담을 받는 사례도 많아요. 그런데 남편이 함께 와서 상담을 진행하면, 부부관계가 잘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은 혼나러 오는 자리가 아니에요. 가령 내 몸에 암 세포가 자라고 있어요, 이걸 의사에게 보여주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잖아요? 부부상담을 마음에 자란 암 세포를 진찰 받는 과정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배우자의 음주·폭행·외도 문제가 있다면...맥락을 이해하는 게 중요”


배우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맥락적인 이해'가 중요하다고 설명하는 조영은 대표원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배우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맥락적인 이해'가 중요하다고 설명하는 조영은 대표원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배우자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알코올 중독이거나, 외도를 하는 극단적인 경우에도 부부관계 회복이 가능한가요?
“습관적인 폭력이나 음주, 외도하는 사람은 자신이 잘못된 줄 몰라요. 정신증이 심각한 수준이면 병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는 관계 회복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게 습관적인 폭행이 아니라 한두 번일 때도 심리적 외상으로 남게 되는 이유는 배우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죠. ‘왜 이 사람이 나를 때리지? 내 스키마(인지도식)로는 이해할 수 없어’라는 거죠.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까닭에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이걸 극복하려면 이해가 중요해요. 폭력을 행사한 배우자의 취약성이나 상처를 이해해야 합니다. 가령 ‘배우자의 부모님과 관련된 상처가 우울증을 앓는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이성을 잃고 순간 폭력을 행사했구나, 이런 맥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겠구나’라고 이해하는 거죠.” 

- 배우자의 잘못된 행동을 일단 맥락을 만들어서 정당화하라는 말인지요?
“평가는 일단 배제하고, 그 행동이 왜 그 맥락에서 일어났는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데요.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첫 번째로 배우자를 이해할 수 있는 스키마(인지도식)를 만들고요. 그 후에 잘못한 배우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또 그런 사건을 겪고도 부부관계를 회복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정말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줘야 해요. 부부 상담을 끝내면 여기서 나눈 문제를 집에 가서 꺼내지 말라고 얘기해드립니다. 심각한 문제는 다음 상담 때까지 잊고, 맛있는 걸 먹고 좋은 데 가서 가벼운 데이트를 하라고 하죠.”

- 부부관계에서 생긴 트라우마, 극복될 수 있을까요?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가 많은 이유는 아직 인류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트라우마 기억을 없애는 걸 텐데요. 안타깝게도, 최근 연구자들이 발견한 게 인간은 트라우마 기억을 없앨 수 없다는 겁니다. 인류가 그렇게 진화했어요. 가령 행복한 경험은 크게 학습되지 않아도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죠. 잊어버려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 뱀에게 한 번 물릴 뻔한 경험은 딱 한 번이었어도 잊으면 치명적일 수 있어요. 그래서 트라우마로 남죠. 생존하기 위해서요.
가령 어릴 때 남성에게 폭행당해서 남성을 두려워하는 여성이 있다면, 그 사람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좋은 남자와 지속적으로 안전한 관계를 쌓는 겁니다. 부정적인 경험에 좋은 기억이 덧붙여져서, 전체적으로 트라우마 경험을 작은 부분으로 만드는 건데요. 뇌의 네트워크를 다시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기억이 좋은 경험이란 살을 찌워서 트라우마 경험을 견딜 수 있게 됩니다. 부부관계에서 생긴 심리적 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싸움도 ‘룰’ 지켜야죠”


