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021년도는 변화의 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모든 선거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던 더불어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것을 뼈아프게 경험했다. 그 사이 ‘태극기 집회’로 강경 보수 노선을 걷던 국민의힘은 헌정사상 최초로 30대 당수를 선출하면서 쇄신의 길로 접어들었다.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라는 오래된 체제를 깨트리기 위해 출범한 고위공직자수사처는 여당의 독자적 추진이라는 한계로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검찰 총장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일하던 한 검사는 ‘반 문재인’을 외치며 야당 대선 후보로 급상승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급격히 변화한 올해 정치권의 모습 중 10가지 모습을 <뉴스포스트>가 담았다.
고위공직자수사처 공식 출범은 했는데…
지난 26년간 논의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월 21일 정식 출범했다. 공수처는 지난 2019년 설치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며 극심한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뒤, 헌법 소원과 공수처 부속 법안 통과 등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고 완전체가 됐다.
초대 공수처장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임명되면서,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독점 체제를 견제한다는 사명 하에 업무를 시작했다. 공수처의 ‘1호 사건’은 민주당 소속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018년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내용으로, 공수처는 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이후 공수처는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존폐론’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사 진행 중인 11건 중 4건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관련된 사건이어서 윤 후보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최근에는 수사 과정에서 다수 언론사 기자들의 통신을 조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찰’ 논란까지 받고 있다.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 민심이 뒤집히다
미니 대선으로 불리던 4·7 재보궐선거는 그동안 ‘여당 강세’였던 민심이 뒤집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180석에 가까운 거대 여당은 서울과 부산을 모두 국민의힘에 내주며 완패했다. 그동안 선거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저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국민의힘은 이번 보궐선거를 계기로 4연패의 아픈 고리를 끊었다.
서울의 경우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자가 57.5%,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9.18%의 득표율을 얻으며 두자릿수 차이로 야당이 승리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강북동권(도봉·강북·노원·성북·동대문·중랑·성동·광진)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고, 야당 텃밭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는 더블 스코어로 이겼다.
부산 역시 박형준 국민의힘 당선자가 62.67%, 김영춘 민주당 후보가 34.42%로 크게 이겼다. 부산에서는 강서구(56.03%)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박형준 후보가 6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촛불 민심’으로 야당을 몰아붙이던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180석에 달하는 ‘거대 여당’으로 자랐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정부 여당 고위층의 부동산 거래 등 악재가 겹치며 지지층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결국 전통적 지지층인 40대를 제외하고 모든 연령층이 등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중도 보수 노선이 ‘선거 승리’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문재인 정권 이후 국민의힘은 ‘태극기 집회’가 상징하는 강경 보수를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5·18 묘지에 참배하는 등 중도 보수의 노선을 확실히 하면서 점차 보수 재건의 길을 걸어나갔다.
이준석, 헌정사상 최초 30대 당수로
지난 6월 11일,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청년 당수가 탄생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43.82%를 획득하며 이변을 일으켰다. 쟁쟁한 경쟁자였던 나경원 후보(37.14%)와 주호영 후보(14.02%)를 가볍게 제친 스코어였다.
이 대표가 베테랑인 중진 의원들을 제치고 ‘0선 당대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보수 정치권에 대한 변화와 쇄신 요구가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2030 청년들의 ‘입당 러시’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과 연이어 마찰을 겪으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여러 번 노출됐다. 지난 8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하는 과정에서는 ‘당대표 패싱’ 논란이 불거졌고, 윤 전 총장이 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된 이후에는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문제로 당무를 거부하고 ‘잠수’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후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울산에서 회동을 가지며 갈등을 봉합했지만, 일명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 등으로 이 대표는 선대위 모든 직에서 사퇴하고 당대표로서의 임무만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까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하며 던진 일성이다. 문재인 정부에 발탁돼 검찰총장직에 오른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사사건건 청와대와 부딪혀왔다. 결국 “검찰의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다.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는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리고 사퇴의 길을 걸었다.
윤 전 총장이 직을 내려놓자마자 그는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도가 급상승했다. ‘선거의 달인’인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조언할 정도였다. 이후 윤 전 총장은 잠행을 이어오다가 지난 6월부터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8월에는 국민의힘에 정식으로 입당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고, 지난 11월 5일 47.85%의 득표율로 최종 대선 후보에 선정됐다. 2위 홍준표 경선 후보를 6.35%p 앞선 수치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정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월 11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50.29%를 획득하며 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도 ‘아웃사이더’로 취급받던 이재명 후보는 전국 순회 경선에서 이낙연 경선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서면서 결선 투표 없이 대선 후보로 직행하게 됐다.
위기도 있었다. 일명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인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는 28.30%를, 이낙연 경선 후보는 62.37%를 얻으면서 결선 투표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후 이낙연 캠프에서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서 ‘경선 불복’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당헌당규를 검토한 뒤 이러한 이의 제기를 기각하면서 이 지사가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