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핸드 대표 이환희 수의사 인터뷰
"믹스견과 길고양이 문제가 가장 심각"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을 길들여 키웠다. 반려동물의 대표적 축종인 개와 고양이는 최소 수천 년에서 수만 년 전부터 인간의 손을 탔다. 21세기 반려동물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유기 및 유실 문제가 새로 떠올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유기동물 보호소는 과포화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이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미스터리로 남는다. <뉴스포스트>는 미로처럼 꼬인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발짝 나아가려고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유기동물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2년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최소 10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유기 또는 유실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총 11만 3440마리의 유기동물이 수치로 기록됐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개체 수까지 고려하면 유기동물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시골개'나 '마당개'로 불리는 실외사육견들의 무분별한 번식은 유기동물 증가에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유기동물 중 70~80%는 유기견인데, 이들 중에서 과반 수 이상이 '믹스견'이라고 불리는 비품종견이다. 번식력이 좋은 데다, 품종견에 비해 입양이 어려워 개체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당개의 중성화 수술 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다.
입양 속도가 유기동물 증가 수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기업 '포인핸드'의 이환희 대표가 그들 중 하나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포인핸드 입양센터에서 만난 이 대표는 <뉴스포스트>에 "국내 유기동물 수는 적지 않다"면서도 "동물 유기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유기동물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가. 현장에서도 체감되는가.
지방자치단체 보호소가 전국에 250개 정도 되는데, 해마다 11만 마리가 좀 넘는 동물들이 이들 보호소로 구조되고 있다. 이 많은 유기동물들을 보호소가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입양을 보내거나, (유실 동물의 경우) 주인을 찾아주는 것 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있다. 결국에는 안락사를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있다.
유기동물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반려동물 문화 선진국인 유럽 등에서도 과거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문제를 거쳤다. 반려동물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기까지 과도기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버려지는 동물, 길에서 배회하는 떠돌이 개들, 길고양이 문제는 모든 나라에서 똑같이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문화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라고 보시면 될 거 같다.
-일명 '시골 마당개'로 불리는 실외 사육견들의 무분별한 번식이 유기견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과거 지자체 보호소에는 누군가가 키우다 버린 유기동물들이 많았지만, 점점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대신 시골에서 방치된 떠돌이 개들과 이들의 자견들이 구조돼 보호소로 오는 경우가 많다. 전국 지자체 보호소 개들 70~80%가 품종이 없는 믹스견들이다. 유기동물 문제라고 말하기 어색할 정도로 마당개나 주인 없는 떠돌이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동물 등록'이다. 유기동물 발견 시 보호자가 누군지 정확히 확인하고, 과태료 부과 등 법적인 처벌을 해야 한다. 반려동물 등록이 2014년부터 의무화 됐지만, 여전히 예외인 지역이 있다. 시골로 가면 아직까지 동물 등록 의무화에 대한 반발이 매우 심하다. 동물 등록 단속도 안 하고, 강제하지도 않으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입양하는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는 입양할 때 내장형 칩을 삽입해 의무적으로 등록하고 있다. 하지만 펫숍에서는 내장형 칩보다는 외장형 칩을 선호한다. 외장형 인식표는 떼 버리면 그만이다. 내장형 인식칩 보다 반려동물 유기 및 유실 시 대처하기가 어렵다. 가정 분양 등 개인 간 거래를 통해 반려동물을 입양할 경우 외장형 인식표 마저 하지 않을 수 있다.
-유기동물 문제 해결에 반려동물 등록이 가장 중요하는 것인가.
그렇다. 지금 일부 지자체에서는 마당개 중성화 수술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현장을 보면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마당개 중성화 지원 사업을 신청하는 보호자는 반려견을 어느 정도 잘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보호자에게 케어를 받는 개들은 보호소로 갈 일이 많지 않다. 실제로 보호소에 인계되는 개들은 보호자로부터 전혀 케어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개체들이다. 마당개 중성화 수술 지원사업의 실효성은 지금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동물 등록은 내장칩 삽입과 같은 '훼손 불가능'하고 '영구적 형태'로 지켜져야 한다. 유기동물 발견 시 보호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고, 정확하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기한 게 아니라 잃어버린 거라면 주인을 쉽게 찾아줄 수 있다. 영구적이고, 훼손 불가능한 방식으로 동물 등록 지켜진다면 유기동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기견뿐만 아니라 유기묘 문제는 없나. 있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유기묘보다는 길고양이 문제가 심각하다. 보호소로 인계되는 개체는 어미 길고양이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새끼와 부상당한 성묘들이 다수다. 특히 봄가을철 번식기에는 어린 고양이들이 많이 구조된다. 보호소 고양이의 80~90%가 다친 길고양이와 어미를 잃은 아기 고양이들이다.
현재 지자체에서 TNR(중성화 후 방사)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업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TNR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효과가 있는데, 사업량이 부족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중성화되지 않은 길고양이가 또 번식을 해 새끼를 낳고, 구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웃 간의 다툼도 큰 문제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인간에 대한 혐오까지 번지고 있다.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TNR 사업뿐만이 아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도 단순히 밥만 주는 게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중성화 수술 등 케어를 하는 게 필요하다.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인식 역시 개선돼야 한다.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 국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자체 보호소의 경우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관리하는 사례가 있다. 유기동물들이 구조돼도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수도권 지역에는 동물에 대해 잘 아는 전문 인력들이 많지만, 비수도권이나 농어촌 지역으로 갈수록 적다. 이를 해결해야 한다.
적극적인 입양 노력도 필요하다. 보호소는 단순히 보호만 하는 게 아니다. 목표는 입양이다. 밥 주고 배변 치워주는 등 최소한의 관리만 이뤄지다 보니, 입양을 보내기 위한 노력에 소홀해진다. 구조 동물들이 보호소에 갇히다 보면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고 사회화가 안 된다. 사회화가 안 된 개체들은 입양이 어렵고, 결국 안락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입양을 위한 전문적인 관리와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의 경우 반려동물 등록제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국회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철저하게 지키는 방향으로 법안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 유명무실한 반려동물 등록제를 내장칩 삽입 등 인위적 훼손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동물 유기나 반려동물 등록 의무 위반에 대한 단속 역시 철저하게 해야 한다.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해 평범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있을까.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반려동물을 철저하게 관리해 잃어버리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 주인의 부주의로 보호소에 간 반려동물들이 안락사되는 경우도 많다. 그 밖에도 반려동물을 더 키우고 싶다면 입양이란 방법을 선택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비반려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우선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웃과 이웃의 반려동물, 길고양이 등 소동물과 공존하려는 자세가 있으면 좋겠다. 현재 비반려인과 반려인들의 대립과 갈등이 첨예하다. 반려인들이 에티켓을 잘 킨다면, 비반려인들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 동물 친구들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해 주셨으면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유기동물 문제는 동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에 대한 문제로 시작해 사람의 문제로 끝난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끼리 다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자세는 사람과 사람 사이 배려와 이해다.
일각에서는 지자체 보호소나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을 향한 과도한 비난 여론이 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도, 싫어하는 사람들도 전부 우리의 이웃들이다. 보호소 역시 사람이 운영하고 일을 한다. 특정 경험을 계기로 서로 싸우고 있다. 싸움은 멈춰야 한다. 유기동물 문제는 사람들끼리 싸워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야 바뀔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