- 부부싸움 잘 하는 방법, 어떤 게 있을까요?
“링 위에 올라서 싸우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스트릿 파이팅 하지 마시고요. (웃음) 복싱에서 경기가 아무리 격해져도 발은 안 쓰잖아요? 글러브도 꼭 끼고요. 또 급소를 가격하지 않고, 상대가 쓰러지면 때리지 않죠. 부부싸움에도 복싱처럼 ‘룰’이 있습니다. 배우자의 열등감이 있을 수 있어요. 부부니까 서로 너무 잘 알죠. 
상대방의 열등감, 약점, 아픈 트라우마와 관련된 심리적인 상처, 또는 배우자의 가족을 비난하고 모욕하고 경멸하는 이야기, 이런 건 당연히 피하셔야죠. 물론 ‘룰’이 깨지는 상황도 있어요.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귀를 깨무는 것 보셨죠? 이렇게 부부싸움에서도 감정이 격앙되면 규칙이 깨지기도 합니다. (웃음) 하지만 규칙을 알고 싸움에 나서느냐, 모르고 나서느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 흔히 아내는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해결하려고 하고, 남편은 동굴에 들어가서 회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부부가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보통 상담을 해보면 실제로 여자는 갈등 상황이 생기면 끝까지 쫓아가서 해결하려고 하고, 남자를 회피하는 패턴이 흔히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남편이 어떤 문제를 회피할 때 아내가 시간을 줘야 해요. 아내분이 기억하셔야 할 게 상대방에게 에너지가 있어야 갈등을 풀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복싱할 때도 상대방이 KO 당하거나 쓰러져있으면 공격 안 하잖아요. 남편이 동굴에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남편도 동굴에서 있으면서 끝까지 회피할 게 아니라고 생각해야 해요. 아내가 시간을 허락해줬으니까 나중에 링 위에 올라서 아내와 얘기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 동굴에 들어간 남편들에게 동굴에서 빨리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주신다면. (웃음)
“동굴에 들어가는 이유엔 많은 감정이 바탕이겠지만, 대표적인 감정인 분노를 예로 들어볼게요. 일단 분노해도 괜찮고 오래가도 괜찮다고 생각해야 해요. 분노를 예뻐해야죠. 그렇다고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합니다. 폭행이나 폭언, 자해 등 타인과 나를 해치는 분노 표출은 그 당시엔 시원하겠지만, 계속 그렇게 분노를 표출하는 뇌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는 겁니다.
최신 상담기법들은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몇 가지 방법을 추천하는데요. 우선 ‘좋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상담이죠. 화가 나서 오셨던 분들도 상담자의 안정된 호흡이나 신경 상태에 조율돼 점점 편안해집니다. 또 필라테스, 달리기, 빨리 걷기 등 운동도 좋습니다. 호흡을 기본적으로 많이 하기 때문에요. 호흡을 관찰하는 마음챙김 명상도 좋죠.”

- 부부싸움 후에 각방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일까요?
“그것도 때에 따라선 좋습니다. 감정이 계속 격앙돼 있다면요.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면 각방을 쓰는 것도 좋아요. 그런데 둘이 성(性)적으로 너무 잘 맞아서, 싸우던 이슈는 치워놓고 성관계를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하면 각방을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웃음) 성적으로 잘 맞으면 모든 갈등이 다 눈 녹듯 녹아내리는 부부가 꽤 있어요. 부부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아이를 ‘가족희생양’으로 만들지 말아야”


아이들이 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린 그림 앞에 서 있는 조영은 대표원장. 조 대표원장은 아이를 부부싸움의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아이들이 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린 그림 앞에 서 있는 조영은 대표원장. 조 대표원장은 아이를 부부싸움의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자녀가 있는 집에서 부부싸움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세 가지 정도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녀를 ‘가족희생양’으로 만들기 않기, 자녀를 부부관계에 끼워 넣지 말기, 싸워놓고 안 싸웠다고 거짓말하지 않기 등입니다. 
배우자에게 화가 났는데, 그때 아이가 물을 쏟았어요. 그러면 애에게 막 소리를 치는 거예요. 생각보다 이런 부부가 많아요. 이런 아이를 ‘가족희생양이 된 아이’라고 하는데요.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애가 저따위로 컸어’이러면 아이는 심리적으로 트라우마가 생깁니다. 이런 부모가 이혼하게 되면, 그조차 자기 탓으로 돌리곤 하죠. 
또 자녀를 부부관계에 끼워 넣지 않아야 하는데요. 부부싸움을 하면서 자녀에게 ‘야 여기 와서 얘기 들어봐. 너는 누구 편이야?’ 이런 분들이 계세요. (웃음) 또 싸워놓고 안 싸웠다고 거짓말하는 걸 애들은 다 알아요. 집안 분위기가 긴장돼 있고 안 좋은데, 안 싸웠다고 하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지각력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지각력에 혼란이 오는 거죠. 싸우면 싸웠다고 하고, 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게 좋습니다.”

- 끝으로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배우자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아두는 것을 ‘애정지도 그리기’라고 하는데요. 배우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책, 음악, 영화, 싫어하는 것과 하고 싶어 하는 것, 평생의 소원, 어린 시절의 상처, 성장 과정의 추억 등등 배우자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두는 거죠. 가능하다면 가계도를 그리며 서로 가족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옛 추억의 일화를 상세하게 이야기하며 함께 행복감을 음미하는 것도 좋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우자를 이해하는 깊이와 폭을 넓혀보시길 바랍니다.”
 


※ 조영은 이해와공감 대표원장 약력
 학력 및 트레이닝
고려대학교 심리학과/고려대학교 임상 및 상담심리학 석사·박사
차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레지던트과정
신경정신의학회 산하 한국임상예술학회 심리극전문가 과정
트라우마치유센터 사람마음 표준 변증법적행동치료 전문가 양성과정
한국EMDR협회 트라우마치료 EMDR basic training course 
자격
한국임상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
보건복지부 공인 1급 정신건강임상심리사
한국심리학회 공인 1급 상담심리사
한국예술심리상담협회 1급 놀이심리상담사
한국신경정신의학회 한국임상예술학회 심리극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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