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아니라 가족이 되어버린 반려문화
키링, 스티커 등 맞춤 제작 굿즈 주문도
“반려동물 입장 가능 매장 많이 생기길 바라”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반려인구 1500만 시대를 돌파했다.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20대 사이에서는 ‘나만 없어, 고양이’가 밈이 되어 돌기도 했다. MZ세대는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낀다. 스스로를 ‘집사’라고 칭하며 주인을 보살피듯,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며 20대가 친구와 즐기는 문화를 반려동물과도 함께 즐기는 시대가 열렸다.

 

반려동물과 기념일을 보내는 방법

레터링 케이크와 생일선물로 서로를 축하하듯 반려동물의 생일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보호자가 많다. 반려동물의 생일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 집에 온 날을 기념해 매해 축하한다. 이런 기념일은 반려동물의 이름을 붙여 기념일을 칭하기도 한다. 차지원(26) 씨는 이번 ‘오구절’에 생일 케이크를 맞춰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구절’은 반려동물의 이름인 ‘오구’와 기념일, 축제일, 명절을 의미하는 한자인 절(節)을 합친 것으로, ‘오구’의 입양일을 매해 기념하는 말이다. 차 씨는 “재정 여유가 된다면 버스에 오구절 광고도 내고 싶다”며 반려견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반려견 포야가 먹을 수 있는 수제 간식으로 차려진 생일 (사진 제공 = 김서영)
반려견 포야가 먹을 수 있는 수제 간식으로 차려진 생일 (사진 제공 = 김서영)

반려동물의 생일상을 차려놓고 기념해주기도 한다. 포야의 보호자인 김서영(26) 씨는 생일과 같이 특별한 날에 강아지용 케이크와 머핀 등 특별식을 주며 기념일을 함께 보낸다. 이벤트를 위한 수제 간식을 제작해 판매하는 전문점도 많다. 고구마, 닭가슴살 등을 반려동물이 먹어도 되는 재료를 이용해 케이크, 쿠키, 파이, 떡국 모양 등으로 제작하며, 직접 간식을 만들어보는 수제간식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김 씨는 “정작 포야는 기념일에 어리둥절하고, 생각했던 것 보다 반응이 없을 때도 있지만 같이 생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즐거워서 의미 있다. 또한 포야와 함께한 시간이 많아질수록 포야와 사람들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서로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적절한 걸 고르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우리 강아지와 고양이를 활용한 꾸미기 아이템

꾸미기가 MZ세대의 큰 특징인 만큼, 반려동물이 꾸미기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반려동물로 주문한 그립톡, 반려동물의 사진들로 만든 스티커와 키링 등이 예시다. 반려동물의 털을 직접 넣어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액세서리도 존재한다. 양모펠트를 활용한 반려동물 모양의 입체액자도 존재한다. 반려동물이 떠나더라도, 생전의 모습을 오래 생생하게 간직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짧은 만큼 더 오래 함께하고, 더 많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일상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반려견 굿즈를 만들어서 지니고 다니는 것이다.

차 씨가 제작한 반려견 ‘오구’의 사진 키링(사진제공 = 차지원)
차 씨가 제작한 반려견 ‘오구’의 사진 키링(사진제공 = 차지원)

반려견의 사진을 활용해 키링과 스티커를 제작한 차 씨는 “반려견 ‘오구’와의 추억을 기념할만한 물건을 만들고 싶어서 작년에 갑자기 제작했는데, 앞으로도 사진첩이나 폰케이스, 그립톡과 같은 더 많은 굿즈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 둘, 셋. 져키-

강아지만을 위한 사진관도 있다. 기간 한정 테마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좋다.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그래퍼 외에 촬영 도우미가 강아지의 집중을 끌어 각도와 자세가 나올 수 있도록 한다. 도우미는 반려견이 좋아하는 간식과 장난감을 활용해 강아지의 흥미를 유발하며, 카메라 옆에서 소리 나는 장난감을 활용해 렌즈를 바라볼 수 있도록 촬영을 돕는다. 또한 강아지가 지치지 않도록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촬영을 진행한다.

반려동물 전문 사진관에서 사진촬영을 진행한 ‘카푸’ (사진제공=성채은)
반려동물 전문 사진관에서 사진촬영을 진행한 ‘카푸’ (사진제공=성채은)

반려견 ‘카푸’의 사진촬영을 진행한 성채은(29)씨는 “문득 우리 강아지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해도, 제일 건강하고 예쁜 사진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며 촬영 계기를 전했다. 성 씨는 “여건이 되면 다른 콘셉트로 미용도 다르게 해서 여러 모습을 담아주고 싶다”며 만족을 표했다.

우리 가게는 ‘털뭉치’ 손님을 환영합니다

펫팸족의 증가에 따라 펫팸족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과 협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커피 전문점 ‘커피빈’은 노즈워크 장난감과 반려동물 옷을 제작했고, 반응 역시 좋았다. ‘던킨’ 또한 반려동물 장난감 전문기업인 ‘베이컨박스’와 협업해 도넛 모양의 노즈워크 장난감과 반려동물용 미니텐트를 제작하기도 했다. ‘쉐이크쉑’은 강아지용 비스킷을 매장에서 함께 판매하기도 한다. 김 씨는 “기업에서 제공하는 강아지용 복지와 콜라보상품은 기발하고 귀여워서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동반입장 가능한 업소에서 귀여운 반려견과 함께 휴일을 보낸다. (사진제공 = 김서영)
동반입장 가능한 업소에서 귀여운 반려견과 함께 휴일을 보낸다. (사진제공 = 김서영)

반려동물과 동반입장이 가능한 식당과 업소도 존재한다. 펫티켓을 지키는 선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휴일을 보내고 추억을 만들 수 있어 반려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의 니즈를 위해 노펫존과 펫존을 구분해서 운영하는 신상 카페들도 생기는 추세다. 반려동물 입장 가능 매장은 반려동물을 위한 물그릇이나 담요를 구비해두고 있으며 강아지간식이나 좌석, 소품으로 꾸민 포토존까지 구비된 곳도 있다. 그러나 그 수는 현저히 적다. 카푸와 제주도여행을 함께했던 성 씨는 반려동물 동반 가능 식당이 적어서 여행하기 힘들었다. 김 씨 또한 “지역 필수 맛집이나 카페가 애견동반이 안 되는 경우에는 일정을 바꾸어야 해 아쉽다”며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입장도 가능한 매장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전했다.

반려동물은 가족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한편,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만큼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 또한 필요하다. 김 씨는 “다니는 보호소에 반려견 ‘포야’의 이름으로 후원이나 기부물품을 보낸다”며 관심을 비추었다. 성 씨 또한 “반려동물은 매일 산책도 시켜줘야 하고, 배변 패드도 갈아줘야 하고, 차마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도 있고, 정말로 손이 많이 가는 친구인데, 그런 점은 가려지고 귀여운 모습만 부각된다는 게 안타깝다. 반려인구와 함께 유기견도 늘어나는 게 한국 동물권의 실상 같다”며 염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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