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군 성범죄...더 강해진 공정 요구
-전 세계 사로잡은 K문화...윤여정부터 오징어게임까지
-요소수 대란이 짚은 국내 산업구조의 취약성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2021년은 코로나19 이슈 외에도 다양한 이슈들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여전히 뿌리 뽑지 못한 부조리는 국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트렸다. 끔찍한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분노하기도 했다. 반면 대중문화 예술은 올해에도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뉴스포스트>는 올 한 해 대한민국을 울고 울렸던 각종 이슈들을 모아봤다.
LH 사태, 집값에 분노한 국민 울리다
2021년에도 집값은 하루가 멀다고 올랐다. 여기에 굵직한 투기 의혹까지 터져 부동산 이슈는 어느 때 보다도 활활 타올랐다. 지난 3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약 10여 명이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100억 원대 토지를 매입했다는 내용이다.
공기업 임직원들이 내부개발 정보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비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임직원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족들과 친인척까지 가담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관련 LH 직원 일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LH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토교통부와 LH 등 개발업무 관계자의 재산등록이 의무화됐고, 피의자 구속과 부동산 몰수보전의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77억 원 상당의 차익을 남긴 LH 직원은 지난달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최악의 투기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향후 지켜봐야 한다.
올해에도 아이들이 가정에서 죽어갔다
서울 양천구에서 양부모의 끔찍한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여아 정인 양의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아동학대 이슈는 새해 벽두부터 여론을 달궜다. 어린이집 교사와 소아과 의사 등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들이 수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의 미흡한 조치로 피해자-가해자의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인 양 사건 외에도 끔찍한 아동학대 범죄는 올해 내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됐다. 지난 2월에는 경북 구미에서 3세 여아가 학대와 방치 끝에 사망한 것도 모자라, 또 다른 미상의 피해 아동이 있다는 사건이 연일 이슈화 됐다. 5월에는 경기 화성에서 만 2세 입양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양부, 7월에는 20개월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계부의 사건이 여론을 달궜다.
끔찍한 아동학대 범죄가 끊임없자 경찰은 전국의 지방경찰청마다 아동학대특별수사팀을 편성했다. 이른바 ‘정인이 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 통과돼 현재 시행 중이다. 하지만 아동학대 범죄 전문 인력과 관련 시설은 현저히 부족하다.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문제 역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軍 신뢰 무너트린 여군 대상 성범죄
군 내부에서 동료 여군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5월 공군에서 근무하던 중사가 부대 내 성폭력을 당한 후 2차 가해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월에는 해군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릇된 군 문화와 폐쇄성이 성범죄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잇따른 성범죄 사건으로 군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를 엄명했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수차례 머리를 숙였다. 시민사회계에서는 군사법원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군 성범죄 가해자가 군사법원에서 지나치게 낮은 형량을 받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법 개정까지 이어졌다. 8월 말 국회에서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내년 7월부터 군 내 성범죄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군이 아닌 민간이 담당하게 된다. 군 성범죄에 대한 엄벌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도 처절한 반성과 자정작용이 필요하다. 성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과 2차 가해 방지 방안 마련 등이 요구된다.
요소수 부족...국제 외교 갈등이 낳은 공급 대란
국제 외교 갈등은 느닷없이 대한민국 연말을 위기에 빠트렸다. 중국이 호주가 갈등을 겪으면서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지난 10월 요소 수출을 제한했다. 요소는 화물 트럭 등 디젤 엔진 차량에 필요한 요소수의 원료인데, 중국은 주로 석탄에서 요소를 추출했다. 국내 경유차 요소수 생산 원료의 97%는 중국에서 온다. ‘큰 손’ 중국이 문을 닫자 국내에서는 물류 대란이 일어났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중국에 수출 완화를 요구하는 한편 기업과 협조해 대체 공급선 확보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매점매석 행위를 단속했다. 하지만 사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한 정부는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정 국가에 원료를 의존하는 국내 산업 구조의 취약성 문제도 드러났다.
요소수 수급 상황이 안정되면서 정부는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기획재정부는 요소수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100여 개 ‘경제안보 핵심품목’을 가려냈다. 품목은 향후 늘어날 것이다. 또한 등급별로 점검 방식을 차별화해 중요도에 따라 수급 방식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윤여정과 오징어게임...올해도 빛난 K-콘텐츠
역경 속에서도 대중문화예술은 빛났다. 지난 4월에는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시상식에서 보여준 유머와 뼈 있는 소감은 ‘윤여정 신드롬’까지 낳았다. 윤여정은 “난 경쟁을 믿지 않는다”며 “내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운이 좀 더 좋아서일 뿐”이라고 전했다.
방탄소년단의 활약도 컸다. 5월 발표된 곡 ‘버터(Butter)’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10차례 1위를 기록했다. 11월 열린 미국의 음악 시상식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AMA)’에서는 아시아 출신 가수 최초로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를 포함해 총 3관왕에 올랐다.
윤여정과 방탄소년단이 활약하는 사이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예상 밖의 성과를 거뒀다. 오징어 게임은 53일 간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는 드라마에 등장한 게임과 대사, 패션이 유행처럼 번졌다. 수상도 기대 된다.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릴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은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