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모두 규제 이전 수준으로 ‘복원’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지난해 금융당국의 압박에 가계대출을 바짝 관리해왔던 시중은행들이 최근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오른 만큼만 빌려주던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80%까지 늘렸고, 5000만 원으로 제한했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연 소득만큼으로 복구했다. 높아진 대출 금리 부담에 가계대출 수요가 급감하자 은행들이 빠르게 빗장을 풀고 있는 것.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 달 4일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최대 3억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전문직은 최대 3억 원까지 빌릴 수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라 소득과 관계없이 1인당 5000만 원으로 축소했던 마통 한도를 예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 역시 기존 1억 원에서 최대 2억 원으로 늘어난다. 

신한은행도 오는 30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대한도를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한다. 신용대출 한도도 최대 1억 원에서 2억 원까지 상향한다.

농협은행은 다음 달 4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대한도를 5000만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여신 담당자들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농협은행은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2억 5000만 원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지난 1월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2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으로 확대한 데 이어 2월 25일 이를 다시 2억 5000만 원까지 늘렸다. 

농협은행까지 동참하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규제는 모두 완화된다. 

KB국민은행은 이달 7일부터 한도거래방식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상품의 한도를 전문직군 대상 상품(KB닥터론·KB로이어론·에이스전문직 무보증대출 등)은 최대 1억 5000만 원, 일반 직장인 대상 상품(KB직장인든든신용대출·KB급여이체신용대출·본부승인 집단신용대출 등)은 1억 원으로 늘렸다.

하나은행의 경우 일찌감치 지난 1월 말 ‘하나원큐신용대출’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 원에서 최대 1억 5000만 원으로 높이는 등 8개 주요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작년 8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앞서 주요 시중은행은 이달 들어 전세 계약 갱신 때 적용하던 한도 기준을 완화해 전세자금대출에 숨통을 틔웠다.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내줬던 전세대출 한도를 모두 ‘임차보증금의 80%’로 높인 것이다. 

예를 들어 계약 당시 1억 원이었던 전세보증금이 계약 갱신에 따라 1000만 원 더 올랐다면 이전까지는 1000만 원만 빌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체 임차 보증금(1억 1000만 원)의 80%인 88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는 것이다. 또 1주택자 비대면 전세대출을 허용하는 등 비대면 대출에 걸어 뒀던 취급 제한도 해제했다.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이유는 가계대출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 때문이다. 

24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 2932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6441억 원 줄었다. 지난 1월(-1조 3634억 원), 2월(-1조 7522억 원)에 이어 석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

특히 신용대출이 전달보다 1조 293억 원 줄었다. 최근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데다 1월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된 영향이 크다.

대출 규제와 부동산 거래 부진,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가계대출 빗장 풀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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