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들, 사장단과 연이어 전략 논의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중고’로 글로벌 복합 위기가 닥치며 국내 주요 기업 경영 환경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재계 총수들은 잇따라 사장단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 회장은 11월 말까지 계열사 경영진과 사업보고회를 진행한다. LG그룹의 사업보고회는 매년 10~11월 총수와 전문 경영인들이 모여 계열사별로 올해 사업 성과를 평가하고 내년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연례 행사다.
지난 25일 LG전자를 시작으로 디스플레이·이노텍·에너지솔루션·화학·유플러스·생활건강 등 계열사의 사업보고가 한 달간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사업보고회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을 체크하고 대응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달 그룹 경영진들과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경영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구 회장은 워크숍에서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일수록 그 환경에 이끌려 가서는 안 된다. 주도적이고 능동적 자세로 다가올 미래 모습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라며 “미래 준비는 첫째도, 둘째도 철저히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SK그룹도 위기 대응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최고경영자 세미나를 주재했다. 이번 CEO세미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의장 등 주요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CEO들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위기와 거시경제 지표들을 점검하고, 각 요인이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비책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 폐막 연설에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우위직(以迂爲直) 이환위리(以患爲利)’를 인용해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또 “앞으로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환경의 위기 요인이 추가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각 사별로 연말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도록 주문했다.
삼성은 지난달 말 SDI·전기·SDS·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 사장단과 생명·증권·카드 등 금융 계열사 사장단 40여 명이 모여 사장단회의를 열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오찬 자리에 참석해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내 주요 기업이 연이어 경영진 회의를 여는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커지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번 달 전체 산업의 B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7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등 영향으로 BSI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