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현장 르포
꼼꼼한 심사 거쳐 입양..."믹스견 편견 사라져야"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을 길들여 키웠다. 반려동물의 대표적 축종인 개와 고양이는 최소 수천 년에서 수만 년 전부터 인간의 손을 탔다. 21세기 반려동물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유기 및 유실 문제가 새로 떠올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유기동물 보호소는 과포화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이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미스터리로 남는다. <뉴스포스트>는 미로처럼 꼬인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발짝 나아가려고 한다. -편집자 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서울시에서는 해마다 약 5600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발생한다. 이들 중 약 10분의 1은 안락사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유기동물들을 안락사하지 않고 시민들이 입양할 수 있도록 2017년과 2020년에 각각 마포구와 구로구 등 도심 한 가운데에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를 열었다.

지난 11일 오후 마포구 센터의 분위기는 분주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취재진을 반겼다. 강아지의 이름은 '새로'다. 얼굴에 옅은 황갈색 무늬가 인상적인 포메라니안이다. 무릎이 좋지 않은 새로는 나머지 개체들과 격리된 상태에서 집중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가장 처음 취재진을 반긴 유기견 '새로'.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가장 처음 취재진을 반긴 유기견 '새로'.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새로를 제외한 건강한 유기견들은 '사회화교육실'에서 낮 시간을 보낸다. 특수 재질 장판이 깔린 이곳에서 유기견들은 안전하게 봉사자들과 교류한다. 봉사자들은 센터의 유기견들이 반려견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돌본다. 배변 패드 갈기와 산책 등 기초적인 일도 맡는다. 다행히 봉사 신청자는 적지 않아 일손이 모자라지 않다는 게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유기견 '우영'이와 '웅이'가 취재진을 향해 꼬리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유기견 '우영'이와 '웅이'가 취재진을 향해 꼬리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완벽하게 사회화된 유기견들은 낯선 취재진을 보고서도 사정없이 꼬리를 흔들며 매달렸다. 푸들과 몰티즈, 비숑프리제, 페키니즈 등 소형 품종견들은 물론 믹스견들도 눈에 띄었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어 경계가 심할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이곳의 유기견들은 배를 보이며 눕는 등 온갖 애교를 자랑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박선유 실무관에게 유기견 '웅이'와 '루피'가 애교를 부리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박선유 실무관에게 유기견 '웅이'와 '루피'가 애교를 부리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비교적 얌전한 유기견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이름은 '루피'이며, 개 농장에서 구조한 믹스견이다. 성품이 매우 순하지만 다른 유기견들처럼 적극적으로 사람에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박선유 실무관은 "처음에는 사람을 무서워했지만, 직원들의 세심한 돌봄으로 지금은 눈에 띄게 사회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개농장에서 구조된 유기견 '루피'. (사진=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제공)
개농장에서 구조된 유기견 '루피'. (사진=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제공)

유기견들은 구조 후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고 센터에 입소하게 된다. 박 실무관은 "루피의 경우 5개월 정도 상주 인력이 있는 병원에서 관리됐다"며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감이 크고, 환경에 적응도 안 됐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과 쉽게 노출되는 센터보다는 병원에서 관리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애니멀호딩 현장에서 구조된 유기묘 '에몽'.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애니멀호딩 현장에서 구조된 유기묘 '에몽'.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센터에는 유기견들뿐만 아니라 유기묘도 있었다. 3개월령의 새끼 고양이 4마리가 센터에서 보호를 받고 있었다.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 현장에서 구조된 새끼 고양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사람 손에 길들여진 탓에 매우 순했다. 취재진의 품에 안긴 아기 고양이 '에몽'이는 기분이 좋았는지 가슴에서 '골골' 소리가 났고, 같은 곳에서 구조된 '옥희'는 처음 보는 취재진에게 다가와 머리를 비비는 등 친밀감을 드러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유기묘 '옥희'가 취재진에게 다가와 머리를 비비며 친밀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유기묘 '옥희'가 취재진에게 다가와 머리를 비비며 친밀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고양이들은 캣휠과 캣타워, 장난감 등이 갖춰진 곳에서 반려묘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교적 소심했던 '앙금'이는 이제 사람 품에 안길 수 있는 단계까지 변화했다. 고양이 성격에 대한 세간의 선입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박 실무관은 "흔히 '개냥이'라는 말이 있다. 직원 분들이 놀아주고 만져주면서 완전히 순화됐다"며 "발톱 깎이 등 기본처치는 전부 가능하다"고 전했다.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유기묘 '에몽'가 캣타워에 올라가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유기묘 '에몽'가 캣타워에 올라가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입양은 신중히 파양은 금물

센터의 유기동물들은 완벽하게 사회화가 이뤄지고 건강한 상태로 입양자를 기다린다. 수의사와 봉사자들, 센터 직원들 등 수많은 사람들이 정성껏 돌본 유기동물들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입양을 희망하는 이들은 입양 교육과 돌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센터에 방문 전에 유선 상담이 이뤄지고, 1~2회 이상 대면 상담이 진행된다. 입양 후에는 후기를 온라인 카페에 게재해야 한다.

박 실무관은 "반려동물 입양은 매우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입양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보통은 전화 상담에서 입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면 상담은 입양을 원하는 반려동물과 한 공간에서 따로 만나 1~2시간 정도 진행한다. 파양은 물론 타인에게 양도도 절대 안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박선유 실무관이 유기묘 '앙금'이를 안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박선유 실무관이 유기묘 '앙금'이를 안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질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 입양이 쉽지 않은 동물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정 내에서 임시보호하기도 한다. 임시보호자들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유기동물을 자신의 가정에서 보호하면서 이들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준다. 호스피스(Hospes)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센터 관계자들은 아픈 유기견을 입양한 입양자 A모 씨를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A씨는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도 유기견을 입양해 사망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돌봤다. 입양한 반려견이 사망한 이후에는 또 다른 아픈 유기동물을 임시보호하기를 자청했다. A씨는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후기를 게재하면서 임시보호견의 마지막 삶을 지키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 마련된 교육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 마련된 교육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헌신적인 봉사자들과 깔끔한 시설, 최상의 의학적 조치가 이뤄짐에도 입양에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이종명 동물복지시설팀 주무관은 "강아지가 1~2살이 넘어가면 아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아지 나이 6살도 결코 많은 게 아니다"라며 "나이에 대한 편견과 비품종견에 대한 편견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주무관은 "센터 내 모든 유기동물들이 입양을 가는 것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유기동물이 사라져야 한다"며 "센터 직원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최종적으로 반려동물 유기 문제가 사라지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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