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2022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유기동물, 인간이 버린 게 아니라 시골 마당개가 문제?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을 길들여 키웠다. 반려동물의 대표적 축종인 개와 고양이는 최소 수천 년에서 수만 년 전부터 인간의 손을 탔다. 21세기 반려동물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유기 및 유실 문제가 새로 떠올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유기동물 보호소는 과포화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이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미스테리로 남는다. <뉴스포스트>는 미로처럼 꼬인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발짝 나아가려고 한다. -편집자 주-

시골길을 자유롭게 다니는 새끼 강아지.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시골길을 자유롭게 다니는 새끼 강아지.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22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와 동물보호센터에 접수된 유기동물 건수는 1만 9106건이다. 국가 공식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유기동물이 최소 1만 9106마리는 것이다. 이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보호소나 쉼터가 소유한 개체 수를 더하지 않은 최소 수치다.

국내 유기동물 관련 수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2년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구조된 유기 또는 유실동물은 총 11만 3440마리다. 축종별로 살펴보면 개 8만 393마리, 고양이 3만 1525마리, 토끼 등 기타 축종은 1522마리다. 반려동물로 인기인 개와 고양이가 유기동물의 다수를 차지한다.

유기동물들의 운명은 제각각이다. 입양을 통해 새 삶을 얻은 동물은 3만 1182마리로, 전체 27.5%다. 소유주가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유실동물은 1만 4031마리로, 12.4%밖에 되지 않는다. 자연사한 개체는 3만 490마리, 안락사 등 인도적 처리는 1만 9043마리다. 유기동물의 60.1%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동물 유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약 12만 1100마리, 2019년 약 13만 5800마리, 2020년 약 13만 400마리, 2021년 약 11만 8300마리가 동물보호센터로 인계됐다.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지만, 해마다 10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유기 또는 유실되고 있다.

지자체 보호소나 민간 쉼터 등은 이미 과포화 상태다. 동물보호센터 당 평균 인력은 3.7명, 평균 운영비용은 1년에 1억 2천만원으로 인력과 비용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 새로운 유기동물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호 개체들은 안락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해마다 10만 마리 이상 쏟아지는 유기동물들의 비극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22.1%가 반려동물 양육 포기 또는 파양을 고려했다. (표=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제공)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22.1%가 반려동물 양육 포기 또는 파양을 고려했다. (표=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제공)

동물 유기의 원인을 찾아라

유기동물 문제가 매스컴에 오르내릴 때마다 무책임한 반려인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을 고려하는 반려인들도 적지 않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인 1272명 중 22.1%를 차지하는 281명이 반려동물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을 고려해 봤다고 답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양육 포기 또는 파양을 고려한 반려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물건 훼손·짖음 등 동물의 행동 문제'가 28.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이 26%, '이사·취업 등 여건 변화' 17.1%,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함' 10.3%, 기타 2.8%, '성장 후 외모가 기대와 달라서' 0.4% 순이다. 동물보다는 사람의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한 해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전부 반려인들의 고의적 유기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른바 '시골개'나 '마당개'라고 불리는 실외사육견이나 들개의 자연 번식이 유기동물 발생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가 올해 4월 발간한 '2022년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유기견 중에서 품종견은 2021년 21.7%, 2022년 21.4%에 불과했다. 비품종견이 2년 연속 78% 이상을 차지했다. 비품종견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기준 믹스견과 혼합, 잡종, 잡견, 백구, 황구, 진돗개와 그 혼종, 풍산개의 혼종, 삽살개의 혼종, 발바리와 그 혼종, 도사와 그 혼종을 말한다. 나머지는 품종견으로 분류된다.

유기동물의 수도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인구 대비 유기동물이 가장 많은 지역은 2021년과 2022년 모두 제주도와 전라남도, 전라북도 순이다. 적은 지역은 서울과 세종, 대전 순이다. 시·군·구로 따지면 강원도 정선군과 경상남도 밀양시가 2021년과 2022년 모두 인구대비 유기동물 발생건수가 가장 많다. 가장 적은 지역은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서초구 순이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반려견을 실외에서 사육하다 보면 부주의로 유실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의도치 않은 번식으로 개체 수가 증가할 수 있다"며 "유기견 중 비품종견의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고, 비도시 지역에서 비품종견들의 (보호소) 입소가 늘었다. 한 번에 새끼 강아지 여러 마리가 입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실외사육견과 유기동물 증가가 관련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제주도의 경우 가옥 구조상 출입문이 없는 곳이 많은데, 외부인들이 실외사육견을 들개로 오인해 보호소로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며 "일부 반려인들이 CCTV가 많지 않은 비도심 지역에 몰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이른바 '원정 유기'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다양한 유기동물 발생 원인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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